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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강의를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의 실태와 권리 보장 방안 연구를 위해 지난 2000년 5월 설립됐다. 이들은 노동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등, 비정규직의 권리 향상을 위해 최전방에서 뛰어왔다. 지난해부터는 대학생·청년들을 대상으로 '비정규 노동센터 포럼'을 개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제2회 비정규노동센터 포럼'은 지난 4월부터 약 2개월간 '당신의 미래에 파업하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하종강 한울노동문제 연구소 소장 등 노동계 안팎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3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 강사로 섰다.

수강자들은 독립영상 제작, 연대매체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회와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들은 권유한다. 비정규직을 묵인하고 보호하려는 현실에 침묵하지 말고, 당신도 미래를 위해 '파업'하라고.

포럼을 주최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김성희(44) 소장은 오는 7월 시행될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두고,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세상 모든 '비정규직'의 소멸이다.

무더기 중도 해고에 '0개월 계약'까지 등장

다음은 지난 5월28일 서울 충정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이뤄진 김성희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
"한국사회 비정규직 문제는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절반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 실태'로 집약된다. 전체 임금 노동자 중 55%가량, 840만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주로 단기간 근무하거나 짧은 시간만 노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접고용'이라고 고용주와 실사용자가 다른 경우도 있다.

노동부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37% 정도인 550만 정도를 비정규직이라 보는데, 노동계 통계와는 300만 정도 차이가 난다. 정부 통계는 실제 규모나 차별의 실태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라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양산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킨다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차는 크다. 이것은 해법의 차이로까지 이어진다."

- 정부의 해법이 비정규보호법인 셈인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와 자본의 입장은 노동 유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노동력을 자유롭게 쓰고, 자를 수 있다는 거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 확대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비정규직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보호법안은 미약하기 할 수밖에 없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함박은영
- 정부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긴가?
"물론이다.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 하나 과도한 착취는 방지해야 한다' 것이 노동부 주장이다. 그래서 '기간 제한'을 도입하고, 파견 대상은 오히려 확대했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처우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기간제 축소와 차별 철폐 부분이다. 2년 근무 후 계속 고용되면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현장에서는 결국 무더기 중도 해고 사태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여기에 '0개월 계약'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비정규 보호법은 악용될 수밖에 없다. 2년 후 잠시 쉬었다 반복 고용하거나, 여기 저기 사업장으로 돌리는 '뺑뺑이' 방식 혹은 간접 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게 간접고용의 외주화다. 그 외에도 악용 사례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 해결 방법이 없을까?
"기간제한만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 수밖에 없다. '사유 제한'을 도입한 스페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단기간 계약직의 대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유가 객관적으로 납득이 되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좀 더 획기적인 방안은 비정규직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선례가 있지 않나. 그들의 지향점은 기업의 폭력적인 고용행태를 제도적으로 제약하자는 이야기다. 결코 비현실적인 안이 아니다. 현실의 부분적 개조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게 목표다."

- 7월 1일, 비정규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논란인데.
"비정규법안이 시행까지 3년여에 걸친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그 사이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고, 투쟁으로 감옥에 갇힌 이들도 있다. 시행도 전에 공공부문, 사기업 등에서 기간제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파행적인 고용 형태, 외주화 간접 고용 등, 그나마 기간제를 보호하는 미약한 조치마저 회피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차별을 해결할 생각은 않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킬만한 조치들을 추가로 내 놓고 있지 않나. 거꾸로 가고 있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한다. 비정규법안 자체가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다. 법안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우울한 전망을 할 수밖에 없다."

- 파견노동자들의 범위도 늘어난다고 들었다.
"비정규법안의 후속타인 '파견법 시행령'에 의해 파견 대상이 늘어났다. 이는 파견대상을 늘리지 않겠다고 했던 정부의 약속가 배치되는 부분이다. 우체국 집배원, 택배회사 기사, 운전직, 기능직 등의 분야를 파견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무지원직, 콜센터 직원도 추가되었다. 이런 직종은 고졸 사무원, 특히 여성들이 많다. 이들의 열악한 환경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직종을 더 나쁜 구렁텅이로 모는 것이 '파견법 시행령'이다. 과연 누구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고 누구는 보호받지 못해야 하는 건가?"

"비정규직 고통, 본인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닥칠 운명"

지난 5월30일 저녁 마포구 상수동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된 '창의적시위실천단'의 시위 모습. 이들은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뻥"이라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뻥튀기'를 나눠줘 시선을 모았다.
지난 5월30일 저녁 마포구 상수동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된 '창의적시위실천단'의 시위 모습. 이들은 오는 7월1일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뻥"이라며 시민들에게 무료로 '뻥튀기'를 나눠줘 시선을 모았다.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4년제 대학 졸업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인데.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2%라고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도 50%고. 한참 잘못된 구조다. 이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안정적인 인생 설계를 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은 정규직에 취직할 거라는 희망을 갖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규 취업자들의 70% 이상의 첫 직장이 비정규직이다. 어떤 이는 나중에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나 한번 비정규직이면 이력이 적용되어 더 나은 자리를 찾기 힘든 현실이다.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사람들 중 1/3 가량이 다시는 비정규직은 되지 않겠다'고 한 통계가 있다. 참담한 경험이라고 얘기하더라.

정부와 자본, 주류 언론들은 각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라고 한다. 자격증도 많이 따고 해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취업 공부에만 매달려고 있는 요즘에도 현실은 암담하지 않나. 개인이 아무리 자격과 기술을 높여도 해결되지 않는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현재 보호법안이 있는 한 어림도 없는 얘기다.

- 노동시장에 진출할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은 비정규 법안의 내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상적인 고용은 '정규직 고용'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본인 혹은 주변 1/3 이상의 사람들에게 닥칠 운명이다. 개인적 노력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당신의 미래까지 '비정규직'이라는 덫에 저당 잡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비정규직#비정규보호법안#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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