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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누리꾼들의 꾸준한 지적이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같은 멜로를 찍더라도, 유형을 달리한 새로운 감각의 드라마 시리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능성 있는 만화 원작을 빌려 제작되는 드라마 시리즈들이 왕성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출 광고' 논란이 거센데다가 빚이 빚을 부르는 작금의 세태에 맞춰 탄생한 SBS <쩐의 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표현의 폭이 넓은 케이블 방송에서도 만화 원작을 차용한 TV무비 시리즈가 우리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 지난 5월18일 첫방송을 한 <키드갱>(매주 금요일 밤 11시, 케이블채널 OCN에서 방송)이라, 더욱 반갑다.

만화 <더블 캐스팅> 등으로 주가를 올린 신영우 작가의 <키드갱>은 지탄받는 '조폭'이라는 소재를 활용, 센스 있고 기발한 유머를 완성해 만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기발한 유머이기에, 그리고 그 유머를 받쳐주는 캐릭터들의 매력도 만화적이기에, 드라마로 만들어 진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았다. 특히 최고의 인기 캐릭터 '홍구' 역을 맡은 이종수를 누리꾼들은 격려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바라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키드갱>을 받쳐주는 '캐릭터'의 힘

▲ 드라마 시리즈 <키드갱>
ⓒ 사과나무 픽쳐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키드갱>의 초반부 설정이다. '강거봉(손창민)' 일당이 아기 '철수'를 키우게 된 과정이 나오는 부분이다.

독자들이 알고 있듯이, 강거봉 일당은 부하들을 잡아간 형사를 혼내주기 위해 그의 집을 넘었다가, 사실상 아기를 '납치'해 온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우연한 '가스폭발'로 형사 부부가 사망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철수를 맡게 된 것.

표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라지만, 시청자들이 윤리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다행히 제작진도 이 설정의 민감함을 이해했는지, 철수의 부모를 유력조직의 보스로 바꿨다. 그리고 부하의 반란을 맞아 아이라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강거봉 일당에게 맡긴 것으로 설정했다.

큰 무리 없는 현명한 설정이었으며, 궁극적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조표기(임호)'의 비중을 살려주는 시너지 효과도 발휘했다.

원작 만화는 장르의 장점을 최대한 빌어 만화적인 캐릭터와 엇박자 개그로 독자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면이 강하다. 드라마 시리즈도 이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다. <키드갱> 특유의 엇박자 개그는 연기력이 보증된 조연들을 다수 활용하면서 '현실'적인 공간에서도 제대로 살아난다.

누리꾼들이 가장 걱정한 '홍구' 역을 맡은 이종수는 '바보' 이미지와 눈치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는 '푼수' 이미지를 결합시켜 나름의 독창성을 과시하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만화와는 다소 다른 매력이지만, 이종수 캐릭터도 누리꾼들의 지적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완성시켰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진다.

'홍구'가 힘을 잃은 <키드갱>은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만화에서의 기발한 설정을 모두 살리기는 어렵겠지만, 이종수는 드라마 시리즈라는 장르에서 선보일 수 있는 '마홍구'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만화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키드갱>

그 외에도, 만화에서는 '나름대로' 묵직한 매력으로 등장하는 '강거봉'은 아주머니와 같은 억척스러우면서도 수다스러운 이미지가, '이칼날(이기우)'에게는 쿨한 매력이, 막내 '한표(백성현)'에게는 완전한 '범생이' 이미지가 이식됐다. 원작에 비해 '한표'의 비중이 줄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칼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어리버리형 검사'로 그려지는 '정도희(김빈우)'와 어우러져 쏠쏠한 재미를 만들어간다.

'강거봉'의 집에서는 '강거봉'과 '마홍구'가 유머의 핵심이라면, 외곽에서는 정경호를 중심으로 한 '패랭이파'의 활약이 돋보인다. 건달로서의 자부심과 '삐삐'를 들고 다니고 '인형 눈'을 붙여 먹고 살 정도로 찢어지는 가난이 충돌하는 '패랭이파'는, 전국구 보스 '조표기'의 눈에 들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처절한 노력은 <키드갱> 특유의 '엇박자 개그'를 만나 독특한 웃음을 선사한다. 중국에서 수입해온 '킬러'를 돕다가 중국집 배달원을 잘못 건드려 흠씬 두들겨 맞는가 하면, 설사약을 이용해 강거봉 일당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조표기'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등,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다.

그 외에도, <키드갱>은 MBC 드라마 <주몽>의 '신녀'와 인기 개그맨 정주리를 카메오로 등장시켜, 쏠쏠한 '패러디'의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뜬금없는 상황, 혹은 분위기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의 갑작스러운 등장이라 그 인상이 더욱 강하다. 표현의 방향은 다르지만, 원작 만화가 선보였던 개그의 기류는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남성만화, 드라마로 표현되다

한동안은 <궁>이나 <풀 하우스> 등의 여성 취향의 순정만화들이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쩐의 전쟁>과 <키드갱> 등은, 대표적인 남성 취향의 만화들이다. 이 드라마들에 이어, 박인권 작가가 그린 '여성 대통령' 소재, 정치권 암투 중심의 작품 <대물>이 대통령 선거 즈음인 12월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또 온라인 게임의 소재로도 활용된 장수 만화 <열혈강호>도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드라마가 이제 '적정선' 내에서는 만화의 소재와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한계치에 다다른 드라마만의 상상력으로는 어렵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작권료 등에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와 만화, 그리고 드라마는 서로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상호보완이 가능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활로를 열어주는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 다소 뒤늦은 감은 있지만.

어쨌든 우리 엔터테인먼트 장르도 '상호보완', '상부상조'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적으로 양산된다면, 엔터테인먼트의 소비자들은 앞으로 즐거울 일이 많아질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살아남는 길은, 소비자들을 향한 그런 '즐거움'의 지속적인 공급에 달려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키드갱, #만화, #신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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