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일흔 해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고 영면한,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의 작가 권정생씨. 자연친화적이고 겸허한 삶을 살아온 그는 속도와 문명의 이기에 휘둘리며 살았던 많은 독자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받았다.
그렇기에 생전에 그가 머물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갤뱅이언덕 집까지 찾아가 작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권정생씨의 누이와 남동생, 조카 등의 유족과 지인들은 최근 그 생가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권정생씨가 자신 사후의 일을 일임한 3인(최완택 목사·정호경 신부·박연철 변호사)은 ▲평소에 집을 헐라고 말한 것은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는 뜻의 완곡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집 처리와 관련된 부분은 유언장에 없고, 사망하기 얼마 전 정호경 신부가 유언장 수정 여부를 물었을 때도 고치지 않았다 ▲작가는 공인이고 그가 살던 집이나 유품 역시 또 다른 '작품'이기에 이를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생가 보존을 결정했다.
"내 동생이 살면서 남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죽자마자 집을 허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권정생씨의 큰누이를 비롯한 유족들도 '생가 보존 결정'에 이의가 없었다는 것이 '권정생 선생 유품정리위원회' 일을 맡고 있는 시인 안상학씨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