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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표지의 추리소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화려한 표지의 추리소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 한스미디어
표지가 아름다운 이 소설은 반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추리소설에 빠져서 이 작품 저 작품 따라가며 읽다보면 어느 한 모퉁이에 '우타노 쇼고'라는 이름이 버티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이 쪽으로 가도 맞닥뜨리게 되고, 저쪽으로 가도 맞닥뜨리게 되는 반전의 작가. 인터넷 서점에 올라있는 서평의 제목들도 한결같았다.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 '독자를 부끄럽게 하는 반전', '제목부터 뒤통수 치는 어이없는 책'...

모든 제목들이 이 책의 놀라운 반전을 거론하고 있었다. 결국 소문에 압도되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어이없이 뒤통수를 맞을 용의는 충분히 있었다.

프리터 생활을 하고 있는 나루세는 어느 날 우연히 자살할 뻔한 여자를 구해주게 되고 그녀가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게 된다. 며칠 후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뺑소니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되어 바빠진 나루세는 어느새 자살할 뻔했던 여자에 대해서 염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내 도움을 받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다. 하루나 이틀 사이에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녀를 자살로까지 내몰았던 원인이 아마도 그대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머잖아 또다시 그런 기분에 휩싸일 게 뻔하다. 자살은 습관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만약 그녀가 자살하면 내 마음이 어떨까. 그녀와 친해질수록 그 슬픔도 깊어지겠지...

놀라운 반전과 마주하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자와의 친분은 결국 조금씩 깊어져서 연인관계로 발견하게 되고 조금씩 여자의 존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 나루세.

어찌 보면 약간 뻔해 보이는 이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이따금씩 끼어들어서 조금 의아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도대체 이 여자의 존재는 무엇일까? 어떤 식으로 사건과 연계되는 것일까?

느리게 진행되는 사건전개, 도무지 연관성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이야기에 조금씩 답답함을 느낄 때쯤부터 반전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예측할 수 없지만 막연하게 풍겨오는 낯선 냄새. 이때부터 서서히 이 유명한 소설의 진국이 가까워졌음을 예감했다.

반전으로 유명한 책답게 이 소설의 모든 반전은 그리 길지 않은 마지막 장에 모두 담겨 있었다. 마지막 장이 시작되는 순간,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아, 이것이었구나! 속지 않으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눈을 번뜩이며 읽었지만 결국 내 모든 의식은 작가의 의도에 완전하게 점령당해 있었던 것이다. 경악, 앞선 내용에 대한 재빠른 회고, 미소, 그리고 강렬한 쾌감. 아, 추리작가의 본분은 독자를 속이는 능력에 있는 것이로구나!

결말을 읽고 난 후 맨 첫 장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한 번 내용을 훑어보게 되는 것은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그렇게 만드는 힘이 강하다. 장면 하나 하나를 되짚어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공들여서 교묘한 트릭을 깔아놓았는지를 확인하게 되는 것.

이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작가와 독자 사이에 교감이 일어난다. 그리고 모든 트릭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속아 넘어갔던 자신의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즐기고 있을 때면 독자는 문득 아주 다른 느낌으로 표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순정만화의 한 장면같은 그림과 서정적인 제목,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아아, 얼마나 근사한 울림을 주는 제목인가! 이보다 더 기만적인 제목을 나는 알지 못한다.

덧붙이는 글 | *서평제목은 인터넷 서점 Yes24의 초록미피, rainy131, smtrinny의 서평에서 인용했습니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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