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위장전입에도 '급'이 있다는 투의 논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면서 사과했다. 세 딸과 아들의 사립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다며 "어쨌건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기를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명박 캠프의 진수희 대변인 말도 똑같다. "국민들이 위장전입이란 부분은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는 점은 밝혀졌다"고 했다.
두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위장전입에도 두 종류가 있다. 교육용이 있고 투기용이 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김혁규 의원이 이명박 전 시장의 잦은 주소이동 사실을 폭로하면서 방점을 찍었던 문제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었다. 그러니까 이명박 전 시장과 진수희 대변인의 논리는 김혁규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래도 군색하다. 본질은 이명박 대 김혁규의 말싸움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질과 도덕성이다. 설득할 대상은 김혁규 의원이 아니라 국민이다. 해명해야 할 사안은 '제기된 문제'만이 아니라 '제기될 수 있는 문제'까지 포괄한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캠프의 주장은 초점 흐리기에 가깝다.
모를 리가 없다. 언론이 이런 기초적인 사실과 상식적인 판단준거를 모를 리가 없다. 침을 흘리는 건 자연스럽다. 이명박 캠프의 희한한 논리에 비판을 가하는 건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아니다. 일부 언론은 침을 흘리는 대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녀교육을 위한 '명박 삼천지교'?
<중앙일보>는 "대선 후보가 위장전입했고 이게 위법이라는 사실은 이명박 후보에게 뼈아픈 대목"이라면서도 "한국적 정서에서 자녀 교육 목적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해당 기사 제목에 '명박 삼천지교'라는 표현도 올렸다.
<중앙일보>가 정상 참작의 여지를 남겼다면 <조선일보>는 추가 규명의 여지를 없앴다.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이라면 아파트 청약을 위해 서울서 경기도로 옮기거나, 농지 구입을 위해 농촌지역으로 옮겨야 하는데 서울서 서울로 옮겨 투기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을 전했다.
두 신문의 '창조적인' 논리 덕분에 박근혜 전 대표의 처지가 애매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몰인정한 사람이 될 판이다. 자녀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몰차게 몰아치고 있으니 그렇다. 박근혜 캠프는 국민의 정부 시절 장상·장대환 씨가 총리 후보에 올랐다가 낙마한 이유가 위장전입 사실에 대한 한나라당의 맹공 때문이었음을 확인하면서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몰인정한 것만이 아니다. 자칫하다간 몰상식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의 위장전입이 부동산 투기용일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이 그랬다. "이명박 후보의 주소지 중에 집도 절도 없는 나대지가 있는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