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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중국에서 잠깐 나와 있는 언니와 이야기꽃을 피우면 끝이 보이질 않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같은 아줌마라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공유하는 점도 많아 언니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정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갑니다. 이래서 여자들이 수다를 즐기나 봅니다.

한 달 전 생사의 갈림길에 서 계셨던 아버님께서 남편의 정성으로 빠른 회복을 하셨고, 일반병실로 옮겨져 지금은 어머님과 남편의 간호를 받고 계십니다.

저는 둘째가 어리다는 핑계로 병문안도 자주 못가는 철 없고 못된 며느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항상 병원에 가 있지만 병원을 싫어하는 둘째아이 때문에 병문안 가는 게 사실은 좀 버겁습니다. 죽이든 뭐든 만들어 아버님께 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이 역시 마음뿐입니다. 며느리 노릇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금세 저녁이 되어 집으로와 컴퓨터를 켜고 홈피에 들어갔습니다. 메일 한 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막내아가씨께서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언니 많이 힘들지요? 넘 고마워요. 오빠는 일도 못하고 넘 고마워서 어찌 말해야 할지... 그리고 병원비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옆에서 신경써주는 것만도 넘 감사해요. 앞으로 중간 중간 병원비도 저희 딸들이 알아서 처리할게요."

6월초 중환자실에 계시던 아버님께서 일반병실로 옮겨지면서 병원비 중간계산을 아가씨 카드로 했습니다. 딸들이 지난 주말에 병문안 오면서 서울로 가기 전 아가씨께서 저에게 카드를 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카드예요?"하고 물었지만 아가씨는 "오빠 뭐 결제할 때 쓴다구요"하며 얼버무리고 갔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왜 아가씨가 카드를 주고 가는 거냐며 물었습니다. "아 ~그 카드 아버지병원비 결제하고 영수증 주면 연말에 공제받는다고 해서."

그래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누이들은 병원비를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작정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중장비사업을 하는 남편은 아버님 병간호를 하면서 한 달 동안 일을 거의 못 했습니다. 남편의 일은 한철장사와 비슷해 일이 많을 때 해놓지 못하면 돈을 모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수금은 2~3개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가씨께 통장계좌번호를 메일로 보내 달라 했지만 내심 시누들이 병원비를 조금씩 충당해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병원비 전액을 다 내주신다는 아가씨 말씀에 정말이지 부끄럽고 죄스럽고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저는 바로 막내아가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통화를 하는 내내 오히려 내게 고마워하고 미안해 하는 아가씨에게 저는 또 한 번 감동했습니다. 형님들 역시 저에겐 모두 감사하고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형제자매가 많으면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어려울 때 이리 큰 힘이 되어주니까요.

혼자 농사지으시는 어머님을 위해 바쁜 농사철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모두들 내려와 일손을 도와 드리는 시댁가족들, 이런 모습들은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래서 더욱 부모님들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형님내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아버님의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시아버님#병원비#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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