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기자, 그간 얼마나 수고가 많았습니까. 작년 6월, 독일월드컵 취재차 왔을 때 보고 벌써 1년이 넘었네요.
독일에 있는 남경국입니다. 연구소를 나서다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26일 사측과 결별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에 다시 앉아 이렇게 편지를 띄우게 됩니다.
독일과 한국의 시차는 일곱 시간 뿐인데,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일의 대처방식을 보면 '독일과 몇 년이나 차이 나는지 헤아리지도 못하겠다'고 혼자 답답해하던 차에 또 마음을 무겁게 하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되는데, 첫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지인들께 일상 기계적으로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하던 인사를 지금 주 기자한테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락은 못하고 있었지만 그간의 사정을 알고 있어서 뭐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는 생각으로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 중에, '금창태 사장이 편집국장도 모르게 삼성 관련기사를 삭제'한 것에 항의하고 삭제기사의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주진우 기자가 생각나더군요. 벌써 1년 전이네요.
주진우 기자가 그랬지요.
"우리가 쓴 기사는 편집국장도 손 못댄다. 편집국장이나 선배기자들한테 어떤 때는 소리질러가면서 격론도 하고 <시사저널>만의 기사를 만들어 간다. 외부압력으로 기사가 빠진 적도 없다. 지금 모든 언론들이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했지만, 확실히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것은 <시사저널>뿐이다. <시사저널>기자라는 자부심으로 우리는 기사를 쓴다."
"편집국장도 기자들의 의견과 기사를 존중한다. 또 우리 편집국장은 문장의 토씨 하나 조사 하나까지 신경쓰며 챙긴다."
'뭐 기사 하나 빠졌다고 저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주 기자의 이런 말을 들었던 저는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포함한 22명의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했지요. 지금까지 지켜온 "시사저널의 정신"이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느꼈겠지요.
주 기자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관련 <시사저널> 기획기사로 17페이지에 걸쳐 썼다면서, <시사저널>이니까 가능했다며 <시사저널>기자인 것을 뿌듯해 했지요.
"외압이 있으면 편집국장이 막아준다. 시사저널에서 외압은 먹히지가 않는다"고도 했지요. 이 말을 들으며 저는 건배를 청했고, 독일 '쾰쉬'맥주를 서로 시원하게 들이켰지요.
주 기자, 저는 금창태 사장도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켜온 그 정신을 이해하고 '잠시 그러다 말겠지'하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파업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멀리서나마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시사저널> 파업 100일 소회를 기자 한분 한분 밝혔었지요. 주 기자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겠습니다. 부러질 때까지만 싸우겠습니다"라고 했지요.
이제 정말 사측에 <시사저널>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겠지요. 이제 '짝퉁 시사저널'이 아니라 주 기자가 지키고자 했던 "시사저널의 정신"을 가지고 새로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시사저널> 전직기자인가요. 전직'시사저널'기자 22분이 만드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새로운 시사 주간지를 속히 받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한테 "선배, 사회부 기자가 왜 월드컵 취재왔냐구요, 제가 편집국장한테 그랬어요. 독일월드컵은 스포츠만 있는 게 아니다. <시사저널>만이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사가 분명히 있다. <시사저널> 독자들을 위해서 간다" 이렇게 말했지요. 그리고 타사 소속 기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시사저널'만의 기사들을 주 기자는 독자들에게 전해 주었지요.
주진우 기자, 그래요. 이제 '짝퉁 시사저널'에서는 주진우 기자의 기사를 볼 수 없지만 정말 <시사저널> 독자들이 원하는 바로 "시사저널만이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기사"를 새로 창간할 시사주간지에서 만나보기를 기대합니다.
마음으로만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라면서 <시사저널>에 복귀하는 날 축하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 '짝퉁 시사저널'과 이별을 축하하는 전화를 해야겠네요.
주진우 기자, 수고 많이 하신 동료 기자들에게도 전해주세요.
"여러분은 26일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그리고 참 언론의 희망입니다."
2007년 6월 26일 독일에서
남경국 드림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