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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제3회 세계시민기자포럼을 맞아 시민기자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세계의 인터넷 언론사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스쿠프> 메인 페이지.

지난 2005년 6월, 이스라엘의 한 언론인인 미쉘(Michael)은 한국 오마이뉴스 주최 세계시민기자포럼에 극적으로 참석했다. 불과 3일전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는데 된 것이다.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오마이뉴스를 접한 미쉘은 불과 몇 초 만에 이스라엘 오마이뉴스 창간을 결심했다. 이스라엘에 돌아온 미쉘은 반년간의 준비작업 끝에 이스라엘판 오마이뉴스 <스쿠프>를 창간했다.

그해 여름, 창간 6개월 만에 발발한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은 <스쿠프>를 전국적인 네트워크에 올려놨다. 매일 수백 발씩 낮밤을 가리지 않고 날아오는 헤즈볼라의 로켓포가 자기 집 앞에 떨어지면 취재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시민기자들은 이미 <스쿠프>에 기사를 날려버렸다.

<스쿠프>는 창간 1년 6개월 만인 현재, 이스라엘 3대 인터넷 웹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예루살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핫뉴스의 생산지다. 이 작은 도시에 파견 나온 특파원 수나 크고 작은 국제회의 횟수가 워싱턴과 같다. 중동 분쟁의 핫뉴스는 곧 안방뉴스이고 안방뉴스는 곧 국제뉴스로 전해진다. 뉴스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예루살렘에서 컴퓨터 몇 대로 시작한 <스쿠프>는 그간 기성언론에 지배되어 온 이스라엘의 국민들을 시민저널리즘의 매력에 빠지게 했다.

국방 외교 안보 등 늘 긴장감 있는 뉴스에 찌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기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창간 1년 6개월 만에 이스라엘의 주요 웹사이트로 성장한 것은 물론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다만 인구 7백만의 작은 나라에서 히브리어 뉴스를 다루는 만큼 제한된 독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시민저널리즘을 구현한다는 실험은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를 모델로 창간한 <스쿠프>

<스쿠프> 창업자인 미쉘과 편집장 요씨와 인터뷰를 했다. 사무실이 자리한 곳은 예루살렘 최대 번화가인 킹조오지 거리 21번지, 건물 옥상에서 구 예루살렘성이 훤히 보이는 거리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제법 넓었다. 초 단위로 인터넷 작업을 하던 마이클과 요씨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 <스쿠프>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어떻게 출범했으며, 창간 목적은 무엇인가.
"2006년 2월 한국의 오마이뉴스를 모델로 창간했다. 시민들이 참여해 뉴스를 만든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2년 전 3일전에 극적으로 오마이포럼에 참여하게 되었고, 단 1분만에 창간을 결정했다. 전문적인 뉴스가 보편적인 이스라엘에서 시민저널리즘을 적용한다는 것은 많은 딜레마가 있지만, 전문적인 뉴스 사회에서 개인적인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현재 <스쿠프>에는 1300여명의 시민기자들이 있다. 인구 7백만에 비하면 적지 않다. 기자 중에는 컴퓨터 게임 기사를 쓰는 8세 아이부터 건강기사를 쓰는 75세 노인까지 다양하다. 우리 신문에는 아랍인들까지 참여하는데, 기존 뉴스권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중간 이하 또는 소외계층의 사람들도 기사를 올린다. 이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스쿠프> 자체를 광고해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참여해 오고 있다."

- 레바논 전쟁이 <스쿠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좀더 자세하게 얘기해 달라.
"창간 6개월만에 맞은 레바논 전쟁은 세계적으로 큰 사건이었다. 많은 시민기자들이 기사와 사진을 보내왔다. 그들이 주변에서 본 것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는데, 기존 대형 언론사라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사와 정보가 우리에게 전해졌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매일 수 백발씩 떨어지는 로켓포는 시간과 장소를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현장에 살고 있던 시민기자들은 전문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스쿠프로 기사를 날렸다. 약 32일간의 레바논 전쟁은 우리에게 큰 기회였다.

레바논 전쟁 전에는 올라오는 기사 건수가 15건 내외였는데, 레바논 전쟁 이후 평균 25건 정도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기사 건수 보다 방문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예를 들어, 전쟁 전에는 월 평균 20만 정도가 방문했으나 레바논 전쟁을 계기로 월 평균 50만명 정도로 늘었다. 창간 1년6개월 되었는데 현재 이스라엘의 3대 웹사이트 중 하나로 성장했다."

- 당신들의 사이트를 뉴욕타임스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와 구별지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뉴스를 전하는 것이다. 기존 뉴스는 자본가나 경영진에 얽매어 있고 피라미드 같은 편집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뉴스로 싣고, 우리가 싣고 싶은 것을 싣는 것이다. 일반 언론은 발행인이나 회사의 의도를 갖고 취재하고 편집하지만 우리는 의도가 없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해도 기자가 묻고 싶은 것을 묻고 기사로 나간다. 아마도 기존 뉴스에서 다루거나 캐낼 수 없는 것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쿠프>의 뉴스를 훔쳐가는 언론사도 있다

- 사이트가 출범한 이후 시민 저널리즘은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으며, 주류 매체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가?
"우리는 출발과 함께 주류 매체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예로, 전 수상이며 현재 이스라엘 정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인 네탄야후 전 수상이 우리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은 기사는 물값 상승에 관한 기사로 2만여명이 읽었고, 정치인 부패에 관한 기사에서는 550여개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우리가 대응해 나가는 언론집단으로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우리의 뉴스를 훔쳐가는 집단이다. <스쿠프>의 컨텐츠를 자신들의 것으로 도용하거나, 보충 취재를 통해 자신들의 기사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기사는 시민기자 특유의 기사로 금세 절도범을 가려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이스라엘 최대 신문 중에 하나인 <마아리브지> 신문사 건물 앞에서 우리 시민기자들의 항의 시위가 있기도 했다. 훔쳐가는 이들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고민중이다.

둘째, 지지자 그룹이 있다. 우리를 인정하고 우리 뉴스를 적극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채널 2> 방송사이다. 우리 시민기자의 뉴스를 요약해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주말마다 편성하기도 하고, 라디오 방송국 중에는 우리의 뉴스를 소개하기도 한다.

셋째, 우리와 적극적으로 뉴스를 제휴한다. 어떤 핸드폰 회사는 뉴스를 핸드폰에 연결해 내용을 배포하기도 한다. 수입도 좋다."

- 편집과정을 설명해 달라. 시민기자들은 어떻게 기사를 올리나? 상근기자들은 시민기자들과 어떻게 협력하는가? 그리고 기사가 받아들여지면 원고료를 지급하는가?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올리면, 우리는 먼저 기사를 보고 기자와 대화를 한다. 그리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 우리가 직접 관계 기관이나 사람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기사의 신용을 높인다. 우리는 매 기사마다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매 기사마다 포인트를 준다.

기사원고료 대신 포인트 적립해 상품을 준다

그리고 포인트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거기에 맞게 상품을 준다. 간단하게는 회사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에서부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다양하다. 시민기자들은 기사로 돈벌기를 원하지 않는다. 시민기자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기사가 실린 <스쿠프> 자체가 자부심이다.

시민기자 관리는 주로 전화를 한다. 그리고 3-4주 가격으로 지방과 도시를 순회하면서 시민기자들을 만난다. 지난 2월에 첫 시민기자들 모임을 가졌고 이후 계속 시민기자들을 만나 격려하고 도움을 준다. 지난 4월에 가진 첫 시민기자 포럼 때는 전국의 시민기자들이 참여했고 뉴스전문 <채널10>의 유명인사가 발제를 맡아주었다. 시민저널리즘의 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기회가 되었다.

- 편집부는 시민기자들 기사의 공정성, 균형성, 정확성 등을 어떻게 담보하고 유지하는가.
"쉽다. 보내온 기사들 중 10-20% 정도는 기사화 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확성이나 균형이 없는 기사는 올려지지 않는다. 편집담당자는 기존 뉴스권에서 활동한 기자출신으로, 뉴스의 진위 및 공정성을 유지하는 확인절차를 밟은 다음 기사에 올린다. 지금까지 수 천의 기사가 올려졌지만 아직 법적인 소송이나 문제가 없었다. 성공적이다. 우리는 보험을 들고 있는데 우리 재정의 많은 부분이 보험료다. 보험회사는 우리 기자는 시민기자로 많은 위험 요소가 있어 그 상응하는 보험료가 높다는 것이다."

- 당신은 시민 저널리즘의 기본을 구성하는 주요 원칙이나 이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확성이다. 시민기자가 기사를 올리면 그 기사는 사실이며 정확해야 한다. 또한 시민기자의 특유의 독특한 내용이 있다. 이것이 우리의 생명이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스쿠프>는 그 주류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나 주류가 관심 가져주지 않는 내용을 전한다."

- 당신은 (자본, 권력, 경영 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시민 저널리즘의 주요 특징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독립성은 어떤 것들을 수반하는가.
"독립성은 중요하고 시민저널리즘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취재에 설령 의도를 주입한다 해도 시민기자의 독특한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이다. 그렇기에 광고주에 의존할 우려가 있는데, 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일전에 한 시민기자의 기사가 우리 광고회사와 관련된 것으로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광고주가 항의해왔지만 우리는 타협을 거절했다. 다행이 계속 광고를 의뢰하고 있다."

-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가.
"광고, 배너, 구글 등이 우리의 모델이다. 그리고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컨텐츠를 파는 것이다. 시민기자들이 생산하는 뉴스는 기존 회사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등에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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