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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카트을 가공하는 프레스, 양 측면에 광전자식 방호장치가 없다.
쇼핑카트을 가공하는 프레스, 양 측면에 광전자식 방호장치가 없다. ⓒ KBS
해당 작업은 작업물이 커서 두 손으로 카트 부품을 들고 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손이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부품이나 기타 조력자의 손이 들어갈 수 있고 이때 기계를 정지시킬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 작년 한 해 동안 현장에서는 4574건의 절단사고가 있었다. 대부분 프레스 등에 의한 손가락 절단 사고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로봇으로 용접을 하고 나서 보강용접을 하는 작업장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용접작업이 있는 작업대에는 용접흄을 빨아내는 국소배기장치는 없거나 또는 있어도 그 형식이 맞지 않았다. 차라리 우리 동네 고기구이 집의 그것이 더 쓸 만할 것 같았다. 형식과 성능이 부실한 만큼 방진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역시 생략되었다.

박준형씨에게 용접흄 작업시 반드시 필요한 방진마스크(1급 이상)를 지급하지 않았다
박준형씨에게 용접흄 작업시 반드시 필요한 방진마스크(1급 이상)를 지급하지 않았다 ⓒ KBS
나레이터는 '완전무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보안경 그리고 보안면과 불꽃방지포만이 용접작업시 개인보호구의 전부는 아니다. 용접흄은 미세한 먼지이다. 용접시 뜨거운 열에 기화된 금속은 공기 중에서 급속히 식으면서 응결되는데 이때 극도로 작은 입자가 된다. 미세하다는 표현으론 좀 부족하고 거의 나노입자가 된다. 용접흄의 평균 입자크기의 범위가 0.01~ 2.0㎛인데 이 정도 크기면 폐포까지 도달할 수 있고 용접공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직업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제 하이라이트인 출하작업을 소개할 차례다. 작업은 지게차 포크로 쇼핑카트를 컨테이너 트럭으로 올리는 작업이다. 두 사람이 양쪽에서 카트를 잡고 올리는 모습이 너무도 위태롭게 보인다. 특히 포크 바깥쪽에 서있는 사람은 불과 한 발자국만 뒤로 밀리면 추락할 판이다. 해마다 지게차 포크나 파레트를 작업대로 이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듯 모두들 태연하다.

지게차는 화물을 운반하는 기계로 포크에 화물 외에 사람을 올려서는 안 된다. 부득이 지게차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전용 작업대를 사용해야 한다. 전용 작업대란 추락재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난간과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는 전용 포크 삽입구를 갖춘 작업대를 말한다.

안전조치 없이 지게차 포크를 이용해 카트를 트럭에 싣고 있다
안전조치 없이 지게차 포크를 이용해 카트를 트럭에 싣고 있다 ⓒ KBS
불과 15분간 방영된 ㈜삼보에서의 현장 체험, 그 짧은 순간에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회사가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던 '소비자 안전'은 결국 물건만을 팔기 위한 방편이었단 말인가? '소비자 안전' 그리고 '친환경'은 결국 '생명존중'과 다름 아닐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이 빠진 그것이라면 얄팍한 장삿속에 지나지 않는다.

직원들의 작업환경에 늘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그 회사가 과연 소비자 안전과 친환경을 도외시할까?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일과 건강>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산업안전#산업재해#프레스#중소기업#용접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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