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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9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도 끝내 타결됐다. 이번에도 미국쪽 요구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대신 한국쪽은 일부 조항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고,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등에 대한 미 행정부의 협조를 얻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협상도 미국의 통상법 일정에 떠밀리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의겸 수렴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양국은 오는 30일 오전 10시(한국시각 30일 밤 11시)께 미국 워싱턴에서 협정문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 졸속, 퍼주기협상 등 각종 논란속에 진행된 한미FTA 공식협상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노동-환경등 미국쪽 요구 대부분 수용... 일부 요건 강화에 만족

이번 재협상도 미국쪽에서 요구한 내용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미국에서 요구한 분야는 모두 7가지였다. 세부적으로 노동과 환경, 의약품, 안보, 정부조달, 항만안전, 투자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은 노동과 환경쪽이었다. 특히 노동·환경 관련 협정을 위반할 때 적용하는 분쟁해결절차가 미국쪽 요구대로 바뀌게 됐다. 기존 협정문에서는 특별 분쟁해결절차를 밟아서 위반한 나라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제도개선에 사용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일반 분쟁해결절차로 가게 되면, 위반한 나라에 대해 FTA 체결에 따른 관세혜택을 철폐하는 것과 같은 무역보복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일반 분쟁해결절차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은 "양국 정부가 분쟁 당사자이고, 정부의 노동.환경 관련 법 제도가 분쟁 대상"이라며 "분쟁해결 절차에 앞서 정부 간 협의를 하고, 무역과 투자 입증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의 98년 선언에 들어있는 결사의 자유 등 8가지 핵심 내용도 협정문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국내 노사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안보' 등 미국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도 여전

환경쪽에선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등 7개 다자환경 협약의 의무 이행을 위한 국내 법령 및 조치를 채택하고 집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 관련 국제협약 가운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나 '생명안전의정서에 관한 협약' 등은 빠졌다. 이들 협약은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가입했지만, 미국만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협약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들 협약을 애초부터 이번 재협상 제안에서 뺐었다.

의약품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는 한미FTA의 의약품 관련 조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 협정과 공중보건 선언에 따른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 합의했다.

이 단장은 "이것은 에이즈(AIDS) 등 전염병이 나돌 경우 의약품의 지적재산권에 구애받지 않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복제약을 만들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제약 시판허가와 특허 연계 이행의무도 협정 발효 후 18개월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논란이 컸던 투자자-국가소송제에서 '필수적 안보'에 대해선 예외조항을 인정하자는 미국쪽 요구도 받아들여졌다. 9.11 테러에 따른 미국내 안보상황을 FTA에도 반영한 것. 문제는 '안보'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고, 미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밖에 미국 투자자의 역차별 금지선언 규정 등도 그대로 채택됐다.

재협상 협정문 공개도, 검증도 없이 초고속 통과 논란

정부는 이번 재협상에서 미국쪽이 우리쪽 요구를 상당히 수용했다고 평가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쪽이 우리쪽 요구를 상당히 수용했고, 이에 따라 추가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협정문 일부 조항에 대한 요건을 강화한 것 이외에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 문제에 대해 미 행정부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또 일반인의 미국 비자 면제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조만간 발표한다는 것도 정부는 성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역시 미국 통상법 일정에 밀려 제대로 된 검증이나 타당성 검토, 의견 수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과)는 "사실상 미국이 써 놓은 협정문 수정안을 그대로 받아적어온 것일 뿐"이라며 "협정식 일정에 떠밀려서 졸속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재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협정문 공개나 국회 차원의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자체를 국무회의에 올려 통과시키는 것 자체가 절차상 위배행위"라고 반발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오는 30일 아침 10시(한국시각 30일 밤 11시)께 워싱턴에서 협정문 공식 서명식을 갖는다. 장소는 워싱턴 미 하원 캔넌 빌딩에서 진행되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잔 슈와브 미 무역대표부가 한미 양국을 대표해 서명할 예정이다.

이로써 졸속, 퍼주기, 굴욕협상 등 지난 1년 4개월여동안 각종 논란의 한 가운데 있던 한미FTA 협상이 공식적으로 끝난다. 이제 공은 국회와 국민의 판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미FTA#졸속협상#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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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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