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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안 팔리면 유기농인증 스티커를 떼고 일반 농산물로 팔아야 한다며, 이미 일부 물량이 그렇게 팔리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게 우리나라 유기농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또 며칠이 흘렀습니다. 그리곤 오늘 아침 다시 그를 지켜보던 이웃 농부가 그를 대신해서 게시판에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 | 농부가 보낸 편지 | | | 방울 토마토 생산자를 지켜보던 이웃 분이 게시판에 올린 글 | | | | “방울토마토생산 농부가 있습니다. 그 농부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남다른 의식이 있는 사람입니다. 농부의 가정은 부모님과 본인 부부 자식3명과 남동생(이혼) 자녀 두 명과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습니다.
농촌의 실태를 다 아시겠지만 이 농가도 농가부채가 많아 맘 편히 살지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농가 소득을 올려볼까 하고 방울 토마토를 주문량보다 많이 재배했습니다.
드디어 방울토마토 생산 시기가 되어 생산되었지만, 이미 물량이 넘쳐나서 판로가 막혔습니다. 가락동 경매시장은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해서 경락가를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서울로 보내면 운반비 빼면 수수료 빼면 임금도 나오지 않습니다.
한여름 땡볕 비닐하우스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틈나는 대로 도와주는 아이들과 그들 부부. 눈물인지 땀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번들거림으로 온몸을 목욕합니다.
여러분 가공되지 않은 먹거리(토마토)로 간식거리를 마련해 보세요~!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갈아서 드세요! 건강에 좋습니다. 좀 더 많은 주문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 | | | |
그가 잡을 지푸라기는 아마 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일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일반 농산물이 유기농 농산물로 바뀌어 팔린다며 소비자는 유기농산물을 구입하고도 진짜 유기농이냐고 불안해 하는데, 농부들은 유기농산물이 팔리지 않아 일반 농산물로 둔갑시켜 출하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어렵게 받은 유기농 인증이라는 자랑스러운 마크를 스스로 제거하고 일반 농산물로 팔려나갑니다.
이런 기막힌 현실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반 농산물 가격이 좋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유기농 농산물을 일반 농산물로 판매하면 크기와 모양 빛깔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고, 생산량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일반농산물로 판매하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농민들의 안타까운 현실이야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니 더 할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한국 농업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하는 유기농업조차 희망이 되지 못한다면 농업은 그야말로 절망적입니다.
한 여름 비닐 하우스 안 온도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안에서 땀 흘려 재배한 방울 토마토가 소비자에게 가지도 못하고 또 이렇게 숱덩이만 남은 농민의 가슴에 또 묻히려고 합니다.
유기농 농산물 몸에 좋고 환경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애써 유기농 농사 지어서 농민의 가슴에 대못만 받는다면 유기농이 환경에 좋고 몸에 좋아도 농민에겐 또 하나의 절망의 씨앗에 불과할 것입니다.
농산물은 익으면 반드시 수확해야 하고 수확하면 그때부터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보관도 안 됩니다. 오늘 익은 것 오늘 팔아야 합니다. 유기농 방울 토마토 농민에 가슴에 묻기보다는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드시면 어떨까요?
농민과 상의하여 가격도 최대한 낮췄습니다. 생산비가 보전되고 그나마 하우스를 갈아엎지 않을 정도의 가격입니다. 농민이 내민 지푸라기 같은 희망 지켜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