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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4@자전거는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 진보적 교통수단이다. 운동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성인병을 예방 할 수 있는 탁월한 운동기구다. 이 밖에 또 어떤 용도가 있을까? 지난 5일 자전거의 또 다른 용도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제도화된 정치현장 국회가 아닌 길거리에서 사회적 요구를 외치는 '길거리정치'의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었다. 집회와 시위는 기본 권리이지만 아직 '폭력'이란 이미지가 강해 긍정적인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벌이는 집회와 시위는 그 어디에서도 폭력적인 일면을 찾을 수가 없었다. 또, 긴장한 시위대나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저 몸짓으로 자신의 주장을 홍보하는 평화 사절단(?)이 있을 뿐이었다. 사절단은 '차별철폐'라는 어려운 주제를 자전거에 싣고 다녔다. '차별과 비정규직 없는 경기도 만들기 대행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약 50명의 인원이 힘차게 페달을 밟았던 것. 차별의 핵심에 비정규직이 있다@IMG2@행사를 주최한 것은 경기연대 준비 위원회라는 단체고 추진단체는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비롯한 13개 시민사회단체다. 이들은 7월 3일(화)부터 13일(금)까지 경기 전역을 돌면서 '차별철폐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5일은 경기도 안양지역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날이었다. 오전 9시 30분에 군포시 산본 E-MART 앞에서 집결한 행진 참가자들은 간단한 집회를 마친 후 자전거에 올라탔다.자전거는 1인용이 대부분 이었지만 2인용도 2대 있었다. 2인용 자전거는 나도 꼭 한번 가족들과 타보고 싶은 자전거다. 보관 할 곳만 있었으면 한 대 구입했을 것이다.2인용 자전거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페달을 밟아야 한다. 앞에 있는 사람이 핸들을 잡고 뒤에 있는 사람은 페달을 밟으며 힘만 실어 주면 된다. 물론 뒤에 있는 사람도 핸들은 잡는다. 그러나 그것은 방향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2인용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남녀가 함께 타면 남남이라도 연인처럼 느껴지고 딸과 아빠가 함께 탄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부녀의 모습이 된다. 난 10살짜리 딸과 함께 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 @IMG1@차별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은 나쁜 것이다’라고 대답 한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은 만들어 지고, 우리 스스로 행하기도 하고, 알면서 당하기도 한다.차별의 문제는 어느 특정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다. 특히, 사회 제도적으로 만들어 지는 차별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맞물려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핵심에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차별의 대명사가 현재 비정규직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참가자 사람 중에는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 땅에 왔지만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일을 도맡아서 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차별' 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의 고용 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적정 규모의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 고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 허가제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공장과 허가된 일정한 장소를 벗어날 수 없다. 또, 3년이 지나면 쫓겨나고 만약 이것을 거부하면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혀 강제로 추방당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도 중요한 이슈. 학교에서, 일터에서, 거리에서 장애인의 존재는 무시당해 왔다. 사회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이 있을 수 있는 곳은 사회가 아니라 집구석과 일부 장애인 시설뿐이었다. 비정규직 차별의 본거지 '뉴코아'를 향해@IMG3@이러한 차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싣고 자전거는 안양 지역을 누볐다. 오전 9시 30분에 산본 에서 출발한 자전거 행렬은 군포 공단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차별철폐'의 중요성을 땀과 정성으로 시민들에게 알렸다. 마침 이슬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이따금씩 소나기도 내렸지만 차별철폐란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자전거 행렬에게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12시 30분에 '케피코'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케피코는 군포시에 위치한 자동차 전자 부품업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안양 평촌 뉴코아 아울렛 백화점 앞으로 이동했다. 평촌에 있는 뉴코아 아울렛은 전국 뉴코아 아울렛의 본점이다. 자전거 대행진 참가자 들은 오후2시 30분에서 3시 30분까지 이곳에서 집회를 했다. 이랜드 계열인 뉴코아 아울렛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사실은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악법 이란 것을 고스란히 증명해 주고 있다.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화'라는 비정규직보호법안의 핵심조항을 피하기 위해 47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집단 해고했다. 특히 집단해고는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왔다. 때문에 참가자들이 이곳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1시간 동안 소리 높여 외친 것.집회이후 잠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오후6시부터 평촌 뉴코아 부근인 범계역에서 비정규직 문화제를 개최했다. 문화제의 주요 내용은 풍물패의 길놀이, 뉴코아 노조 율동패의 율동공연, 그리고 제일 레미콘 노조 문화부장의 섹스폰 연주 등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그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일중의 하나가 '차별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은 몸을 괴롭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도 황폐하게 한다.또, 차별을 받는 사람의 인격을 파탄시켜서 결국은 차별에 의한 차별을 낳게 된다. 누구에겐가 차별을 당한 사람이 자기가 당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차별을 주기 때문이다.때문에 '자전거 대행진' 참가자들의 주장대로 이 세상의 모든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에 '차별철폐'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비를 맞으며 페달을 밟는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굳이 폭력성을 동반하지 않아도 '길거리 정치'에 귀 기울이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주장을 알리는 시위 문화가 정착된다면 자전거는 평화를 싣고 달리는 진보적 교통 문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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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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