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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후면 녀석이 지나갈 것이고,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녀석들은 도로 위를 날아 뛰어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잽싼 걸음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움직이려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빵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그러자 이쪽을 한 번 보는가 하더니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거였다. 그래서 출발하려고 가속기를 밟으려는데 … 아 그만 올렸던 발을 내려야 했다. 꼬마들이, 새끼들이, 꺼병이들이 줄이어 나오는 게 아닌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모두 여덟 마리였다. 어릴 때 예쁘지 않은 동물이 있으랴마는 마치 갓 태어나 첫걸음마를 떼는 병아리들처럼 한 줄로 늘어서서 나란히 걸어가는 꺼병이(꿩의 새끼)들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건너편을 보니 어미까투리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차가 오지 않을 때를 골라 도로를 건너가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내 차가 왔고. 그냥 지나쳐가기를 바랐는데 섰고. 어미의 뒤에는 새끼들이 딸려 있었고. 도로를 건널까 말까 판단하기 어려웠을 때 클랙슨이 울렸고. 어쩔 수 없이 날아야 했지만 새끼들이 걱정돼 바로 도로 건너편에서 마음 졸이며 이쪽을 바라보았으리라.
순간적으로 비상스위치를 눌리면서 뒷거울을 보았다. 차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았다. 제발 이들이 무사히 지나갈 때까지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다. 오르막길은 직선도로라 뒤에서 앞을 볼 수 있지만 반대쪽 내리막길은 바로 굽이길이라 앞을 볼 수 없으니 대부분의 운전자라면 브레이크 밟기보다는 그냥 치고 나갈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원래 차 통행이 적은 덕인지 기도의 덕이었는지, 다행히 꺼병이들이 무사히 건너자마자 트럭 한 대가 쏜살같이 내려왔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맞은편을 보니 이미 길섶으로 다 들어가선지 보이지 않았다.
어제 텔레비전에서 네 살짜리 남자 아이가 한 달 동안 버려져 썩어가는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아이의 사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머니가 자물쇠를 채운 채 아이 혼자만 두고 나갔기에 영양실조 때문일 거라는 진행자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오는 길에 보았던 어미까투리의 모성이 떠올랐다.
하찮은, 정말 하찮은 미물이지만 제 새끼가 혹 위험에 처할까 안절부절못하며 길만 주시하던 그 간절한 눈을 떠올리자 우리 인간이 그 하찮은 미물에게조차 못 미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그만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덧붙이는 글 | 그림은 현대청운중학교 김태현 선생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어제 사진기가 없어서 찍지를 못해 그 상황을 얘기해줬더니 그려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