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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4일 150여 명의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경선전과 관련한 자제를 촉구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홍준표 고진화 후보등이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미친 넘, 기자가 심판이라고…."

현직 기자들이 잇달아 대선 후보 캠프로 직행하고 있는 것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조선일보> 진성호 '이명박 캠프' 합류)에 실린 댓글 가운데 하나다.

'심판이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는 꼴'이라고 언급한 기사 내용이 화근이었다. '기자들이 심판 그만둔 지 언제인데, 지금까지 심판 타령이냐'고 날을 세운 댓글이었다. 기자들, 나아가 언론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읽힌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한다. 진성호 전 기자도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문제 토론에는 단골로 얼굴을 내밀던 보수언론의 '대표주자' 아니었던가. 언론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방패삼아, 혹은 무기삼아 정부의 언론 대응을 그렇게 공박했던 그가 어느 순간 이명박 캠프로 점프했다.

비단 그 만이 아니다. 어제까지 워싱턴 특파원 하던 기자가, 사설과 칼럼을 쓰던 논설위원이, 신문 제작을 총지휘하던 편집국장이 곧장 대선 후보 참모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언론사 사장만 가면 다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놀랄 일도 없겠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이제는 최소한의 체면도, 위선도 팽개치기로 한 듯하다. 일부 신문들의 행태 또한 마찬가지다.

'검증은 이제 그만' 합창하는 조·중·동

▲ <중앙일보>의 기명칼럼 '권력의 비늘을 떼라'
ⓒ <중앙일보> PDF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6일까지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5개 신문의 한나라당 경선 후보 관련 기사를 분석한 결과도 그 단적인 사례의 하나다.

이른바 조·중·동은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의 의혹 검증보다는 그런 의혹을 제기한 '정보 유출 논란'에 더 힘을 쏟았다. <경향>과 <한겨레>가 어렵사리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 조·중·동이 재빨리 보호막을 펼쳐드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어제 오늘 이들 신문의 지면만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앙일보> 문창극 주필은 오늘(10일) 기명 칼럼('권력의 비늘을 떼라')에서 한나라당 두 후보에게 "이제는 검증보다 협력방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왜?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경선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눈을 덮고 있는 권력의 비늘을 떼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창극 주필은 아예 제기된 의혹들의 검증에는 아무런 뜻이 없는 것 같다. 한나라당 두 대선 후보에게 검증은 이제 그만하고, 협력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동아일보> 이규민 대기자는 역시 기명칼럼('검증의 칼'보다 더 필요한 것)에서 검증 문제를 왜 대충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고 소상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그 이유로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과 이중성의 문제를 제시했다.

"가령 국민이 사창가를 애용해 번창하게 해 놓고 도덕군자가 등장해 그것을 고쳐주기 바라는 것처럼 국민은 편법과 탈법에 묻혀 살면서 결백한 정치지도자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수동적 사고방식이다…(중략)…이 나라에서는 일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이규민 대기자는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과연 우리 사회가 잘못된 일, 싫어하는 일 안 하고 살 수 있는 곳인가. 대권을 꿈꾸지 않던 어린 시절부터 미래에 대비해 삶을 원칙적으로 영위해온 순백의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회구조가 편법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돼 있으면서 정치인에 대한 도덕적 기대가 이처럼 높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이규민 대기자는 그래서 이렇게 정리한다.

"지도자를 찾기 위해 검증하는 것은 선거의 필수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의식이 그런 것을 요구할만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국민 스스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 <동아일보>의 기명칼럼 ''검증의 칼'보다 더 필요한 것은'
ⓒ <동아일보> PDF
나라보다 언론이 더 걱정스럽다

<동아> <중앙> 두 신문의 대표 필진들은 한결같이 "검증은 이제 그만"이라고 합창했다. 한 사람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또 한사람은 '나라의 수준을 생각해서' 각각 그러자고 한다.

그러나 진실로 걱정스러운 것은 '이들 신문의 수준'이고, 이들 신문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 불신의 표적이 될 '한국 언론의 미래'다.

#진성호#검증#이명박#언론#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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