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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오니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 딸아이가 편지 하나를 내민다. 워낙 잔정이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편지를 써 주는 녀석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받았는데 작은 종이지갑이 하나 끼어 있다.

▲ 문제의 200원과 편지
ⓒ 김소라

편지의 내용인즉 그동안 고생했으니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나? 작은 종이지갑이 선물이구나 하고 열어본 순간 그 안에 들어 있는 또 하나의 쪽지와 100원짜리 동전 두 개!

엄마는 그동안 언니와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뭐든 다 사줬지만 저는 해 준 게 없어 200원을 드린다는 것이다.

▲ 활짝 웃는 미소천사
ⓒ 김소라

혼자서 뭔가 골똘해 있을 때 몰래 가서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엄마 아빠에게 줄 편지를 쓰고 있는 녀석, 때론 제가 어른인 양 우리 부부를 챙기는 녀석의 마음씀이 고맙고 사랑스럽기만 했는데 이처럼 현금 200원으로 내 마음을 온통 사 버리는 재주가 있을 줄이야.

▲ 엄마에게 책을 읽어드려요
ⓒ 김소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전을 챙기고 종이지갑을 접고 그 안에 넣을 쪽지를 적으며 깨나 뿌듯해 했을 아이 모습을 떠올리니 입가엔 미소가 마음엔 감동이 물결친다.

▲ 그동안 받은 편지들 중 일부
ⓒ 김소라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라며 세상 걱정 혼자 다하는 것처럼 무슨 일이 생겨 엄마와 헤어질까 지레 걱정하고 이내 눈물을 글썽이는 감성적인 아이. 내가 집안일을 할 때면 옆에 붙어서 "엄마, 힘들지? 엄마, 불쌍해. 내가 다 할게"하며 말로라도 거든다.

갖고 싶은 걸 사 주려고 하면 엄마 돈 아깝다며 울먹이다가 "엄마 카드로 낼 거야"하면 금세 얼굴이 피는 순진한 녀석이다. 그런 아이에게 그동안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의 모습만을 보인 것은 아니었는데. 나를 돌아보며 고맙고 또 부끄럽다.

▲ 하트 속에도 편지가
ⓒ 김소라
때론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저리 여리고 순진해서 어찌할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남들보다 좀 더 나았으면 하는 마음에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의 영리하고 어른스런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간혹 친구들이 자기 아이의 어른스러움과 똑소리 나는 행동을 자랑삼아 이야기할 때 할 말이 없어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그런 친구들에게 당당히 큰소리쳐야겠다.

"니들 자식한테 용돈 받아봤어?"

▲ 티격태격 싸우지만 단짝인 언니와 함께
ⓒ 김소라

2억보다 더 큰돈 200원과 그걸 마음에 담아 주는 아이를 가진 나는 진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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