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홈에버 시흥점 전경. 노동자들의 진입을 우려해 경찰버스가 매장을 둘러싸고 있다.
홈에버 시흥점 전경. 노동자들의 진입을 우려해 경찰버스가 매장을 둘러싸고 있다. ⓒ 김주현
이랜드 노조원 및 민주노총 조합원 등 참석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랜드 노조원 및 민주노총 조합원 등 참석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 김주현
집회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형석씨는 "이랜드 조합원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니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매출제로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남은 것은 박성수 회장이 양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듣고 고집을 꺾는 것뿐이다"며 "벼랑 끝에 몰린 조합원들의 투쟁을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20일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경찰의 진압과정을 지켜본 조합원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랜드가 간판을 내리느냐, 민주노총이 깃발을 내리느냐"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랜드 자본이 간판을 내리느냐, 민주노총이 깃발을 내리느냐의 싸움"이며 "민주노총은 이랜드 자본의 간판을 끌어내리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홈에버의 주인은 박성수 회장이 아니라 여기서 정당하게 집회를 연 우리들이다. 경찰은 빨리 물러날 것을 경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경찰의 확성기에서는 "강제 해산조치 하겠다"는 경고방송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반값이어도 안사요." 집회에 등장한 펼침막
"반값이어도 안사요." 집회에 등장한 펼침막 ⓒ 김주현
발언 이후 허 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허 위원장은 "자본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싸움을 붙이고 있다"며 "이는 같은 노예들끼리 서로 칼싸움을 하게 만드는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내용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20일 경찰의 이랜드 농성 강제 진압에 대해 "정부가 사회 구조 및 경제정책의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권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고 단언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 중앙대, 경원대 등 여러 학교의 대학생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한성실씨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노동 유연화를 위한 것인데 유연하다는 것은 곧 불안정하다는 말과 같다"며 "이는 곧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진다는 말이다"고 지적했다.

또 "홈에버 노동자들의 파업은 불합리한 대우와 해고에 맞서 싸우는 것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망 해체가 불러오는 공공성 약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모든 노동자의 문제이자 사회 전체의 문제인 이상 고착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녀 넷 데리고 나타난 남편...조합원 가족도 함께해

홈에버 조합원 호혜경씨 남편은 자녀 네 명과 함께 집회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2005년부터 일해온 부인이 지난 4월 해고당했고, 복직 판결이 났지만 홈에버에서는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법 자체가 악법"이라며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를 내쫓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우리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할수록 남의 일 같지가 않다. 850만에 이르는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심각한 수준 아닌가. 이번 일로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허구성이 밝혀졌는데도 정부는 숨기기에만 바쁠 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투쟁 중이라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힘들지만 잘못된 것이 고쳐질 때까지 응원할 것이다."

홈에버 시흥점 조합원 김미옥씨
홈에버 시흥점 조합원 김미옥씨 ⓒ 김주현
2004년부터 홈에버 시흥점에서 근무한 김미옥(42)씨는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졌다"며 "21개월 동안 근무한 사람을 용역전환 한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비정규직 법안으로 인한 피해가 정규직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최근 홈에버나 뉴코아 아울렛 등 계열사의 매니저들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환배치'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가 사실상 그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매니저들에게 일주일 12시간 연장근무를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 결국에는 정규직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동료들이 몸부림치며 끌려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의지가 더 강해진 이상, 이랜드 악질 자본을 몰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한편, 이날 홈에버 내 점포 업자들은 집회 저지를 위해 등장해 전경들과 대치를 벌였다. 집회에 참석한 김미선 고대의료원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대량해고한 박성수 회장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며 입점 점포 업자들의 항의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김 지부장은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 투쟁이 잘 끝나느냐에 따라 비정규직법안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매장 점거를 우려해 4개 중대 400여명을 매장 주변에 배치하고 출입을 막았다.

덧붙이는 글 | 김주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