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외신 등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자 피랍자 가족들은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특히 정부 관계자로부터 '걱정 마시라'는 말을 전해듣고는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석방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피랍자 가족들은 탈레반 무장세력이 제시한 협상 시한인 24일 밤 11시 30분까지 서울 서초동의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TV를 틀어놓고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과의 협상 소식을 지켜봤다.
25일 새벽 0시 30분경, 피랍자 가족들은 밝은 표정으로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서 나왔다. 피랍된 서명화·서경석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씨는 "아직 협상 중이지만 정부가 걱정마시라고 말했다"며 모처럼 웃음을 띄었다.
서씨는 "탈레반이 피랍자 8명의 석방을 준비한다는 보도는 정부에서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좋은 징조 같아 안도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차성민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장도 "지금까지 보도된 것 중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사실은 없다"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답했다. 차 위원장은 "협상시한이 지났지만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가족들은 이 소식을 듣고 귀가했고 오전 10시경에 다시 이 곳에 모여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랍자 가족 중 몇명은 협상이 급진전할 것에 대비해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후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피랍자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보도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 시한인 밤 11시 30분 탈레반 측이 피랍 한국인 8명 석방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에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피랍자 가족들의 표정은 모처럼 밝아졌지만, 여전히 신중했다.
한 가족은 "외교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적이 없다, 모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성민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원장도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부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