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에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국시각으로 27일 오후 3시 30분경 현지에 도착했다. 26일 오전 11시 30분 인천공항을 떠난지 28시간만이다.
배형규 목사가 피살되고, 탈레반쪽에서 협상만료시한을 이날 오후 4시 30분으로 설정했다고 알려지는 등 등 현지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인물이 직접 현지에 갔다는 점에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낼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카르자이 대통령을 비롯해 아프간 고위인사들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이미 현지에 파견된 조중표 외교부 차관이 현지에서 종합대책반을 꾸려서 상황을 지휘하고, 백 실장은 아프간 고위 정부와의 접촉을 맡게 된다고 밝혔지만, 현지 대책반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백 실장의 어깨에 더 큰 하중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백 실장이 현지 대책반으로부터 보고받을 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그가 현지 상황을 전반적으로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백 실장은 특히 현재 탈레반 측 핵심 요구사항이자, 협상의 최대장애물인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들의 교환문제에 대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탈레반 측도 백 실장의 현지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백 실장의 특사파견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해결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육군 준장 출신인 백 실장은 세종연구소 소장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해 12월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았다.
청와대 "임현주씨 인터뷰 허용, 다른 의도 가능성"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피랍자 중 한 명인 임현주씨의 미국 CBS인터뷰에 대해 "무장단체측이 인터뷰를 허용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측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심리전'차원에서 임씨의 인터뷰를 허용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천 대변인은 또 "임현주씨로 추정되는 인터뷰가 나왔는데, 그는 아프간에 3년동안 체류했고 딱 한 번 양팔이 없는 소년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에 왔었다고 한다"면서 이처럼 피랍자들은 아프간에 봉사하기 위해 간 사람들인데 이들을 피랍한 것은 종교와 국적 떠나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피랍자들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납치기간이 장기화되고 여성이 많기 때문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서 "의약품과 식량전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아사히 신문과 중국 신화사 통신 등의 '피랍자 일부 석방 가능성'보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정부는 탈레반측이 협상만료시한을 오후 4시 30분으로 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후 3시에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을 논의하고 있다.
다음은 이날 오후 2시 30분천 대변인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임현주씨는 인터뷰에서, 여성 피랍자 18명과 남성 피랍자들이 분리돼 있다고 했는데, 아프간 대변인은 11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고 한다. 건강문제도 말이 다른데. 정부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할 것이다. 인터뷰 자체도 무장단체가 여러 가지 가능성 놓고 허용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건강문제 현재까지는 큰 어려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납치기간이 장기화되고 대부분이 여성이라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피랍자들에게 의약품과 식량전달을 추진하고 있다.
-의약품, 식품 전달 등 무장단체도 수용한 것인가.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백종천 실장 언제쯤 도착하고, 어떤 일정으로 활동하나.
"(한국시각으로) 곧 도착할 것으로 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대통령 특사인 만큼 아프간 고위급인사들을 만날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고 있고, 대통령 안보보좌관, 지역 안보책임자 등을 만날 것이다.
현지 상황은 현재까지는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
-일본 아사히 신문과 중국 신화사 통신 등은 피랍자 일부가 금명간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티모시 키팅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아프간 사태 발생 직후에 한국 정부가 신속하게 요청을 했으면 미 중부군 사령군이 신속하게 대응을 했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처음 듣는 말이다. 배경과 전후 맥락을 잘 모르겠다. 지금 답변드릴 게 없는데, 필요한 협력은 다 하고 있다."
-백종천 실장이 현지에서 탈레반과 직접 대화를 할 계획이 있는지. 인질 사태 장기화됐을 때 장단기 계획을 밝혀 달라.
"백 실장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특사다. 이미 조중표 차관이 현지에서 종합대책반을 꾸려서 상황지휘 하고 있다. 물론 직접 협상하는 것은 아니다. 백 실장은 아프간 고위 정부와의 접촉을 맡게 된다. 물론 대책반으로부터 보고받을 일도 있을 것이다.
대책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