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이명진), <프리스트>(형민우), <천추>(김성재), <궁>(박소희), (이영유) 등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리 만화들.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서울캐릭터페어 2007(7/25~29) 행사 기간 동안 우리만화의 지금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름 하여 '우리만화 사랑터'.
한국만화출판협회(회장 황경태)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이 주최하고,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 국내 20여 개 만화출판사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 '망가'와 함께 아시아 만화 양대 브랜드가 된 한국 '만화(Manhwa)'의 현주소를 살피는 한편, 빌려보거나 불법 스캔하는 것에서 벗어나 만화를 사보는 문화를 기르자는 취지의 캠페인이 함께 진행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행사 기간 끊이지 않았던 만화가들에 대한 사인공세. <프리스트>의 형민우, <천랑열전>의 박성우 등 행사기간 내내 8명의 인기 만화가들이 이곳 행사장을 다녀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행사장 한쪽에 큼지막하게 마련된 '추억의 만화가게'에서는 1000여 권의 인기작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만화책에 심취한 시민들로 자리는 늘 만원이었다.
또, 세계 지도 곳곳에 진출해 있는 우리만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만화, 세계로 세계로', 만화가들의 원화를 감상해볼 수 있는 '인기 만화 원화전' 등의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서는 우리만화를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으며, '우리만화 캐릭터 딱지놀이', '우리만화 빙고게임'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도 열렸다.
그 생생한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 | "만화 마음껏 사볼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세요" | | | [인터뷰] '우리만화 사랑터' 찾은 양은지(서울 안천중 3년)양 | | | |
| | ▲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양지은 양(오른쪽). | ⓒ홍지연 |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대부분의 어른들이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 가까운 데서 만화를 구해볼 수 없고, 그래서 만화시장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요?"
만화 <원피스>의 '쌍디’ 캐릭터로 멋지게 변신 성공! <위치헌터>의 만화가 조정만을 좋아하고, 장래희망은 애니메이터라 당당히 밝힌 양은지양을 28일 '우리만화 사랑터'에서 만났다.
행사장에서 도착해 맨처음 한 것은 우리만화에 대한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일. 공부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 동호회('다음 코스프레 동호회')도 참여하고, 용돈을 쪼개 만화를 구해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만큼 양 양의 만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런데 정작 원하는 만화를 쉽게 구해볼 수 없다는 것. 양양을 속상하게 하는 일이다.
"대여서점이 줄어든다더니 요즘엔 더 늘어나는 듯해서 만화 팬으로서 좀 속상하죠. 그런데 만화를 사려면 한 번 큰 맘 먹고 시내까지 나가 구해야 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만화책을 사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만화책이 눈에 쉽게 띄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만화를 절대 '애들용'이 아니라며 똑 부러진 주장을 펼치는 양 양에게서 우리만화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제가 좋아하는 조정만 작가님을 비롯해 여러 만화가분들, 힘내세요! 우리만화 파이팅!"
/ 홍지연 | | | | |
| | "'의식전환'만이 총체적 난국 이길 수 있어요" | | | [인터뷰] ‘우리만화 사랑터’에서 사인회 한 만화가 박성우와 신영우 | | | |
| | ▲ 만화가 신영우(왼쪽)와 박성우. | ⓒ홍지연 |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며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세상 어떤 만화가도 마찬가지. 28일 '우리만화 사랑터'에서 사인회를 막 마친 만화가 박성우와 신영우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각각 <천랑열전>, <키드갱> 등의 인기작을 배출하며 해외무대 진출은 물론 드라마 원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기작가들. 그러나 진짜 소망은 만화를 그리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지내고 싶은 것. 짐짓 소박하고도 결코 소박하지 않은 소망을 드러낸다.
이들 앞에 '얼어붙은' 만화판매시장이 놓여 있기 때문. 날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스캔만화까지 대체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를 '총체적 난국'에 가슴 쳐보지 않은 만화가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불법스캔만화로 해당 작품의 인기를 가늠해보기까지 하는 현실에 기가 찰 뿐이다. 박성우 작가는 "갓 데뷔한 신인들은 은근히 자신의 스캔만화가 돌길 바라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더욱이 불법적으로 이용당하는 자신의 작품을 일일이 다 찾아내고 대응하기는 분명 어려운 노릇. 현실을 녹일 만한 최선책은 독자들의 의식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올바른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지금에 와서 인위적으로 바꾸는 일도 만만치 않고요. 시장만 잘 형성된다면 숨어 있는 '실력자'들도 더 많이 나타나고, 그러면 우리 만화계도 더욱 풍요로워지겠죠."(박성우 작가)
"작가, 편집자, 독자의 인식이 각각 바르게 서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행사들도 자꾸 벌이다 보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만화 위상은 많이 높아졌는데 실수익은 나지 않는 것 같고, (만화에 대한 비전을 발견할 수 없어) 만화를 그리는 후배들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100명의 만화가보다는 1000명의 만화가에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우리만화, 많이 사주시고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신영우 작가)
/ 홍지연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