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채를 관람중인 아들의 모습
부채를 관람중인 아들의 모습 ⓒ 김정수

선면화 전시관의 구룡연도는 금강산 구룡폭포의 가을을 담았다
선면화 전시관의 구룡연도는 금강산 구룡폭포의 가을을 담았다 ⓒ 김정수

2007년 4월 개관하면서 필자의 고향인 의령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 일준부채박물관이다. 박물관을 지난 7월 중순에 아들과 함께 다녀왔다.

일준부채박물관은 의령군 가례면 괴진리의 산자락에 목도수목원과 함께 문을 열었다. 수목원의 매표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제일 먼저 과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육각정과 벽천을 지나 벚나무 길을 통과하면 일준부채박물관이다. 이곳은 600여점의 다양한 부채가 전시되어 있는 국내유일의 부채전문박물관이다. 부채의 크기와 모양 등이 아주 다양하다. 손바닥 만한 아주 작은 부채에서 어른 몸통만큼 아주 큰 부채도 보인다. 부채를 만드는 재료도 종이를 비롯해 꿩이나 홍학 등 새의 깃털, 비단, 거북 등껍데기 등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강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창강조어도
강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창강조어도 ⓒ 김정수

박물관은 2층 규모로 모두 4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1층의 선면화전시관에는 선면화 부채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김홍도 등 당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화조도, 산수화, 달마도 등 옛날 그림이 그려진 부채에서 선조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

선면화 부채는 얼굴을 가리거나, 판소리에서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하나의 생활도구였다. 선면화 부채는 부채살과 손잡이가 없고, 부채의 재료로 쓰일 부분만큼 종이를 자른 후 그 위에다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부채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구룡연도'였다. 홍순인(1888~1962)선생의 작품으로 단풍이 든 금강산의 구룡폭포 가을 풍경을 부채에 그려 넣었다. 부채에서 폭포의 바람이 불어오니 얼마나 시원할까?

부채박물관의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전시된 다양한 부채들
부채박물관의 1층과 2층 계단 사이에 전시된 다양한 부채들 ⓒ 김정수

2층의 제1전시실인 조선유물전시관은 조선시대 부채 100여 점에서 조선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는 억불숭유정책의 시대다 보니 유교적인 화풍의 부채들이 주로 보인다. 제2전시실은 근·현대 전시관으로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청정, 이상법, 변관식, 남농 선생 등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근·현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부채인 채색접선
프랑스 부채인 채색접선 ⓒ 김정수

제3전시실은 일본과 중국, 유럽의 다양한 부채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대변하고 있다. 중국 송나라말까지 유행했던 둥글부채, 명나라 때 유행했던 접부채 등 조선과는 또 다른 모습의 부채들이 새로운 바람으로 다가온다.

부채 앞에 서서 눈을 감으면 바람이 느껴진다. 조선시대의 바람과 일제시대의 바람, 대한민국의 바람을 정확하게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600가지 바람을 깨우는 일은 관람객의 몫이다. 박물관을 한 바퀴 돌다보면 부채에서 느껴지는 그 바람으로 인해 무더위가 달아난 듯한 느낌이다.

박물관은 매주 화요일 휴관이다. 박물관 건물 아래쪽에 자리한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낭만도 잊을 수 없다. 수목원을 함께 돌아보며 삼림욕을 즐기다보면 자연바람만큼 시원한 바람이 없다. 더위를 피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일본 부채인 원선
일본 부채인 원선 ⓒ 김정수

홍학깃털로 만든 깃털부채
홍학깃털로 만든 깃털부채 ⓒ 김정수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노약자 3,000원
(목도수목원 입장권으로 박물관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문의: 055-574-4458~9, www.mocdosumoc.co.kr

찾아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 -> 의령읍 -> 의령시외버스터미널 -> 가례면 -> 목도수목원 -> 일준부채박물관

맛집
의령읍 중동리 의령군청 근처에 자리한 무학정 식당(572-1755)은 시골장터에서 50년째 쇠고기국밥을 팔고 있다. 무쇠로 만든 가마솥에 순수한 한우고기를 충분히 달인 국물에다 콩나물, 무, 파, 양념 등을 넣어 진한 국물맛과 쫄깃한 고기 맛이 일품이다. 의령식 메밀국수를 맛볼 수 있는 다시식당(573-2514)은 따뜻한 소바·시원한 소바·비빔 소바, 3가지가 있어 입맛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소바는 메밀국수의 일본식 표기.

추천 숙소
목도수목원의 숙소를 이용하거나, 농촌전통테마마을인 산천렵마을(yedong.go2vil.org)의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