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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이 모여 있던 한량들은 군관의 인솔에 따라 모였고 그곳에는 관복을 입은 관리들이 모여 있는 이들의 명부를 뒤적이며 빠진 이가 없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박산흥은 조유만에게 주의를 주었다.

“자네, 이길성이라고 하면 대답하게. 그 친구는 황해도로 간 지 오래인데 아직 명부에는 있을 걸세.”

“알겠네.”

명부에 있는 자들을 대조 후 전립을 갖춰 입은 관리가 한량들이 갖추고 있는 활들을 일일이 살펴보았다. 관리의 눈이 조유만에게 멈추더니 활을 빼앗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보게 자네. 활이 제대로 손질되어 있지 않구먼.”

“손질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유만은 관리가 대충 넘어가 주길 바랐지만 관리의 눈은 조유만이 메고 있는 봇짐에 머물렀다.

“전장에 나가는 이가 무슨 봇짐을 그리 쌌는가? 한번 끌러보게.”

“예......”

조유만이 마지못한 손길로 봇짐을 느릿느릿 풀자 관리는 봇짐을 확 끌러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이게 뭔가? 서책은 왜 가지고 다니는가?”

“그게...... 저...... 과거를 준비중이라......”

관리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조유만을 노려 본 후 서책을 조유만의 발아래 툭 던졌다. 조유만은 서둘러 책을 봇짐 속에 챙겨 넣었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킥킥 웃어 대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책은 왜 가져온 건가?”

지급된 군복을 갈아입으며 박산흥은 조유만을 타박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비웃음을 살 일이었나?”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조유만의 대꾸에 박산흥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거기 이길성!”

푸른 전포를 입은 군관이 활을 잔뜩 든 병사를 대동하고 나서 조유만을 보고 소리 질렀다. 조유만은 자신을 부르는 지도 모르다가 박산흥이 툭 치자 뒤늦게야 관리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활로는 참새도 잡을 수 없으니 이 활을 받게나. 그런데......”

군관은 조유만의 손을 잡아 번쩍 들어 보았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 있지 않구먼. 대체 활은 쏠 줄 아는가?”

조유만이 고개만 끄덕이자 관리는 미덥지 않은 눈초리로 화살을 쥐어 주며 허공을 가리켰다.

“한 번 쏘아보게.”

조유만은 화살을 활에 걸고 깍지를 쥐고서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시위를 당겼다가 놓았다. 화살은 힘없이 날아가다가 불과 몇 걸음을 걸어갈 거리에 툭 떨어졌다.

“나 참! 뭐 이런 자가 있을꼬! 자네 무과를 대비하는 한량이 맞긴 한 겐가? 한심하군! 당장 집으로나 가보게!”

군관이 혀를 끌끌 차며 가버리자 조유만은 박산흥을 보며 한숨을 쉬며 싱긋이 웃어보였다. 기가 막힌 박산흥이 조유만을 타박했다.

“아니 뭐가 좋다고 웃는겐가?”

“강제로 되돌려보내는 줄 알고 조마조마 했지 않았나. 그런데 그냥 가는구먼.”

“어허...... 이 친구 참.”

박산흥은 차라리 그렇게 되는 게 낫다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그 말은 하지 못했다. 벌써 부모를 만나기라도 한 듯 조유만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왜적을 무찌르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더욱 좋지 않겠나?”

“자넨 활질도 못하는데 무슨 수로 왜적을 무찌른 다는 건가? 그냥 있어도 없는 듯 몸이나 잘 사리게!”

박산흥이 더 이상 조유만의 말을 상대하지 않고 윽박지르고 피해버리자 조유만은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움츠러들었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연재소설#최항기#탄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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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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