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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지소 운동과 식육을 소개하고 있는 일본의 한 사이트. (출처: www2.e-komachi.jp/chisan)
지산지소 운동과 식육을 소개하고 있는 일본의 한 사이트. (출처: www2.e-komachi.jp/chisan)
'지산지소'는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 '얼굴이 보이는' '대화 가능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또 신선한 제철 식품구입 가능, 지역별 전통적 식문화를 유지·계승, 농수산물의 수송에 드는 에너지의 절감(푸드마일리지 절약) 및 이로 인한 가격 저하,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애향심 향상, 식료품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식육'은 기존의 3대 교육목표인 지육·덕육·체육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라고 식육기본법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먹을거리)'에 관한 지식과 그것을 선택하는 힘을 길러, 건전한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것이 식육이다.

식육기본법은 국민의 식생활·식습관·식문화의 안전성과 관련해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인식에서 탄생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관계자가 연계, 협력해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간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식육기본법은 먹거리, 먹는 것과 관련한 비상사태선포라 할 수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될 식육추진기본계획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를 정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학교급식에 지역산물의 사용 비율을 2004년의 21%(식재수 기준)에서 30% 이상' 증가시킨다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식육과 지산지소운동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밖에도 전통적인 식문화, 환경과 조화된 생산 등에의 배려 및 농어촌의 활성화와 식료자급율 향상에의 공헌, 식품의 안전성 확보 등에 있어 식육의 적극적 활용 등의 기본방침에서도 지산지소운동과의 연계점을 찾을 수 있다.

지산지소 운동과 식육이 만나는 곳, '학교급식'

일본 초등학교의 급식 모습. 학교 급식에 '지산지소'와 '식육'을 결합 시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초등학교의 급식 모습. 학교 급식에 '지산지소'와 '식육'을 결합 시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 장영미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두 운동이 실제로 어떤 형태로 만나 이루어지는지 몇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지산지소운동의 유형을 보면 직매소, 양판점, 학교급식, 복지시설, 관광, 외식산업, 가공관계, 기타 등이 있다. 그 중 학교급식은 식육을 위한 살아있는 교재이며 지산지소를 실천하는 주요 주체로 활용되고 있다.

① 아이들 밥상은 주걱클럽이 지킨다- 쿠마모토현 가미아마쿠사 초교

쿠마모토현의 시립 가미아마쿠사 초등학교. PTA 어머니부의 주체로 발족한 '주걱 클럽'은 월 1회 각 지구별로 학부모가 모여 아이들이 먹을 한 끼 분의 급식 차림표를 만든다. 이 때 섬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특성을 살려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식육에 더욱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우선 자기집의 식생활과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체크 리스트로 작성해 반성을 거친 후 주식·주반찬·부반찬의 균형을 고려해 차림표를 꾸민다. 한달 후 그 차림표로 급식이 이뤼지는 날 시식회를 열어 학부모들이 실제로 먹어본다. 급식의 양이나 간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시식회는 매우 의미있고 즐겁다.

각 지구별로 단결력이 강해지고, 애정이 듬뿍 담긴 차림표 만들기 경쟁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한 예로 '차림표에 독특한 이름 붙이기'는 매우 재미있다. 음식의 특성이나 해당지구의 이름을 살린 것들이 만들어져 아이들에게도 인기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집의 식사 내용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고, 다른 집의 요리 아이디어를 참고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와 식사에 관해 생각함으로써 가정과 지역의 연계도 깊어지고 있다.

② 왕실에 봉납한 우리 토마토, 자랑스러워- 후쿠이현 유아즈 호텔 후쿠이

후쿠이현 후쿠이시의 주식회사 유아즈 호텔 후쿠이는 '지역에 밀착해 공헌하는 커뮤니티 호텔'이란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하나로 지역의 초등학교에 호텔 요리장이 직접 찾아가 출장조리체험을 진행한다. 이때 그 지역의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

와다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4회 실시한 조리실습의 메뉴는 '코시노 루비의 찬 스파게티'. 요리장은 후쿠이 특산의 미디 토마토 '코시노 루비'로 소스를 만들었다.

'코시노 루비'란 이름은 후쿠이현 출신 작가인 츠무라 세츠코가 명명했으며 왕실에도 봉납하는 품질 좋은 토마토란 이야기를 곁들이면, 아이들은 더욱 후쿠이를 자랑스러워한다. 요리장이 만든 소스를 먹어보고 아이들도 직접 소스를 만든다.

한번 만들어본 것으로 끝나지않고 각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간단하게 레시피를 만들어 나누어준다. 실습이 끝나면 호텔 요리장으로부터 인증서를 받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③ 우리가 직접 만드는 우리 급식- 히로시마현 후쿠토미 정립 쿠바 초등학교

히로시마현 후쿠토미 정립 쿠바 초등학교. '내일부터 급식이 오지않는다면?'

먹는다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먹거리를 만드는 일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4일간 아이들이 직접 급식을 만든다. '교사는 돕지도 조언도 하지않는다' '돈도 쓰지 않는다' '집에서 식재료를 가져오지 않는다' '곤란할 때는 학교지원 자원봉사대에 문의한다'는 4가지 약속 하에 이 연령 혼합반을 편성해 서로 도와가며 급식을 만든다.

돈을 쓰지 않으려면 우선 스스로 논밭을 가꾸지 않으면 안된다. 지역의 베테랑 농부를 객원교사로 초빙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차림표를 만들 때도 지식이 필요하다. 이 때는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은 지역의 여러분들을 초대해 아이들이 만든 급식을 함께 먹는다.

이런 활동을 통해 좁은 학교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저학년과 고학년이 서로 돕는 것을 배운다. 영양관리, 위생관리 등도 물론 처음 경험하는 일. 가정에서도 가사나 먹거리, 환경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위의 사례들은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제창하고 내각부·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이 후원해 '지역에 뿌리내린 식육추진협의회'가 주최하는 '식육 콩쿠르'에 입상한 사례 중 일부다. 아이들의 먹거리 교육을 위해 가정·학교·지역·단체가 연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고, 지역산물을 급식에 활용하여 지산지소를 실천하는 점이 같다.

이외에도 2006년 8월 23일 자 <요미우리 신문>은 아이치현의 코마키시 시립 혼죠 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아이치현의 코마키시 시립 혼죠 초등학교(590명). 4학년의 종합학습 시간의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단원은 건강에 좋은 음식과 재료에 대한 지식을 깊게 하는 게 목표다. 지산지소를 이해하도록 대두와 벼를 아이들이 직접 길러, 먹어보는 체험학습을 한다.

7월에 학교 화단에 대두의 씨를 뿌리고, 10월 파랗게 익은 '에다마메(枝豆)'를 데쳐서 먹어본다. 에다마메와 대두가 같은 콩이라는 걸 모르는 아이들이 많으므로 확인시키는 의미다. 11월 노랗게 익으면 뽑아 막대기로 쳐 콩을 털어낸다. 1월에는 지역의 농협의 도움을 받아 가정과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수확한 콩으로 두부 만들기를 한다. 갓 만든 두부는 시판되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달고 맛있다. 아이들은 이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와 병행해 대두의 성장을 기록해 책을 만들고, 간장·된장·낫토 등 대두로 만들어진 식품, 대두의 영양가, 대두를 이용한 음식 등을 조사해 공부한다. 급식에 대두가 들어있는 메뉴가 나오면 아이들은 환호한다.

지산지소, 그러나 배타주의는 경계해야

미국 메사추세츠의 비영리단체 '지속가능한 농업에 개입하는 지역사회'(CISA)는  메사추세츠 주 서부의 3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87개 농장, 12개 식당, 55개 식품점이 참여하는 지역 먹을거리 구입하기 캠페인을 열었다.(출처: www.buylocalfood.com)
미국 메사추세츠의 비영리단체 '지속가능한 농업에 개입하는 지역사회'(CISA)는 메사추세츠 주 서부의 3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87개 농장, 12개 식당, 55개 식품점이 참여하는 지역 먹을거리 구입하기 캠페인을 열었다.(출처: www.buylocalfood.com)
안전한 먹을거리를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움직임은 비단 일본만의 것은 아니다. 지산지소는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한국의 신토불이, 미국의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등이 추구하는 바를 반영하고 있다.

국민운동으로 전개되는 지산지소 운동.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한국의 농수산물의 대일 수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2005년 8월 지산지소추진검토회에서 중간정리해 발표한 '지산지소의 향후 진행방향'을 보면, 지역적이라는 협의를 벗어나 '국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광의의 지산지소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있다. 광역대량유통 대 직매소라는 대립적 개념이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적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발전적 개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산지소운동이 갖는 문제점 및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친 지산지소는 배타주의를 불러 소지역 블록 경제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푸드마일리지가 절약돼 가격경쟁력이 생겨 타지역 산물을 배제해 식의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수출지역 및 수출국의 농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정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종류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풍성한 식생활 자체를 해칠 수 있는 점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외에도 지산지소는 대량유통시스템이 아니므로 오히려 가격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지산지소란 이름을 내건 상품은 무조건 팔린다는 안이한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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