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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였는가?”

강창억은 자신의 앞으로 불려온 이백오십 명의 장정들을 둘러보며 속으로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손에 각기 다른 규격의 총통을 들고 있었는데 강창억은 그들을 네 부류로 나누었다. 첫 부류 중 팔십 명은 가장 근래에 만들어진 승자총통을 든 이들로서 총통을 쏘는 법을 어느 정도 익힌 이들이었다.

나머지는 각기 사십 명씩이 사전총통, 삼총통, 세총통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병기 창고에서 녹슬어 가던 것들 중에서 쓸만한 것을 가져 나온 것들이었다. 그들은 다시 다섯 명이 한조로 나뉘어졌는데 네 명은 총통을 들고 한명은 칼을 찬 채 화약과 불쏘시개를 받아들었다.

“화약을 나누는 자들은 반드시 손에든 대나무에 담긴 만큼만 총통에 부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 더해서도 아니 되며 덜해서도 아니 되느니라. 총통을 든 자는 화살을 앞으로 끼우고 이를 가슴팍에 댄 후 양손으로 굳게 잡고 앞으로 겨누어 쏘는 것이다.”

장정들은 강창억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승자총통을 든 자들은 앞으로 나서 총통을 쏘아보아라.”

처음으로 총통을 쏘는 광경을 보는 조유만은 속이 텅 빈 쇠막대를 가슴팍에 대고 있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우습게 보였다.

-팡! 퉁 투두 퉁!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가 나무에 사정없이 박혔다.

“잘들 보았느냐? 활과는 달리 이 총통은 마음만 먹으면 어린아이나 아녀자도 다룰 수 있느니라. 모두 대오를 맞추어라.”

조유만은 내키지 않았지만 지휘에 따라 다섯 명으로 나뉘어 세 총통을 굳게 쥐고 나무를 향해 섰다. 화약이 총통 안에 부어지고 구멍에 꼭 맞는 화살이 앞에 끼워졌다.

“불을 쥔 자는 깃발이 오르면 신속히 총통의 심지에 불을 놓는다. 알겠는가?”

“예!”

깃발이 오르고 심지에 불이 놓아지자 조유만은 눈을 감은 채 총통을 힘껏 잡았다.

-투 투투 퉁!

요란한 소리와 함께 가벼운 충격이 조유만의 몸으로 전해진 후 강창억이 소리쳤다.

“옆에 있는 대나무로 안을 깨끗이 털어내어라!”

한번씩의 총통 사격이 끝난 후 강창억은 모여 있는 병력을 해산시켰다. 대부분은 성가신 일이 끝나서 홀가분하다는 태도였지만 조유만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뭐냐?”

“아무리 어린아이도 다룰 수 있는 총통이라지만 한번씩만 쏘아서 어찌 손에 익겠소?”

“거 그 말이 맞소.”

몇몇 사람들이 조유만의 말에 호응하자 강창억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뒤 그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 이를 한번씩만 쏘게 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네. 하나는 충분한 화약을 가져오지 않아서 이고.”

강창억은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고서는 다음 말을 이었다.

“또 하나는 자네들이 실제 그 총통을 쏠 기회는 오지 않을 거 같아 이러는 걸세. 우리는 이곳 충주 머물지 않고 탄금대까지 내려가 삼도의 병력과 합세한 후 왜적을 맞아 싸울 터인 즉 굳이 자네들이 수고할 이유가 있겠는가.”

조유만은 강창억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삼도의 병사들이 합세한다니 여기 있는 병력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소?”

“여기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겠는가? 지키기면 하면 이어 오는 병력과 소통되지 않을 것이니 나아가 맞이하여 진격해오는 왜적을 협공할 계획이 있다네.”

“그럼 삼도의 병사들이 모여 이곳으로 온다는 말이 있었습니까?”

강창억은 손을 한번 내저어 보였다.

“나도 잘 모르겠네. 각지의 병사들이 모여 이곳으로 올 연통이 되었는지도 기별이 없어서 말이네. 허나 왜적에게는 당장 기병이 없는데 그 놈들이 빨리 오기나 하겠는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될 일이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결전#연재소설#탄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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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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