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군은 둥글게 진형을 갖추고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활을 꺼내어 들고 돌진해 오는 조선기병을 행해 겨누었다. 사정거리 안에만 들어오면 일제히 활시위를 당길 태세였지만 그보다 먼저 조선기병의 편전이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왜군은 서둘러 활시위를 당겼지만 조선의 활에 비해 조잡하기 짝이 없는 왜군의 활에서 쏘아지는 화살은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고 땅바닥에 꽂힐 뿐이었다. 조선기병들은 왜군의 화살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어지러이 움직이며 화살을 쏘아 궁수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
“적은 별거 아니다! 짓밟아 버려라!”
강창억은 편곤을 휘두르며 앞장서 달려가 창을 치켜드는 왜군의 머리를 강타했다. 용기백배한 조선기병들은 활을 재빨리 접고 편곤과 칼을 휘두르며 왜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백 여 명의 왜군을 남김없이 섬멸한 조선기병은 다시 대오를 정비하고 왜군의 본진을 노려보았다.
“적의 첫 기세는 꺾었습니다. 어서 이 여세를 몰아 짓쳐 나갑시다!”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왜군을 섬멸했음에도 뭔지 모르게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김여물에게 강창억은 진군할 것을 재촉했다. 그들의 뒤로는 두 번째 조선기병들이 뒤를 받쳐줄 돌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돌진하기에는 땅이 질어 말이 힘을 쓰지 못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는 우리의 돌진을 유도하기 위한 적의 미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고 해서 이제 와 군령을 어기고 병사를 물릴 수도 없음을 알고 있는 김여물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깃발을 높이 들어 돌진을 명했다.
“짓쳐 나가라!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 버려라!”
이미 피 맛을 본 조선기병들이기에 그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돌진해 들어가는 조선기병의 눈앞에는 수많은 왜군들이 조총을 들고 도열해 있었고 그 뒤로는 창검이 번뜩였다. 그런 왜군의 대오를 단순에 파헤쳐 버리겠다는 듯 조선기병은 쐐기꼴 모양으로 돌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우와악!”
선두에서 돌진해 가던 조선기병들이 말고삐를 뒤로 당기며 머뭇거렸다. 순식간에 땅에서 목책이 솟아오르더니 위로는 창날이, 아래로는 조총의 총구가 조선기병을 향해 겨누어졌다.
“うちなさい(쏴라)!”
-퍼버버벙!
왜군 지휘관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천지를 뒤흔드는 요란한 조총소리와 하연 화약연기가 사방을 메웠다. 조선기병은 도처에서 총탄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나갔다. 김여물의 옆에서 군기를 들고 있는 군관도 총을 맞고 군기와 함께 말 위에서 떨어졌다. 멀리서 군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본 신립은 지체 없이 제 2대의 돌진과 함께 모든 기병을 서서히 앞으로 이동시켰다.
“우와아아!”
“말머리를 돌리지 마라! 활을 쏘아라! 적을 무찔러라!”
왜군이 위치한 곳은 특히 땅이 더욱 질퍽하기 짝이 없어 조선기병은 움직이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 조선기병을 향해 일본 조총병들은 열을 바꿔가며 끊임없이 사격을 거듭했다.
“우와악!”
타고 있던 말이 총탄에 맞은 강창억은 말머리를 잡고 앞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옆으로 등자에 발이 매달린 채 땅에 질질 끌리며 팔을 허우적거리는 조선기병이 스치고 지나갔다. 강창억은 그 말의 고삐를 끌어 잡아 진정시키고는 땅에 끌려가는 병사의 발을 떼어내었지만 이미 그 병사는 목이 부러진 채 숨져 있었다.
“와아아!”
간신히 다시 말에 올라탄 강창억의 뒤로 조선기병의 제 2대가 왜군의 진지를 향해 활을 쏘며 달려들었다. 왜군의 조총사격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기세 좋게 돌진해 오던 조선기병은 앞으로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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