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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행사 주제가인 '귀향아리랑'을 합창단이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돌아가노라 돌아가노라 이 아들이 돌아가노라 / 고향산천 부모처자 그리워서 령을 넘어 돌아가노라 / 그 옛날 아리랑 고개런가 초록빛 푸른 얼 찾아가지고 / 우리 모두 아리랑 노래부르며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노라."(허동규 리동춘 작사/허동규 작곡 '귀향 아리랑')

연변조선족자치주 민들레마을(民德來村)에서 열린 제3회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의 주제가는 '귀향 아리랑'이었다. 이 주제가 속엔 주최 측이 바라는 바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농촌 붕괴'라는 현 조선족자치주의 현실, 농촌을 사람들이 다시 찾게끔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다.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민들레마을에서 열린 축제엔 약 300여명이 참석했다. 연길 시내에서 포장길과 비포장길을 달려 약 1시간 30분 가량 들어와야 하는 외진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은 셈이다.

한국에서 15명, 일본에서도 10여명이 이 곳을 찾았다. <길림신문> <연변일보> <료녕신문> <연변라지오텔레비죤신문>도 주최사로 참여하며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깍두기에 술 마시면서 '마포종점' 부르는 사람들

24일엔 전야제가 열렸다. 저녁 식사와 함께 각종 문화 행사가 곁들여졌다. 식탁에 놓인 반찬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깍두기·깻잎무침·콩나물무침·도라지무침이 나왔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사람들은 누가 시킬 것도 자연스레 노래를 불렀다.

드라마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를 비롯, '서울의 찬가' '진도아리랑' '나의 살던 고향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마포종점' 등을 불렀다. 한국노래만 연이어 부르는 게 신기해서 쳐다보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이창화(민들레마을 거주민)씨는 "이게 같은 뿌리라는 증거 아니냐"면서 중국인들은 노래 부르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영구 재한동포후원회 회장은 연변은 '한국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만주 지역에서 조선족이 점유하고 있는 땅은 한반도의 2배 정도 됩니다. 이들이 모두 고향땅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한족의 땅이 되겠죠. 한국 정부가 민들레마을의 실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는 2시간 가량 거의 쉼 없이 이어졌고, 중간 중간 사람들은 춤을 곁들였다. 고대 중국인들이 동이족을 묘사할 때 '가무를 즐겼다'고 묘사한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전야제였다.

"조선족 땅은 한반도 2배... 이들이 고향 떠난다면?"

▲ 25일 연변전통장류단지 제막식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25일엔 제12회 중국조선족발전연구회 학술세미나, 제1회 연변민들레전통된장 축제, 제1회 연변민들레생태쌀 꿀 축제가 한꺼번에 열렸다. 본격 행사가 열리기 전 연변전통장류단지 제막식, 테이프 커팅식이 열렸고,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 합창단이 이번 행사 주제가인 '귀향 아리랑'을 불렀다. 사물놀이와 전통민속춤 공연도 곁들여졌다.

채영춘(연변주 선전부 부부장), 김석광(연변주정부 고문)씨가 축사를 했고, 한명숙(전 국무총리), 이구홍(한국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김진홍(두레공동체운동 대표), 전규상(연변기업가협회 회장)씨가 이날 축사를 보내왔다.

중국조선족발전연구회가 마련한 제12차 학술세미나는 민들레마을의 메밀밭이 보이는 평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주제는 '한민족경제문화공동체형성과 생태적 발전방향모색'. 농촌 붕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마련된 자리지만 '한민족경제문화공동체'라는 큰 그림을 주최측은 그리고 있었다.

중국조선족발전연구회 허명철 비서장이 사회를 맡고 손춘일 연변대학민족연구원 원장이 '우리민족문화의 치부와 길'이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손 원장은 "연변지역 조선족들이 중국 내 대도시나 한국으로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변지역 농촌 붕괴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한국인이 본 한민족네트워크와 동북아평화의 비전'을 주제발표한 임진철 두레공동체동북아 본부장은 "동아시아통합이 완벽한 한반도통일의 전제조건이 될 지도 모른다"면서 생태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교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이 적극 지지하지 않고 방해만 한다면 남과 북, 해외동포의 힘만으론 통일이 불가능하다"면서 동북아교류가 통일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특수성을 상징하는 '통일'보다는 인류사회의 보편성을 반영하는 '평화의 조건'으로서의 통일을 말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기만점 연변 쌀, 그러나 공동 브랜드가 없다

▲ 제12회 중국조선족발전연구회 학술세미나에 참가한 발표자와 토론자들.
ⓒ 오마이뉴스 김대홍
'록색기지로 우리 민족의 삶의 근거지 건설하자'를 주제발표한 장경률 연변일보사 논설부 주임은 중한합자록색식품회사의 무공해 녹색입쌀인 '연변입쌀', 안도현 만보진 홍기조선족민속촌의 조선족민속관광 등 성공사례를 이야기했다.

사례에 따르면, '연변입쌀'은 주내 5개 향진, 1개 촌에 1560세대가 참가하고 있으며 설비투자액만 540여만원에 이른다. 이 쌀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아주 인기가 높아 지난해에만 500여톤이 팔렸다.

백두산을 등에 업고 우리 전통음식, 전통혼례를 체험하게 하는 홍기조선족민속촌의 촌민들도 모두 인근에 비해 수준높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도시로 나가지 않고서도 집집마다 몇십만원의 저금과 고정자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농가들이 단합하지 않고 공동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논설부주임은 연변에만 '연변입쌀' '비암산표' '해란강표' '훈춘입쌀' '태양입쌀' '어전곡' '왕청입쌀' '동성입쌀' 등이 서로 공격하면서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주임은 "한국·일본·미국·연해주 지역에 진출한 뒤, 돈을 벌어 농촌지역개발에 쏟아붓는 이들이 많은 것은 희망적"이라면서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소 시각을 달리 했다.

'연변전통장류산업발전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민들레생태산업세미나에선 '우리민족 전통된장의 우수성에 대하여'(이범수, 연변대학교 농학원 식품과학계 교수), '전통장류단지조성과 농가기업시대창출'(리동춘,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 동사장)이 발표됐다.

세미나 뒤엔 생태문화예술응모작품에 입선한 작품발표와 시상식이 열렸다. 연신소학교 학생들과 부부듀엣, 기타2인조가 나와 '시내가의 고운새' '민들레' '귀뚜라미자장가' '얘들아 소풍가자' 와 같은 창작곡을 불렀고, 아리랑예술단이 물동이춤과 부채춤을 추었다. YB음악학원 학생들은 이효리의 노래를 배경으로 춤을 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행사장 주변에선 민들레마을이 만든 된장·고추장·꿀이 팔렸다. 곱게 한복을 입은 주민들이 방문객들에게 된장과 고추장을 내밀면서 맛을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아직은 먼 길, 희망의 근거는?

▲ 리동춘 동사장이 된장을 직접 맛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 아리랑예술단의 부채춤 공연.
ⓒ 오마이뉴스 김대홍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나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민들레마을에 대해 중국 중앙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곳 상주 인구도 10명에 불과하다. 올해 25가구가 새로 메주를 납품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납품 가구는 채 30가구도 되지 않는다. 눈에 띌 만한 계약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리동춘 동사장이 흑룡강성에서 인구가 급감한 촌을 모아서 부흥시킨 경험이 있다는 게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가장 강한 근거다.

여기에 민들레마을이 일제시대 독립운동 근거지였다는 점은 또다른 가능성이다. 민들레마을은 홍범도 장군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며, 김좌진 장군이 한 동안 주둔했던 곳이다. 또한 조금 떨어진 곳엔 김일성 부대 신병 훈련소가 있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고성촌도 지척이다. 항일·평화 유적지로 눈길을 끌 만한 매력지인 셈이다.

한국보다 1시간이 빠른 이 곳에선 오후 6시가 넘어서자 해가 지고 주위가 어두워졌다. 행사장에 남은 사람들은 모두 모여 '귀향아리랑'을 합창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리동춘 동사장은 '귀향'이란 '농촌으로 돌아가자'란 뜻뿐만 아니라, '생태와 평화의 세계로 돌아가자'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행사 내내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연변조선족자치주는 간판 등 모든 표기법에서 한글 우선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한자는 한글 다음에 썼으며, 지명이나 이름도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글을 사용하고 있었다. 즉 '연길'의 경우 '옌지'가 아니라 '연길'이라고 발음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열린 제3회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8.24-25)을 다룬 이번 기사에선 현지 발음 기준에 따라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글 발음에 따랐다.


#연변#리동춘#연길#민들레마을#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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