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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학력 위조사건은 그 파문이 대학과 문화 예술계 전반에 걸쳐 확산될 뿐 아니라 연예계에까지 번져 언론을 통해 ‘오늘의 가짜 학위 스타’가 줄이어 발표되고 있다.

처음 신정아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설마!’ 했던 일이 하나 둘 드러나자 가짜가 진짜로 둔갑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성공과 출세의 공정한 잣대가 학위냐, 실력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였었다.

동시에 이 논의는 크게 ‘실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문제’라는 사회 구조적인 측면과 ‘이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거짓말은 ’그 자체가 실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기류에 편승하고 있어 개인적인 도덕 불감증의 문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는 입장으로 나누어지기도 했다.

후자의 입장에서는 이번 신정아 학위 위조사건의 주된 원인을 사회 탓으로 돌림으로서 자칫 허위 학력자들을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희생양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입 논술형 시험 문제로 추천될 만한 이 건전한 논의는 학력검증 장치를 개선하자는 입장과 학력 검증 시스템이야말로 오히려 학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으로 연장되었다. 이런 와중에 무학력자의 성공담과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어느 고졸 출신 연극인의 2007년 하반기 교수채용 소식이 언론을 통해 새어 나오고 있다.

어느 때 같으면 달가울 이 소식이 하필 이 시기에 동국대에서 결정한 일이라니! 신정아 사건을 지켜보던 한 시민으로서 시기적으로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축하받아 마땅한 이 중견 연극 연출가의 고무된 인터뷰는 마치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으로 실추된 동국대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동국대 기획의 ‘페이크 다큐’처럼 비쳐져 오히려 유감이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소시민들이 신정아 학력 위조사건과 관련된 논의를 계속 지켜보면서 지속적으로 가졌던 의구심은 ‘과연 신정아 사건을 통해 본 동국대가 학력중시 대학이라도 되느냐’ 는 점이다.

전공에 따라, 실적에 따라 무학력자도 교수가 될 수 있지만 신정아의 경우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미술이론 전공 교수채용 때 학력은 다른 현장경험 이상으로 주요한 객관적 검증장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정아가 이산가족을 자초하면서 청춘을 오로지 학문에만 태워버린 해외 명문대학 박사 학위자들을 실력으로 능가할 실적을 보유한 것도 아니다. 미술계에서 그 정도의 집중력과 감각 그리고 경력을 보유한 자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감히 그녀를 넘보지 못할 부분은 자신도 속아 넘어갈 만큼의 ‘성공’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애증이다.

신정아의 이런 배경을 참고로 한다면, 아니 대학이 최소한 학문의 세계를 존중한다면, 혹은 적어도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문을 전수할 용의가 있다면, 동국대가 신정아의 화려한 학력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하면 신정아는 가짜학력으로 교수가 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력으로 교수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동국대 내부에서 조차 인정하는 전 총장의 다소 무리한 교수채용방식은, 학위와 실력을 검증하는 심사 기능이 작동조차 될 수 없을 만큼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결론인데 이 결정적인 우위의 장치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가 싸워야 할 ‘괴물’은 바로 이 장치다. 학위와 실력은 그 다음 문제다.

신정아 사건에서 이 부분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한, ‘한국이 학위중시 사회냐’, ‘실력중시 사회냐’에 대한 논의도 공허한 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신정아 사건을 통해 본 동국 대학에 나타난 ‘괴물’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한, 동국대와 언론은 이 사건에 놀라고 실망한 시민들과 칼럼과 토론에 동원된 논객들을 두 번 조롱하는 꼴이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동국대에서 교수로 채용된 어느 베테랑 연극인이 고졸이라고 홍보한들, 시민들은 동국대가 학위중시 대학이 아닌 실력만으로 교수 채용하는 대학으로 볼까? 아니다. 아직은 한참 이르다.

#신정아 허위 학력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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