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13일 금요일 맑음.
점심 때가 다 되어서 하바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Aeropuerto Internacional Jose Marti- La Habana )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담당직원에게 포장문의를 했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자전거 포장박스는 어디 있나요?" 여기서 포장을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하자 잠시만 기다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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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ropuerto Internacional Jose Marti- La Habana |
ⓒ 박정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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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날 데려 간 곳은 짐을 랩 포장하는 곳이었다. 조나단(자전거 이름)을 너무 과소평가 한다. 다행히 랩 포장 담당자가 자전거는 포장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당연한 말이다. 일단 티켓을 받은 후에 포장박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같아 다행이다.
점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먼저 짐 포장을 마치고 타이어 바람을 빼고 기다리는데 바빠서 직원이 도와줄 겨를이 없어 보인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직접 찾아보기로…….
일단 공항에서 가장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안내센터(Information center)로 갔다. 손자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표정으로 할아버지 안내원은 공항 밖으로 날 안내했다. 컨테이너 건물 구석을 가리키며 웃으신다. 카트 하나 가득 박스가 실려있다.
카트를 가지고 웃으면서 조나단에게로 갔다. L렌치는 다른 기술자가 와야지 구할 수 있다고 기다려 보란다. 기다리고 싶어도 담당직원이 출국시간이 다 되어간다고 빨리 포장하라고 난리다. 페달 하나만 분해한 채 포장을 시작했다. 자전거 항공포장 역사상 분해하지 않고 포장한 경우는 아마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결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 포장을 마치고나자마자 담당직원이 조나단을 데리고 가버렸고, 난 출국 게이트로 달려갔는데 출국세금을 내고 다시 오란다. 예상치도 못한 출국세금은 27.98$나 했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발 프레임만 무사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기상 악화로 경유지인 코스타리카의 후안 산타 마리아 공항에서 20분 떨어진 인근 공항에서 70분 가량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했다. 인상적인 건 대부분의 고객들이 큰 불만 없이 기장의 지시에 따랐다는 점이다. 이 지역은 기상악화로 인해 이런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공항에서 밤을 보낸 뒤에 다음 날 아침 카라카스(Caracas)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설마 했는데 여기서도 출국세금을 26$나 받는다. (카드 결제는 비자 카드만 가능하다.) 1일 사용에 6.95$하는 무선 인터넷을 사용해서 한국에 인터넷 전화를 하기는 했지만 접속이 불안정해서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새벽 1시가 되자 공항직원들이 거의 퇴근해 버렸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이 먼저 잠을 청하고 뒤이어 나도 눈을 감았다. 시간이 되어 수속을 한 후에 5번 게이트에서 기다렸는데 무료 인터넷이 된다. 출국 15분 전이라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 출국시간이 60분 지연되어서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여행을 시작한 후로 시계를 잠시 멈춰놓기로 마음먹어서 그런지 시간 손해라고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달려가기보다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가기를 희망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처럼 많은 이들은 오늘도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날갯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 이동경로: Cuba, La Habana Jose Marte airport -> Costarica, Juan Santa Maria airport
2. 이동시간: 3시간 30분(시차 -2시간)
3. 경비: 1209페소
2007년 7월14일 코스타리카, 후안 산타 마리아 공항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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