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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분당샘물교회에서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천국환송예배'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에는 1500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사진은 샘물교회 청년회가 설교대에서 배 목사의 애창 복음노래인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8일 분당샘물교회에서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천국환송예배'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에는 1500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사진은 샘물교회 청년회가 설교대에서 배 목사의 애창 복음노래인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 안윤학

눈물의 바다였다. 붉게 충혈된 눈을 연신 닦았다. 그래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장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부인 김희연(36)씨, 아버지 배호중(72)씨, 딸 지혜(9)양 등 배 목사의 유가족과 샘안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피랍자 21명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이들은 장례식이 진행되던 중 배 목사의 생전 설교 영상이 화면에 나오자 서로 부둥켜안은 채 쉴틈없이 눈물을 흘렸다.

 

배 목사의 '천국환송예배'가 8일 경기 분당 샘물교회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피랍자 전원이 석방된 뒤 장례를 치르겠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배 목사가 유명을 달리한 지 45일째만에 치러진 장례식이었다. 이날 장례식에는 1500여명의 교인들이 참석해 고인이 떠나는 길을 함께 했다.

 

울음바다 이룬 배형규 목사 장례식... "귀한 죽음, 하나님 앞에 감사드린다"

 

장례식이 진행된 예배당 설교대 뒤에는 '순교자 고 배형규 목사 천국환송예배'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설교대 앞에는 웃는 얼굴을 한 배 목사의 영정이 하얗게 펼쳐진 국화꽃들과 함께 놓였다. 영정 아래에는 그의 시신이 담긴 관이 놓여 있었다.

 

유가족과 교인들은 영정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두 까만 옷을 입고 왼편 가슴에는 '근조'를 달았다. 이들은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훌쩍거리며 어깨를 들썩였다. 교인들은 '주님', '아멘'을 되뇌며 배 목사를 그리워했다.

 

배 목사를 위해 기도에 나선 교인들은 배 목사에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배 목사가 한 알의 밀알처럼 아프간에 뿌려졌으니 그 땅에 복음의 열매가 풍성히 맺어질 것"이라고 기원했다.

 

박은조 샘물교회 담임목사는 배 목사를 '평화의 순교자'라고 추켜세운 뒤 "죽음을 하나님의 부름으로 생각한 배 목사의 소신에 따라 '천국환송예배'로 장례를 치른다"면서 "그의 귀한 죽음을 하나님 앞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는 '예수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림으로써 우리가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리다'는 기도문을 읊은 뒤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알고 아프간 땅을 밟았다가 우리보다 앞서 천국에 간 배 목사를 위해 기도하자"고 장례식의 시작을 알렸다.

 

 유가족들과 고인들은 배 목사의 영정에 헌화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유가족들과 고인들은 배 목사의 영정에 헌화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 안윤학

설교에 나선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예장통합총회장)는 "유족들을 무슨 말씀으로 위로할 수 있겠나"며 운을 뗀 뒤 "배 목사를 잃은 마음이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고 가슴을 쳤다.

 

그러나 이 목사는 "복음은 선교의 피로 이어진다"면서 "선교는 이해관계와 잘못된 사상에 관련된 것으로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목사를 순교케 한 사람들(탈레반)도 예수를 위해 사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옥한흠 원로목사(사랑의 교회)도 축도를 통해 "고인이 된 배 목사와 고 심성민씨, 그리고 21명의 귀한 형제·자매들이 예수그리스도처럼 살기를 바란다"면서 "아프간에서 거룩한, 구름떼와 같이 일어날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배 목사가) 영원토록 함께하길 축원한다"고 기도했다.

 

배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장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아프간에 뿌려진 배 목사의 피가 결코 헛되지 않고 길이길이 모든 사람에게 본이 되는 열매로 맺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어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머지 않아 천국에 가 얼굴을 맞대어 볼 수 있다는 소망이 있기에"라고 흐느끼면서 "유가족들은 기쁨으로 배 목사를 천국에 보낼 수 있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기도 중간중간에는 '천국에서 만나 보자', '순례자의 노래' 등 찬송가가 이어졌다. 특히 장내에 여러 차례 울려 퍼진 '순례자의 노래'는 배 목사의 애창 복음노래로서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배 목사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는 가운데 교인들의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배 목사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는 가운데 교인들의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고 있다. ⓒ 안윤학

연이은 흐느낌의 물결... 배 목사 시신 서울대병원에 기증돼

 

"장례는 영결식이 아닙니다. 영원한 이별이 아닙니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장례식은 천국입성 예배가 됩니다."

 

곧이어 배 목사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은 배 목사가 올 초 설교했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자 잠시 멈췄던 눈물을 다시 쏟아내기 시작했다. 배 목사의 미소가 담긴 사진이 소개되는 등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영상이었다.

 

이어 김학준 목사와 정대균씨는 울먹이며 조사를 낭독해 나갔다. 김 목사는 "'마지막 것을 드리는 것이 온전한 헌신'이라는 배 목사의 말에 따라 살겠다"고 말했다. 배 목사가 이끌었던 샘물교회 청년회 소속 교인들 또한 고개를 떨군 채 '순례자의 노래'를 불렀다.

 

헌화식을 끝으로 장례식이 끝나고 배 목사의 시신이 운구되는 동안 교인들은 샘물교회 앞으로 나와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애도했다. 이들은 길에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배 목사의 시신은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의학연구용으로 서울대병원에 기증됐다. 배 목사는 2001년 샘물교회가 발행하는 <샘물이야기>의 어버이주일 특집에서 "나와 내 아내의 시신까지 사랑의 장기기증에 다 기증했다"며 "죽음 이후의 우리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보좌 우편에서 누리게 될 영광을 생각한다"고 장기를 기증할 뜻을 토로한 바 있다.

 

 샘물교회 교인들이 배 목사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은 길가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샘물교회 교인들이 배 목사의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은 길가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부르며 눈물을 훔쳤다. ⓒ 안윤학

 


#배형규#아프간피랍#선교#한국식 선교#순교#천국환송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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