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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 지난 6일 현대자동차 정몽구회장에 대한 선고가 나온 지 5일 만에 나온 법의 판단 앞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다시 한 번 적용되는 현실 앞에 분노는 당연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법원칙과 법적용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이 존속하는 한 이 위대한 선언은 불변하다. 이 불변의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대한민국은 존재 근거를 상실한다.


하지만 헌법의 대원칙하에 만들어지는 하위법들은 과연 법이 원칙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가? 과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인가? 이 질문은 아직 정확하게 답을 하지 못한다. 형식적으로 법치국가이지만 아직 우리는 완전히 법치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두 재벌 회장의 집행유예가 이를 증거한다. 또 법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는 너무 먼 당신이다. 대한민국의 이런 현실에 항의하는 이가 있으니 김두식 교수이다. 그는 <헌법의 풍경>에서 말한다.

 

"이 책은 정의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승자의 일방적인 폭력이 지배하는 까닭에 표면상 평온해 보이는 사회를 '법의 지배'로 오해해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법의 탈을 쓴 폭력의 지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신의 명령'과 같은 절대적인 규범이 사라진 세상에서 정의란 결국 올바른 절차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나 진리를 찾아가는 이런 과정을 일부 전문가들이 독점해서는 안 되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본문 6쪽)

 

법의 지배와 합리적 토론이 아닌 강자의 논리가 법 위에 있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아직 완전히 이루지 못한 법의 지배와 합리적은 토론과정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 헌법 1조만 대한민국에 온전히 적용되더라도 살만한 나라가 될 것이다.

 

<헌법의 풍경>은 2장에서 '국가란 이름의 괴물'에서 과연 '국가는 절대적인 선'인가 질문하고 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수 없이 외웠던 기억이 났다.


과연 국가의 상징인 국기, 곧 국가에 대한 이런 충성이 과연 정의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는 절대선이 아니다. 양심과 진리에 위배된다면 국기도 국가도 완전한 충성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김두식은 국가란 이름의 학살자를 통하여 이런 확신은 더 분명해진다. 히틀러의 '독일' 히로히토의 '일본'은 국가였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는 학살자에 불과했다. 히틀러와 히로히토의 국가도 법에 의한 통치를 받았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김두식의 말을 빌려보자.


"나치 독일의 이야기는 법에 의한 지배가 그저 '외형상 법처럼 보이는 것들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정의에 합치되는 법에 의한 지배'여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가의 괴물화를 막기 위해 지켜내야 할 법은 반드시 '정의에 합치되는 법'이어야 합니다. '법의 탈를 쓴 불법'은 이미 괴물로 변해버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악의 도구일 뿐이며 이미 법일 수 없습니다." (본문 90쪽)


우리가 경험한 불법인 법들이 얼마나 많은가? 박정희 군부독재기간의 '긴급조치' 아직도 살아있는 '국가보안법'은 불법이 법으로 국민과 이념과 사상의 자유를 해한 예인 것이다.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내용은 헌법 제1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이를 '말하지 않을 권리, 그 위대한 방패'라 말한다. 어쩌면 권력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지만. 자기의 존엄한 가치를 상실할 수 없다는 인간의 근원적 가치를 최고의 진실로 인정하는 위대한 법조항이었다.


진술거부권, 말하지 않을 권리는 모든 국민이 가진 위대한 권리다.

덧붙이는 글 | <헌법의 풍경> 김두식 글 ㅣ 교양인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개정증보판

김두식 지음, 교양인(2011)


#헌법#말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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