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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만 6개월만 되어도 대근육 발달을 돕는다고 하여 온갖 운동 기구가 놓인 문화센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시중에 나온 온갖 유명 교구들은 아이의 소근육 발달을 돕는다는 홍보로 가득하다.


손가락 놀림을 잘 하면 영특해진다고 하여 소근육 운동을 억지로 시키는 엄마들도 많다. 24개월도 안 된 아이가 젓가락질을 잘한다면서 뿌듯해 하는 것이 요즘 엄마들의 모습이다. 소근육의 발달은 아이가 섬세한 손놀림을 함으로써 세상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하여 억지로 아이에게 손가락 운동을 위한 온갖 프로그램을 시킬 필요는 없다. 방바닥에 떨어진 콩이나 머리카락을 줍는 일, 책장을 스스로 넘기는 일 등 생활 속에서 소근육을 발달시킬 만한 놀이들이 엄청 많기 때문이다.


책 중에도 아이의 손가락 놀림이 필요한 놀이 것이 꽤 있다. 붙였다 뗐다 반복하면서 손가락의 섬세한 운동을 돕는 스티커 북, 낚시 놀이를 하도록 장난감 낚시가 같이 들어 있는 책 등은 아이의 흥미를 돋우면서 소근육 운동을 하도록 한다.


우리 아이가 갖고 있는 책들 중에 키즈돔의 <ALPHABET ZOO>라는 책은 화살표 방향으로 종이를 잡아당기면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신기한 형태다. 손가락 움직임이 발달하기 전인 만 6개월 이후부터 즐겨 봐서 너무 너덜너덜해지는 바람에 새로 구입할 정도로 아이에게 호응이 좋다.


어릴 적에는 엄마가 직접 화살표 딱지를 당겨가며 보여주었지만 만 두 돌을 앞둔 이제는 자기가 스스로 화살표 딱지를 잡아당기고 책장을 들춰 보며 즐거워한다. 특히 이 책은 이중언어로 되어 있어 온갖 동물들의 이름을 영어와 한글 모두로 익히기에 적합하다. 공부한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아이가 영어와 한글을 배워가는 것이다.


각각의 알파벳에 맞게 등장하는 동물들은 귀여운 캐릭터로 형상화되어 익살스럽다. 화살표를 잡아당기니 귀엽게 팔을 벌리고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하마(Hippo)가 등장하질 않나, 유니콘처럼 환상적인 동물이 나오질 않나 아이는 책을 보는 내내 즐거운 얼굴이다. 특히 맨 마지막 철자인 Z에 맞추어 'Zoo'라는 단어로 끝나며 온갖 동물들이 한꺼번에 펼쳐지는 모습은 아이에게 만족감을 준다.
 

 매직필름 <움직이는 서커스>
매직필름 <움직이는 서커스> ⓒ 은나팔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고 지적인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책으로 은나팔에서 나온 <움직이는 서커스>도 독특하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무슨 아이들 책이 이렇게 그림이 괴상하냐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매직필름이라고 하여 내장된 필름을 책장 그림에 올려놓고 조금씩 움직이면 마치 그림이 실제처럼 움직이는 게 보인다.


이제 겨우 세 살인 아이에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 보여 주었더니 너무 재미있어 하며 좋아한다. 몇 번 보여주고 나니 자기가 해 보겠다면서 필름을 손으로 움직이는데 그 모습이 제법이다. 조그만 녀석이지만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서 자기 손가락 근육을 움직여 무언가 해보려는 모습이 기특하다.


책에는 둥둥둥 북을 치는 곰, 접시를 돌리는 원숭이, 공을 갖고 놀고 있는 물개 등 서커스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이 나온다. 아이가 특히 재미있어 하는 장면은 커다란 불꽃 모양인데 매직 필름을 대면 진짜 불처럼 활활 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어른 눈에도 흥미롭다.

 

 <1,2,3… 낚시놀이!>
<1,2,3… 낚시놀이!> ⓒ 애플비

아이가 손을 움직이며 즐거워하는 책으로 애플비의 <1, 2, 3...낚시 놀이>가 있다. 이 책은 원래 외국에서 판권을 들여와 출판한 것인데 태엽을 돌아가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낚시판이 아이의 흥미를 돋운다. 조그만 낚싯대를 들고 고기 낚는다면서 즐거워하는 모양이 우습다.


처음에는 엄마가 낚시판을 돌려주고 입 벌린 고기를 낚으며 재밌어 하던 아이도 몇 번 하고 나니 자기가 태엽을 스스로 감으며 낚시를 한다고 좋아한다. 조그만 태엽을 스스로 감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낚시 판에서 물고기를 스스로 낚는 것 자체가 눈과 손의 협응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난이도 상급의 놀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놀이와 책 읽기를 동시에 하면서 소근육의 발달을 돕는 책들이 잘 찾아보면 꽤 많이 있다. 괜히 비싼 돈을 들여가며 소근육 운동에 좋다는 교구를 구입할 필요 없이 몇 권의 책과 생활 속의 놀이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 하는 요즘 엄마들. 그 의욕이 과잉은 아닌지 나 자신부터 반성해 본다. 굳이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지 않더라도 아이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 나간다. 이런 아이에게 책을 통해 세상을 발견하고 손과 눈을 이용해 새로운 힘을 기르는 능력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Alphabet Zoo

Ruschak Lynette 지음, 전정숙 옮김, 지학사(참고서)(2001)


움직이는 서커스

요구치 다카오 지음, 이선아 옮김, 은나팔(현암사)(2007)


123 낚시놀이!

에릭 수벤 지음, 애플비(2005)


#아기책#소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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