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보리밥에는 고추장이 제격이다’라는 말이 있다. 갖가지 나물도 나물이지만 보리밥에는 제격에 맞는 고추장이 있어야 한다. 고추장 맛이 보리밥 맛을 좌우한다. 고추장이 맛있어야 기본은 한다.
보리밥은 건강에도 좋다. 보리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보리는 쌀의 16배, 밀가루의 5배나 되는 양의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이거 순전히 풀밭이네. 고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 어쩌다 고기라도 상에 오를라치면 젓가락은 미리부터 전투태세를 갖추고 눈을 번뜩인다. 어떻게 하면 한 점이라도 더 먹을까 하고.
먹고사는 게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는 채소만 가득한 밥상을 타박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일부러 풀밭을 찾아다닌다. 채소쌈밥은 물론 그렇게도 먹기 싫어했던 보리밥까지. 보리밥에 물 말아서 풋고추에 된장을 푹 찍어먹으면 행복감에 젖어든다.
잃었던 입맛, 확 되살아나네!읍성 담장에는 표주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울타리에는 참새 떼 지저귀고 초옥에는 사내들이 윷놀이를 한다.
“걸을 해서 들어가, 한 모 해!”
“와~ 두 모다.”
“업어서 보내.”
정겨움이 묻어나는 풍경이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날마다 이러했으면 좋겠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읍성 입구의 할머니 세 분이 운영하는 보리밥집을 찾았다. 할머니가 지은 고소한 보리밥은 정갈하고 깔끔하다. 보리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대나무 평상이 있는 보리밥집, 그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낙안읍성 입구의 보리밥집은 찬이 제법 걸게 나온다. 구수한 된장찌개를 비롯해 밑반찬이 무려 15가지나 된다. 보리밥은 대접에 온갖 나물을 다 넣고 쓱쓱 비벼 숟가락으로 듬뿍 떠 입이 미어지도록 먹어야 제 맛이다.
어디 보리밥 맛 한번 보자. 잃었던 입맛까지 확 되살아난다. 쌈밥이나 보리밥 등의 토속음식은 넉넉하고 푸짐하게 먹어야 맛이 살아난다. 여기에다 동동주 한잔 곁들이면 그 맛 정말 좋다. 보리밥에 동동주라, 참 잘 어울리는 환상궁합이다.
무를 채쳐 하룻밤 재워 무쳤다는 간재미회는 달콤하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맛나다. 묵은지의 맛은 시큼하니 제법 많은 세월이 담겨 있다. 보리밥 한 대접을 먹고 나서 대나무 평상마루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면 성곽의 담쟁이넝쿨과 흰 구름이 이따금씩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보리밥은 한참이 지나도 배가 쉬 꺼지지 않는다. 배 한번 오지게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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