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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참으로 좋네.”

꽃의 유혹에 나비도 빠졌는가 보다. 호랑나비가 정신없이 꽃에 취해 있다. 빨간 열정이 넘치는 꽃무릇에 나비가 분주하다. 사랑이란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앞뒤 가리지 않고 열중할 수 있는 모습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바로보고 있는 마음까지 사랑의 색깔에 그대로 물들여지고 있었다.

 

 

내 고향 고창에도 꽃무릇은 활짝 피어나 있었다. 검단 선사가 백제 시대 때 창건하였다는 선운사에는 꽃무릇이 지천이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마음을 꽉 잡았었다. 이곳에 꽃이 피었으니, 그 곳에는 지금 한창 꽃무릇이 만발해 있을 것이 분명하다. 화엄세상으로 변해 있을 고향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명절. 민족의 큰 명절이 며칠 남아 있지 않다. 명절에 대한 생각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유년 시절에는 새 옷을 얻어 입을 수 있어서 기다려졌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가난하였던 시절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 거 자체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었다.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이순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으니, 명절에 대한 생각은 달라져 있다. 물질적인 추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마음에는 배어드는 그리움으로 그득하다. 세월을 따라 시나브로 다가오는 추억들을 주체하기 어렵다. 파도 되어 교차하는 수많은 기억들을 따라 방황하게 된다.

 

 

추석이란 중추와 월석의 합성어라고 한다. 중추절이란 가운데 가을이라는 의미이고 한 가위는 큰 가운데라는 뜻이라고 한다. 신라의 6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역사가 매우 깊다. 아름다운 풍습이 단절되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보존해야 할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풍운의 꿈을 펼치기 위하여 세상으로 나갔어도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고향이 자리 잡고 있다. 한시라도 가고 싶은 곳이 바로 고향이다. 그만큼 고향은 뿌리이고 근원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니,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니는 가슴에 살아 있고 생각할 때마다 어머니는 고향으로 가라고 한다.

 

고향을 떠올리면 주체하기 어렵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먼저 설렌다. 조급증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을 잡기란 불가능하다. 명절은 어찌 보면 핑계일지도 모른다. 고향으로 가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고향 쪽 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위안이 된다. 고향으로 향하고 있는 욕구는 도도한 강물이다.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고향에 도착하면 숨쉬기부터 달라진다. 함께 하던 친구들도 없고 아는 얼굴이 없어도 상관없다. 하늘에는 어머니의 향이 배어 있고 고향 산천에는 어린 시절의 꿈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고향이 좋다. 그냥 좋다. 숨쉬기도 편안하고 가슴에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을 주체하기 어렵다. 고향을 찾을 때마다 만족한다. 바로 이런 기분을 만끽하기 위하여 그 어려운 귀향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찾아오는 것이다. 찾아뵙는 어른들의 얼굴에 담겨있는 고향 사랑을 나누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활짝 피어난 꽃무릇처럼 아름다운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향을 찾아 어머니의 사랑을 손으로 만져보고 고향의 포근함에 푹 빠진다면 더 바랄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웃과 함께 하고 나누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면 그 보다 더 좋은 명절은 없을 것이다. 나보다는 이웃을 그리고 모두가 함께 웃은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에서


#명절#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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