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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를 몰고 실크로드를 다녀온 오창학씨.
자동차를 몰고 실크로드를 다녀온 오창학씨. ⓒ 오창학

오창학(36)시민기자의 직업은 교사다. 그는 대전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오마이뉴스에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라는 제목의 기사가 연재될 당시에, 그의 직업이 국어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이건 일종의 선입견 같은 것이었다.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를 읽다 보면, 자동차에 대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에 감탄하게 된다. 중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이 좋은지, 어떤 차종이 좋지 않은지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여행 도중에 차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그는 어느 부분의 문제일지 여러 가지로 추측을 한다. 아이솔레이터, 인버터, 써머스텟, 워터펌프 등의 전문용어(?)가 수차례 등장한다. 오창학 기자가 국어교사라는 사실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자동차에 대한 많은 지식과 국어교사, 이 두 가지는 왠지 안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느껴졌던 것이다.

자동차를 끌고 중국으로 떠난 국어교사

사실 오창학 기자는 오래전부터 사륜 구동을 동경해왔다. 프라이드를 몰던 98년부터, 길거리에서 무쏘를 마주치면 한참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AT 타이어가 장착된 사륜 구동 무쏘, 이놈을 끌고 다니면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곳이든 갈 수 있지 않을까. 사륜 구동에 대한 오창학 기자의 로망은 그렇게 오래된 것이었다.

그리고 실크로드를 자동차로 달리기 위해서 드디어 2005년 8월에 무쏘스포츠를 구입한다. 사륜 구동 지구여행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리고 2006년 7월에 약 40일 동안 이 무쏘를 가지고 텐진에서 카슈가르까지, 중국을 횡단하는 엄청난 모험의 길을 떠나게 된다.

 오창학 기자가 자동차로 여행한 코스
오창학 기자가 자동차로 여행한 코스 ⓒ 오창학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 못지않게, 자신의 차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오창학 기자를 인터뷰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관심이 있으면 지식도 따라오는 법. 그는 언제부터 자동차에 그렇게 많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되었을까?

"하하하. 해박한 지식이라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관심'은 많은데 소질이 부족한지 '지식'이 따라주질 않네요. 차량에 관한 이론적 관심에 반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곤 타이어나 에어크리너 교체, 오일점검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애정이 있으면 보인다고 자동차의 능력이나 상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죠. 정비능력이 없다는 것이 제 커다란 약점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쌍용정비소에 찾아가 견학 겸 실습 시간도 갖고 했는데 이 방면엔 재주가 부족하더라고요. 천상 샌님이었죠."

역시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빠리-다카르 랠리 등의 영상을 볼 때면 쿵쾅쿵쾅 심장이 뛰곤 했단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그것과 비슷한 꿈을 꾸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인간이 상상하는 거의 모든 지형을 극복하는 사륜 구동의 매력, 여기에 빠진 만큼 그는 또 다른 장소로 무쏘를 끌고 떠나지 않을까. 그에게 다음 여행장소는 어디인지를 물어보았다.

"흠, 이건 사실 비밀인데. 다음 여행지는 호주입니다. 심슨사막과 그레이트 빅토리아사막을 가로질러 동서 횡단한 후에 그레이트 샌디사막을 가로질러 북상한 후 걸프 사반나 지역을 횡단해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대륙횡단, 일주 여행입니다."

역시 어려운 지명들이 튀어나왔다. 웬만큼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보지 못했을 장소들이다. 첫 번째 여행지인 실크로드, 그리고 두 번째 여행지인 호주, 이 두 장소에는 사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거친 자연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실크로드 다음에 호주의 사막으로

 봉수대에서 내려다 본 사막
봉수대에서 내려다 본 사막 ⓒ 오창학


"첫 여행지인 실크로드는 '길', '사막', '역사', '사람'의 주제가 모두 모인 매력적인 장소였기에 선택된 곳입니다. 반면 두 번째 여행지인 호주는 섬 하나가 대륙을 이루는 독특한 곳이죠. '길'과 '역사'적인 측면이 부족하지만 대륙전체가 국립공원이며 황무지라 해도 될 만큼 거친 야생의 자연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문명과 동떨어진 원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자신의 사륜 구동을 가지고 그런 원시자연을 누비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언제 호주로 떠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우기를 비켜가려면 7~8월에 가야한다. 하지만 그는 겨울보다 여름에 시간을 내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르면 내년 여름, 어쩌면 2~3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실크로드 횡단이라는 큰 여행을 마친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천천히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자리에 가 있지 않을까?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교사이기 때문에 여름방학에도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큰 여행을 앞에 두면 누구나 갈등을 겪게 된다. 꿈을 이룬다는 벅찬 기대감과 함께, 현실에 등을 돌린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실크로드 여행 때도 그에게는 이런 문제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교직생활 시작 후 딱 두 번째로 쉬어보는 방학이었습니다. 그것도 여러 조치를 취해 어렵게요. 그렇지만 출발을 미루고 싶진 않았어요. 실크로드 자동차 여행의 계획을 세운 이후 온통 '영혼'을 팔아버린 것처럼 빠져버려서 얼른 끝내버리고 싶더라고요. 제 스스로 자신의 열망과 가능성을 빨리 확인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싶었던 거죠. 다만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하며 실행에 옮겨야 되나 갈등했었는데 그때 아내의 격려와 '펌프질'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 책에 썼던 그 유명한 대사 있잖아요. '당신의 인생에서 서른다섯의 여름은 다시 오지 않을 거예요' 그 말 한마디에 갈등을 접었던 거죠."

용기 준 아내의 한 마디

그렇게 중국으로 떠났다. 2대의 무쏘에 가이드까지 7명의 인원이 나누어 타고 함께 텐진에 부터 자동차여행을 시작했다. 중국의 낯선 도로와 표지판도 문제이지만, 매 순간마다 차량의 상태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7명의 인원이 함께 이동하다 보면 팀원들간의 불화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에게는 이런 문제가 없었을까?

"왜 없었겠습니까. 친한 사람들도 여행 후 얼굴 안 보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잖아요. 성향과 생각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다 보면 뜻이 안 맞을 때가 많기 마련이지요. 심지어 음식점에서 메뉴 선정하는 사소한 문제에서도 대립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른 노선 선택과 숙소 선정, 체류 일정 등 부딪히고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았지요.

그렇지만 말 그대로 사소한 부분이고 외딴곳에 동떨어져 길을 헤쳐나가야 할 입장이다 보니 서로 의지하고 화합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외부의 어려움이 클수록 내부의 결속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자동차 고장으로 이별과 만남을 거듭할 때 일행들과 조우할 때마다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사막을 달리는 두 대의 무쏘
사막을 달리는 두 대의 무쏘 ⓒ 오창학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무쏘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달리는 장면이다. 비포장도로인데다가 주변에는 식당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여관도 없다. 그냥 달리다가 '볼 일'이 있으면 세워서 볼 일을 본다.

달리다가 해가 지면 그곳에 텐트를 설치해서 야영하고, 식사는 빵과 꿀물, 컵라면으로 때운다. 그리고 또다시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달린다. 오창학 기자도 이 지역이 가장 인상에 남지 않았을까. 어느 지역이 가장 힘들었는지, 그리고 어느 곳이 가장 좋았는지를 물어보았다.

"하하. 이런 질문이 가장 힘들 질문인데요. 매 순간이 힘들었고 모든 곳에서 행복했습니다.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치에모에서 아얼진에 이르는 비포장길이라 말하겠습니다. 아얼진산맥을 넘어 칭하이성 거얼무에 이르기까지의 그야말로 산 넘고 물 넘던 며칠 간의 비포장길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온통 먼지와 덜컹거리는 고원의 무인지대를 차량에 적재한 비품에 의지해 야영으로만 넘어야 했던 그 순간이 잊혀지질 않네요. 열악한 환경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기도 하고 그래서 가장 좋았던 때이기도 합니다."

중국여행의 하이라이트, 타클라마칸 사막

그럴 것이다. 사서 고생하러 떠난 사람인 만큼, 가장 힘들었던 때가 가장 좋았던 때일 것이다. 여행이 힘들수록 기억에 많이 남을 것이고, 그런 만큼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한동안은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개개인의 입장을 봐주지 않는다. 오창학 기자는 여행을 끝내고 귀국해서 곧 다시 교실에 서야했다. 그에게는 여행의 어려움보다도, 귀국해서 현실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을지 모른다.

"귀국 후 한 달 이상 금치산자였습니다. 학교 수업이야 짜여진 일정이니 정신없이 살아나갈 수 있었지만 방과후엔 멍한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살았어요. 더 이상 차를 타고 어딘가를 달리지 않아도 되고, 내일 어디까지 이동해야 할지 어디서 자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그러니까 꼭 여행 기간만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네요.

엊그제까지의 먼지 내음이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고 내가 달린 길이 먼 세상의 일처럼 여겨졌어요. 산 너머 먼 무지개 닿은 곳을 보고 온 소년의 마음이랄까요. 결국 '아무것도 없더라'는 결론을 얻었을지라도 다른 소년들처럼 늘 무지개 저편의 세상을 동경만 하고 가슴 태우지 않게 되었으니 늘 뿌듯한 마음으로 살게 되겠지요. 물론 지금은 또 다른 세계를 동경하고 있긴 하지만요."

 사막을 달리다가 해가 지면 야영을 한다.
사막을 달리다가 해가 지면 야영을 한다. ⓒ 오창학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동경하고 꿈꾸지만, 긴 여행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다. 오창학 기자가 갔던 길은 '개인자격으로는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붙어있다. 그만큼 위험하고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2007년에 '한·중 자동차 여행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었다.

오창학 기자는 무쏘를 가지고 중국을 여행하기 위해서 많은 절차와 신고, 허가가 필요했었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비용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협정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이제 많은 절차가 생략되고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 이 협정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한국인이 가져가는 자동차를 개인휴대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절차와 비용이 실제로 얼마나 줄어들 수 있을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2007. 1. 1부로 한·중 자동차 여행 자유화 협정은 발효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초기 단계인지라 시행 단계에서 몇 가지 삐걱거리는 내용이 있는 것 같네요. 제대로 시행만 된다면 특별허가 신청 때 필요한 서류접수비 500만원을 포함해 의무적으로 지정하게 되어 있는 가이드비나 면허신청비, 통관비, 대행비 등등 총 800~1000만원 가량의 경비가 절약될 것 같습니다."

절차와 비용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이번 기회에 자신의 자동차로 중국을 누벼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미 그 길을 다녀온 오창학 기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는 훌륭한 여행서이자 안내서,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백문이불여일견입니다. 꼭 한 번 시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매개로 하는 여행이니만큼 급하지 않게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적어도 일 년 정도는 계획을 묵혀가며 준비과정을 즐기세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현지에 대한 공부를 해 가는 것도 여행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동행이 필요하다면 미리 팀을 만들어서 국내 여행을 진행하며 팀워크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요. 30~40일 여행도 중요하지만 그 열 배의 기간 동안 준비과정을 즐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 내 차로 떠난 실크로드&타클라마칸 14,000km

오창학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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