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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서 열린 'KBS 열린토론-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후보가 토론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9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로비에서 열린 'KBS 열린토론-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후보가 토론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명의도용·동원경선 논란 등으로 극심한 갈등을 보여온 대통합민주신당의 세 후보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세 후보는 9일 저녁 7시 20분  KBS1라디오 <정관용의 열린토론>이 마련한 100분 토론에서 만났다. 지난 1일 대전·충남 지역 합동연설회 이후 8일만이다.

 

신당의 현재 경선 모습에 대한 질타를 의식해 전체적으로 공방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앙금은 여전했다. 정동영 후보가 적극적으로 화합을 강조했고, 손학규 후보도 "새로운 정치를 위한 산고"라고 일견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찬 후보는  "무법천지 상황"이라는 비판을 계속했다.

 

"손 후보, 이 후보와 함께 다시 토론하게 돼서 기쁘다. 민주개혁세력이 대분열로 가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는데 머리 숙여 사죄한다. 다시 대전환 이뤄내자"(정 후보), "국민께 큰 실망 드리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사죄 드린다. 압수영장 거부하는 후보가 표를 달라고 하는 상황이 됐다. 저라도 도덕성 갖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이 후보), "민주개혁세력은 싸우다가도 화합하고 모여서 나간다. 깨끗한 정치 해달라는 염원이 많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산고다"(손 후보)는 세 후보의 토론회 시작 인사말이 전체적인 토론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세 후보는 공통질문 순서를 마친 뒤 경선과정 평가, 본선경쟁력, 참여정부 계승 여부, 후보단일화 등 본선승리비책 등 4가지 주제로 자유토론을 벌였다.

 

가장 뜨거운 공방은 역시 '경선과정 평가' 순서였다.

 

이번 경선의 문제점을 가장 강도높게 비판해온 이해찬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당에서 선거 많이 겪어봤고, 관리도 해봤는데 이번 같은 무법천지는 처음 봤다"면서 "대선승리도 어렵고, 당도 어려워졌고 결국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지못한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지적"이라고 인정한 정 후보는 "당 만든지 얼마 안되어 당원이 없는 상황에서 9명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집해서 선거를 치르기로 한 것 아니었느냐"면서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본질을 송두리째 부정할 정도로, 정상회담 성과를 걷어찰 정도의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가 1등했다면 이런 문제제기 했겠느냐. 내가 1등한 게 죄"라고 덧붙였다.

 

손 후보도 "국민경선이라고 했는데 국민경선이 아니라 당내조직경선이 됐다"면서  "돈과 비리를 수반하는 조직동원 선거를 당연시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결국 조직·동원에서 지면 선거지는 것"..."그렇게 하지 말자고 국민경선한 것"

 

두 후보의 협공에 정 후보가 발끈하면서 논쟁에 불을 질렀다. 정 후보는 "문제의 핵심은 돈 주고 표사는 것인데 그런 일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선거는 사실 조직과 동원이다. 조직과 동원에서 지면 선거에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즉각 "자유당 때나 조직과 동원으로 선거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한나라당을 이기겠느냐"면서 "그게 바로 낡은 과거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손 후보도 "정 후보의 말에 조금 놀랐다. 그러면 왜 우리가 참여와 국민경선을 말한 것인가. 처음부터 그렇게 안 하겠다고 국민경선 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잘못했으면 인정해야지, 자꾸 변명하면 국민들이 짜증난다"고도 했다.

 

사회자가 '경선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으로 끼어들었다. 세 후보 모두 승복을 약속했다.

 

이어 본선경쟁력 주제 토론에서는 손 후보가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손 후보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의 보수적인 정책을 차용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상기시킨 뒤 "전 세계도, 우리 사회도 보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는 중간층을 어떻게 돌려놓느냐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이 후보는 "정책수렴도 하고 연정도 하지만, 탈당해서 다른 당으로 가서 그렇게 하는 사례는 없다"고  손 후보의 탈당경력을 거론했다.

 

정 후보는 "당적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생각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에 계실 때의 사고와 철학이 그대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우리는 서로 이대로는 안 되니까  모여서 새로운 집을 짓자는 것이다. 실사구시적인 기준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집을 짓자는 것이다"라고 받았다.


"노 대통령 인기 올라가니까, 참여정부 평가가 후해졌다"

 

'참여정부 평가'주제에서는 이 후보가 다른 두 후보 모두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 후보와 손 후보, 특히 손 후보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수위가 이전보다 낮아지자 사회자인 정관용씨가 "세 후보가 참여정부 평가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냐"고 말하자, 이 후보는 "원래는 차이 있었는데, 정상회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가니까 저렇게 바뀐 것"이라고 비꼬았다.

 

손 후보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그렇게 말할 것은 아니고, 우리가 국민들에게 따가운 시선 받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라는 질문에 정, 이 후보는 '제3기 민주정부라는 정권재창출'이라고 답했고, 손 후보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는 제1기 선진정부'라고 답해, 사실상 정권교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들은 후보확정 이후 민주당, 문국현 전 사장 등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모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세 후보는 이날 라디오 토론회에 이어 10일 오후 2시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경기 지역 합동연설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신당 경선은 외형적으로는 완전히 정상화됐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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