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헤∼디∼야∼ 오호∼
가네가네 내가가네 북망산천 찾아가네….만장을 앞세운 선소리꾼의 상여 소리가 요령소리에 묻어 퍼진다. 북망가와 함께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망자의 운구행렬이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제들의 호곡이 그 뒤를 따른다.
상여를 짊어질 사람이 점차 사라지고 장례문화도 변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런데 꽃상여가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꽃상여의 생명은 오색창연한 꽃이라는데….
꽃상여는 최대한 화려한 게 일반적이다. 고인의 삶이 꽃처럼 화려하지 않았을지라도 마지막 가는 길 화려한 치장을 하고 꽃에 파묻혀 떠나라는 의미다.
한 조문객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망자는 유학자로 영광향교의 장의와 전교를 역임했다. 또 서예가로 서단(書團)의 원로이며 훌륭한 한학자였다고. 하여 망자의 덕망이 높아 꽃이 빛을 바랬다는 것.
이학용(李學庸) 선생. 홍농의 조산(祖山)이라 불리는 덕림산의 ‘덕림정사’에 머물렀던 구한말 한학자인 전주이씨 성와 이승달의 종손이다. 경전을 연구하고 도학을 가르치면서 한학의 전통을 이어왔다.
충효와 경로사상을 드높이고 전통 미풍양속을 기리는 유도사상과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 왔다. 고창 선운사의 비석과 영광 내산서원의 현판 등을 새기기도 한 전석문(全石文)의 대가이기도 했다. 향년 92세.
지난 10일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 풍암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꽃상여 행렬의 모습이다. 장례는 학문과 덕망이 높은 유학자가 타계했을 때 행하는 ‘유림장(儒林葬)’으로 치러졌다.
효율적(?)인 장례가 보편화된 지금, 꽃상여 행렬은 잠시나마 부모를 극진히 모신다는 전통의 효 사상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