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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에 만난 해란초, 그래도 그들이 반갑기만 하다.
▲ 해란초 끝물에 만난 해란초, 그래도 그들이 반갑기만 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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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초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에는 <선구자>라는 노래를 떠올렸다.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곳에 거친꿈이 깊었나


해란강은 독립운동의 요람지요, 항일투사들의 활동무대였기에 겨레의 한과 삶이 서려 있는 곳이요, 조선족을 상징하는 강이다. 그래서 해란초는 해란강 근처에서 피는 꽃인가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름의 진실은 바닷가 모래밭에서 피어나는 난초를 닮은 꽃이라 해란초(海蘭草)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현삼과의 꽃으로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아름답다.
▲ 해란초 현삼과의 꽃으로 작고 앙증맞은 자태가 아름답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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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오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동해안 바닷가 어딘가를 거닐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지난 여름 동해안을 다녀오면서 해란초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 건성으로 바다를 거닐었던 일을 후회하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7-8월에 피는 꽃으로 소개되어 있었고, 가을이 깊은 요즘 가봐야 그를 만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를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다.

바닷가가 아닌 산중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맨 처음에는 노랑벌이라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색감이며 모양새가 다르다. 해란초의 실물을 본 적이 없으니 긴가민가 했는데 현삼과의 꽃이라면 이 정도 크기는 되겠다 싶어 집에 돌아와 식물도감을 보니 영락없는 해란초다. 바다에서 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을… 마치 어느 시인이 원예종 해란초를 만나고 반쪽짜리 해란초를 보고 온 것 같다는 그 느낌을 나도 느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피어나는 난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로 해란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해란초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피어나는 난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로 해란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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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이라 꽃은 무성지지 않았으니 그래도 홀로 피어나는 것은 외로웠는지 쌍쌍이 짝을 이루고 피어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가을햇살에 투명한 꽃, 서양에서는 'Butter and Egg'라고 한단다. 그러고 보니 마치 버터에 버무려진 달걀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벌노랑이가 노른자위만 익힌 달걀을 닮았다면, 개망초가 온전한 계란후라이를 닮았다면, 해란초는 버무려진 달걀이었다. 흰색과 노랑색이 섞인 그 중간의 색, 해란초는 바로 그 색깔이었던 것이다.

해란초의 영어이름은 'Butter and Egg'인데 그 이름대로 버터에 버무린 달걀의 색깔이다.
▲ 해란초 해란초의 영어이름은 'Butter and Egg'인데 그 이름대로 버터에 버무린 달걀의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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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마다 이름이 재미있다.

해란초의 다른 이름은 운란초(雲蘭草), 유천어(柳穿魚)이다. 유천어라는 이름은 약명이나 버들 유(부드러움), 뚫을 천(강인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간직한 물고기같은 꽃이라는 뜻일까?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뚫는다'는 뜻을 간직한 듯하여 바다에서 고향으로 회귀하는 연어떼를 떠올렸다.

해란초는 해독작용을 하며 두통, 황달, 변비, 피부병과 화상에 소용된다고 한다. 작지만 참으로 많은 효능을 가진 우리꽃이다. 풀마다 간직하고 있는 성분들을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일을 통해서 얻는 천연약제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일 터이다. 이미 우리는 한방을 통해서 자연에서 우리 인간의 몸에 있는 독을 제거하는 천연약재들을 사용해 왔다. 이런 장점들이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생명력은 강하다. 척박한 곳에서 잘 자란다.
▲ 해란초 그들의 생명력은 강하다. 척박한 곳에서 잘 자란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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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바닷가에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이렇게 눈맞춤을 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하며 반쪽의 만남을 추억으로 남겨두고, 내년 여름에는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그 곳에서 그들과 조우할 것을 꿈꿔본다.

살면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의 것들에 파묻혀 살아가느라 우리 주변의 자연들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간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행복의 조건들과 감사의 조건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에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고 살아가는가?

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말하게 되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눈은 몸의 등불이라고 했다. 눈이 제대로 보지 못하면 우리의 마음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작은 해란초, 그는 은은한 등불같기도 하다. 그 작은 빛으로 인해 세상은 더 아름답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홈페이지<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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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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