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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것은 문화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며칠 전 동문들의 전람회가 있다고 취재를 가보자는 동창회장의 부탁을 받았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또다시 연락이 왔다. 오늘(31일)은 우리 학교 동료 여교사 두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해운대 리코더 앙상블 제4회 정기연주회’ 날이라 거기로 가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갈등이 생긴다.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부경서학회 9인9색전’은 오후 5시에 개막을 하고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리코더 연주회는 저녁 7시니 시간차가 조금 있다. 9인9색전을 다녀온 뒤 해운대로 다시 돌아오면 될 것 같다.

 

2호선 지하철을 타고 대연역에서 내려 택시를 갈아탔다. 500m도 채 안되는 거리라지만 지하철역사의 출구와 찻길의 방향이 서로 반대인 데다 유턴길도 없어 둘러서 가게 되었다. 불평을 늘어놓으니 택시 기사는 ‘서울 사람들이 부산에 오면 부산의 교통 신호체계나 시설이 엉망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손님이 교통 불편 사항을 세 번만 지적하면 담당 공무원은 문책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서두른 탓인지 개막시간 훨씬 전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대연동 개막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 먼저 서기식 선생님을 찾았다. 50년 넘게 서화에 정성을 쏟아온 분이다.

 

오후규 부경대학교 교수는 “50년 뒤 몸이 마음을 따라주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면 독자는 그 힘든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면서 서 화백의 달리는 철마같이 자기의 예술세계 발전을 위해 심신을 수련해 온 공덕을 찬양한다.

 

동문 후배임을 밝히고 인사를 드리니 그 옆에 서 있던 어르신도 “나도 진주 사범 출신인데…”라고 하신다. 국립대학 총학장과 장관을 지낸 정희채 선배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두류연봉 동문으로는 진주사범출신 서기식 동문과 진주교대 출신의 배철기 동문의 전시회로 알았는데 정희채 선배가 한 분 더 계신 것이다.


 

작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틈새를 비집고 배철기 동문을 찾았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서 나이가 들어 보였다. 동문이란 말을 들었지만 몇기 인지는 몰랐는데 인사를 하고 보니 진주 교대 10기로 내보다는 두해 후배가 되지 않는가.

 

부경서학회 9인9색전은 서화가 9인(고정자, 김형철, 배철기, 서기식, 이강궁, 정희채, 조호연, 최의만, 황태현)이 각자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을 전시한 것. 그 9명 가운데 3인이 우리 진주교대 동문이다. 서기식 회장과 총무가 동문이니 우리 동문이 차지하는 자리가 넓기만 하다. 이 구석 저 구석을 돌아가며 사진도 찍고 작품도 감상을 하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축하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커팅한 지가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출장 뷔페의 음식상 비닐 포장은 열리지 않는다. 해운대로 돌아가야 하기에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해운대 문화회관으로 가고 나면 저녁을 먹을 시간도 없을 것 같아 가능하다면 여기서 한 끼 때우려 했는데 포기해야만 했다.

 

부산문화회관을 나와서 지하철 대연동역을 향하여 걸어갔다. 길 가는 사람에게 대연동역을 물으니 몇 번 버스를 타라고 한다. 콩나물시루같이 발 디딜 틈 없는 버스를 보내고 다른 버스를 기다렸지만 다른 버스는 자주로 오는데 역사로 가는 버스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서 택시를 탔다.

 

지하철 중동역에서 내렸다.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가장 가까운 역이다. 하지만 너무 서둘렀나보다. 시계는 오후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공연 시작 시간인 저녁 7시가 되려면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하는 시간이다.

 

돌솥밥집에 들려서 돌솥밥을 주문하려고 했더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한다. 가장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씨락국’이란다. ‘시레기 국’ 가난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시레기란 무나 배추의 전잎으로 버리는 것을 주워 모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난도 추억이 되는 것일까. 뜨끈뜨끈한 시레기국도 별미로 다가온다. 시레기국 저녁식사를 끝내고 해운대 문화회관 비상구로 들어서니 또 다른 작가의 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사잇문을 거쳐서 강당으로 들어섰지만 공연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고 출연자들은 공연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라고 했던가. 따사로운 가을 햇볕 속에서 풍성한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부산광역시 대연동 유엔묘지 공원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부산문화회관, 이곳에서는 지금 한창 문화의 수확을 거두기에 바쁘다. 그 가운데 부경서학회의 9인9색 서화전을 찾았다.


#9인 9색전#부경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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