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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있다가는 역사의 부끄러움을 방치해 둔 꼴만 될 뿐입니다! 여러분! 일어나십시오! 모두 국회의사당으로 갑시다! 그곳에 우리의 권리를 짓밟는 쿠데타군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청년의 모습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노트북과 캠코더를 꺼내어 무선 인터넷으로 그 모습을 넷상으로 전파시키기도 했다. 


청년은 주먹을 불끈 쥐고 크게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그 노래를 알지 못했지만 그 노래는 몇몇 이들의 마음속에서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러분! 전 표신혁이라고 합니다! 군복무중 저 쿠데타 세력의 아래에 있다가 빠져나와 여러분들의 앞에 서게 된 자입니다! 저들은 시민 여러분들이 모르는 사이에 쿠데타를 준비했으며 이런 불법적인 행동을 오늘 아침에 군장병들에게 강요했습니다!"


표신혁의 외침은 인터넷상으로 즉시 퍼져나갔으며 얼마 후에는 차량들 사이로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긴급히 달려온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표신혁의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경수와 영희도 점점 표신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표신혁은 복무중인 군인의 신분이었다. 새벽만 해도 표신혁은 단순히 긴급 훈련을 나가는 '상황'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실탄이 지급되고 차량이동이 길어졌지만 다른 때보다 별스럽게 훈련을 한다고 여길 따름이었다.


"야 표씨."
"일병 표신혁"
"말년에 존나 꼬이네. 이게 뭐냐? 무슨 훈련 상황에 이동을 서울까지 하고 자빠져 있어. 어휴 무개념 간부 놈들. 그런 의미에서 노래나 한곡 해봐."


달리는 차안에서 표신혁이 부른 노래는 다소 엉뚱하게도 토스티의 세레나데였다.


-Vola o serenata La mia diletta e sola 날아라 오 세레나다 나의 애인은 홀로 있다
-e con la bella testa abbandonata 그리고 헝클어진 아름다운 머리와 함께
-posa tra le lenzuola O serenata vola O serenata vola 침대 시트 사이에 자리 잡는다 오 세레나데여 날아라


육공트럭 뒤에서 피곤한 몸을 기댄 병사들은 표신혁의 노래 소리에 젖어 들었다.


-Vola o serenata Vola o serenata vola Ah la Ah la 날아라 오 세레나데여 날아라 아 그곳으로


"아 씨바 이태리어 뜻은 몰라도 정말 좋네. 오줌 지리겠다. 야."


그렇게 그들이 도착한 곳은 황당하게도 국회의사당이었다.


"모두 들어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


그들의 눈앞에는 모자에 있는 별두개가 유난히 살벌하게 빛나는 사단장이 서 있었다.


"너희들은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발탁된 병력이다. 앞으로 이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정기국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병력은 법안통과와 저지를 위해 새벽부터 대치중에 있던 여야의원들에게 총구를 들이대어 모조리 끌어내기 시작했다.


"야 이놈들아!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런 짓을 하는 거냐! 내가 누군지 알아!"
"고작 땅덩이나 지키는 것들이 무슨 패악질이야!"


사단장은 총구를 손으로 가로막으며 호통을 치는 남녀 의원 두 명을 손가락질했고 병사들은 그들을 강제로 끌어내었다. 그들은 두 눈이 가려지고 두 손이 뒤로 묶여 의사당 벽에 기대어 섰고 구 앞으로 총을 든 병사들이 이열 횡대로 서 앞 열은 무릎쏴 자세로, 뒤 열은 서서 쏴 자세로 섰다.


"겨누어!"


병사들은 속으로 갈등했지만 지휘관의 구령소리에 맞추어 총구를 앞으로 겨누었다. 그 중에는 표신혁도 끼어 있었다.


"탄알일발 장전!"


-철컥! 철컥!


"쏴!"


그와 동시에 묶여 있던 국회의원들의 외마디 비명가도 같은 외침소리가 울려 퍼졌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결전#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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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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