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대선을 불과 한 달가량 앞두고 합당을 한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도 TV토론 후 여론 조사를 통해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정동영 후보나 의미없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인제 후보나 서로에게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또한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이미 예선전이라 불릴 만큼 이른바 범여권후보의 단일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합당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혼란스럽고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처럼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이길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다. 정동영 후보나 이인제 후보의 현재 지지율을 합쳐보았자 20%도 채 안 된다. 어떡하든 선거에서 이겨보려는 몸부림으로 보기에는 너무 가망이 없어 보여 안스럽기까지 하다. 이번 합당은 통합이 아닌 야합이다. 서로 가치관이나 정치적 지향성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과 당끼리 오로지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목적 하나만을 보고 일시적으로 뭉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며칠 전까지 정동영 후보더러 좌파라고 비난했던 사람이 이인제 후보다.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 ‘국정실패 세력’이라고 비판해 왔던 당이 민주당이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두 당이나 두 후보가 합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고민 없이 무조건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이 문제다.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고,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여당이 얼마나 지리멸렬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 4년간의 열린우리당이었다.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은 몇몇 인사들만 제외하면 과거 열린우리당과 다를 바 없다. 거기에다 이제 선거에서의 승리라는 서로의 속셈만 제외하면 별로 함께 공유할 가치가 없는 민주당과 합당을 한다니, 잡탕에다가 다시 다른 잡탕을 섞는 격이다. 그렇게 뭉쳐서 선거에서 승리를 한들 도무지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오로지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만이 그들의 사명인가? 현재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이 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왜 정동영 후보가 맥을 못 추고 있고, 이인제 후보가 죽을 쑤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무지 사람들이 이 정당이나 후보들에게 믿음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이 무얼 했는지, 민주당이 무얼 했는지를 되돌아보면 잘 알 것이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여당으로까지 만들어주지 않았던가? 이런 식으로 요행히 대선에서 승리한다 한들, 나는 그 이후가 더 걱정이다. 이런 정체성 불명의 ‘잡탕 세력’이 도대체 어떤 정책을 만들어 나갈지도 불안하고, 하나의 정책이라도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갈지도 미지수로 보인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완화를 주장하는 금산분리법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인제 후보가 확대를 주장하는 자립형 사립고(개방형 자율고)는 어떻게 할 것이며,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들을 눈 속인 그 동안의 '창당 놀음' 열린우리당은 올해만 해도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신당,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변신을 거듭해왔으며, 이제 통합민주당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이런 식으로 대선을 눈앞에 두고 민주당과 합칠 것이면서 그 동안 거대 정당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눈속임으로 ‘창당 놀음’을 한 것 밖에는 안 된다.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국민들 원망할 것 하나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이나 정동영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내 지분이나 후보 선출 문제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가치관이나 정치적 지향성, 정책 등에 대해서는 서로 논의나 한번 해보기나 하고 합당하는 것인가?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도덕성을 떠나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든 구체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 탄생하는 ‘통합민주당’은 무엇을 할 것인가? 최소한 어떤 가치관, 어떤 정책 지향성을 공유할 것인지는 국민들에게 말해야 한다. 원칙도 공유도 국민의 뜻도 없이 정치공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식의 야합은 또 하나의 정치 퇴행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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