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오전 11시. 단 3명의 아이들로 입학식을 치른 학교가 있었다. 버스가 하루에 네 번 들어오는 두메 산골. 온 세상을 학교삼고 온 사물을 스승삼아 스스로 익히고 배우며 자라가는 학교. '스스로세상학교'다.
이날 행사 이름은 '스스로 세상학교 하늘 모심식'. 교육철학과 대안교육경험의 본이 되는 강화도 마리학교의 교장선생님과 교사, 학부모도 오고 세 학생의 양 부모님과 입학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찾아 온 학생과 어머니 그리고 이 별난 소식을 듣고 서울과 대구에서 찾아 온 열성인 사람 둘.
모든 사람들이 쾅쾅 땅을 구르며 "나도 칸. 너도 칸. 우리는 모두가 칸이다"라고 외침을 했다. 스승과 제자는 맞절로 상대를 하늘로 모시기로 다짐했다. 모든 진행은 정해진 순서 없이 그 자리 흥에 따랐다.
나는 시를 썼다.
스스로세상학교 하늘모심식에 붙여얘들아. 오늘 하늘모심식 아이들아화해를 청하는 손부터 내 밀어야겠구나얘들아지금 이 순간이 보이느냐만져지느냐너희들을 맞이하기 전에내미는 손을 씻어야 겠구나어제 읽었던 어느 시인은 가을이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하늘 위도 물 속도더 너희들 세상이구나정의로운 사람보다 밝은 사람으로살기를능력 있는 사람보다 정신 맑은 사람으로살기를비상하는 독수리의 자유로움으로힘차게 살기를 빈다.빈 들판을휘적휘적 거닐며온 우주를 감싸 안을 수 있기를정직한 노동 안에서셈 없는 땀을 흘리며텅 빈 충만을네 것으로 삼거라아직까지는 없구나섬진강시인 지리산화가 모악산시인 백두산호랑이 등은 있어도덕유산은 아직 없구나너희들이 하거라덕유산 이름 끼고 뭐든 하면 되겠구나다람쥐처럼 오르내리고쏠쏠이 굴밤처럼 맨얼굴로 햇살 받으며그렇게 여물어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