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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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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강명관이 ‘책벌레’를 이야기하고 있다. 왜 책벌레를 이야기하는가? 그들이 단순히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 아니다. “조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누가 있을까? 이쯤 되면 그 주인공으로 꼽힌 이들로서는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는 그렇게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정도전이다. 정도전이 누구인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치가다. 그가 이 책에서 언급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꿈꾼 혁명의 완성에 ‘책’이 한 역할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불교를 배척하고 그 자리에 성리학을 놓으려고 했다. 정도전은 그 수단으로 ‘책’을 떠올렸다.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종수의 책을 발행할 수 있는 금속활자를 적극 이용하려고 했다.

적의 무기로 적을 공략할 전략을 세운 정도전

정도전의 이런 모습은 루터와 닮았다. <책, 문명과 지식의 진화사>에서 밝히고 있듯이 유럽에서 종교개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책이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교회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한 몫 하던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적을 공격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도전도 적의 무기로 적을 공략하는 전략을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그것을 실행한 것이 정도전을 죽인 태종이었다는 사실이다. 태종은 계미자를 만들어 조선의 사상적인 무장을 준비했다. 유명한 책벌레 세종은 그것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세종은 태종의 계미자를 개량한 갑인자를 제작해 서적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것은 저자의 말처럼 성리학이 자리를 잡고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사대부들이 등장하는데 한 몫 단단히 하게 된다.

조광조의 이름도 보인다. 하기야 선비의 대명사로 불리는 조광조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이 책에서 조광조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조광조하면 ‘소학’이 떠오르는데 ‘소학’은 그 당시 상당히 ‘도덕’적인 내용을 말하는 책이었다. 조광조는 그것을 통해 모든 인간을 ‘도덕화’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조광조의 소망은 이루어졌는가? 비록 그의 최후는 비참했지만 조선시대를 지나 오늘날까지도 내내 기억되는 것을 보면 그 소망이 빛바랬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게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는 이황, 이이, 이수광, 이익 등의 대표적인 작품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등장했는지도 살피고 있다. 교과서에서 그들의 이름과 대표 작품을 주입식으로 외우던 것에 비하면 저자의 수고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유명하지 않지만, 알아야 할 ‘이름’을 지닌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희춘, 홍석주 가문, 유만주 등이 있다.

<실록> 기록에 도움을 준 유희춘의 <마암일기>

유희춘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임진왜란으로 방대한 자료들이 사라진 때다. 나라는 <실록>을 쓸 자료가 없었다. 그런데 유희춘의 일기 <미암일기> 덕분에 실록을 쓸 수 있게 된다. 일기가 어째서 그런 역할을 하게 되는가? 11년 동안 쓴 일기는 그 성실성으로 보건데 “16세기 조선 사람의 일상을 손바닥 보듯 환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꼼꼼했기 때문이다.

그 일기에는 유희춘이 책을 구입하는 방법 등이 자세하게 나오는데 그것이 꽤 흥미롭다. 그는 물물교환을 하는 것이나 관아를 통해 책을 얻기도 했다. 책을 구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닌 사람으로 조선시대의 한 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홍석주 가문은 남녀 할 것 없이 책을 읽은 사람들로 유명하다. 책 한 권 두지 않는 집이 많은 것을 떠올려 보면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유만주는 어떤가? 그는 독서에 미친 사람이었다. 1765년(11세)부터 1780년까지 읽은 책이 아직 1천이 못된다 하여 “박식하지 못한 것이 마땅하다”며 탄식한 그는 책읽기에 열광하던 18세기 지식인의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메모하는 것으로도 유명했고 정조가 읽지 말라고 하던 책들까지 섭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서에 목숨을 건 지식인이자 그 시대 책벌레 중 하나로서 그 시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그 원동력을 ‘책’으로 살펴본 강명관의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읽을수록 귀감으로 삼을 내용이 많다.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2007)


#강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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