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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게시물들이 눈에 자주 띈다. 그 종류만 해도 '디자인 공모전, 논문 공모전, 마케팅 공모전' 등 수십 가지에 달한다. 이제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기업들까지 '공모전 열풍'에 뛰어드는 추세다.

 

공모전을 통해 기업은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좋고, 대학생은 경력 사항에 하나라도 추가시킬 수 있어 공모전을 선호한다. 한 대학생 공모전 관련 인터넷 카페는 회원수가 현재 10만 명에 달하고, 캠퍼스마다 공모전에 '올인'하는 '공모전 폐인'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출품작은 반환되지 않으며 본사에 귀속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모전은 "출품작은 반환되지 않으며 본사에 귀속됩니다"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수상하지 못해도 작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대학생들도 엄연히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권리가 있음에도 공모전 작품이 아무런 대가 없이 기업으로 귀속되어 버리는 것이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작업한 공모전 작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마디로 대학생들이 기업의 봉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의 돌파구를 공모전에서 찾고 있다. 기업들은 대학생의 이러한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사소한 기업 이벤트 하나에도 기업 스스로 아이디어를 찾기보다, 공모전을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내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에 의존하고 있다.

 

"저희 기업 화장실 벽면을 디자인 해주세요"

- 이것도 대학생 공모전?

 

심지어 대학생들에게 "본사 화장실 벽면을 디자인 해달라"는 공모전까지 등장했다. 말이 좋아 '디자인 공모전'이지, 과연 회사 화장실 벽면을 채우는데까지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일까. 그야말로 '공모전 과잉 현상'이다.

 

물론 이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뽑히기만 하면 최대 500만원의 상금과 입사시 가산점이 주어진다. 하지만 많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요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의 소중한 결과물이 기업에 아무 조건 없이 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시절 '최소한의 지적 재산권'도 보장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훗날 기업에 취직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다른 이들의 지적 재산권이라고 존중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공모전을 만들어내기 보다, 참가 대학생들의 지적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공모전#공모전과잉#지적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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