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하우스 안에는 벌들이 꿀을 모으느라 분주하다. 꿀벌은 딸기의 기형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꿀벌은 살충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무리 독성이 약한 농약이라도 피해를 받기 마련이다.
딸기 하우스에서 저독성 농약도 쓰지 않는 이유다. 대신 병해충은 천적이나 친환경제제로 예방한다. 진딧물은 콜레마니 진디벌을 이용해 방제한다. 점박이 응애는 천적인 칠레이리 응애를 풀어놓아 생물적 방제를 한다. 흰가루병은 유황 훈증으로 예방 관리한다.
무등산 자락,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정곡리에서 조생종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박우규(63) 이옥순(59)씨 부부의 친환경 딸기 생산법이다. 해마다 딸기 재배에 관심이 큰 농가와 도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확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9월 초 육묘를 옮겨 심어 11월 2일부터 수확한 박씨의 딸기는 광주공판장에서 1.5㎏ 한 상자에 2만원 안팎으로 높게 팔렸다. 지금은 조생종 출하량이 늘면서 1만 3000원 ∼ 1만 5000원 선에 나가고 있다. 그래도 가격이 좋은 편이다. 선홍색 과즙이 풍부해 맛과 향이 탁월하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기형 발생률도 낮아 높은 소득을 가져다준다.
박씨가 생산·출하하고 있는 품종은 국내에서 육성한 ‘설향(雪香)’. 일본에서 들여온 아키히메(장희), 레드펄(육보)보다 흰가루병에 강하고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 특징. 로열티 지불에 따른 부담도 없다.
그의 농사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1996년 고향인 담양 남면에서 면장으로 퇴임한 후 소일하다가 딸기 묘목을 생산하고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농촌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얘기. 처음엔 5년만 짓고 쉴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벌써 9년째를 맞았다.
"재밌어요.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내 기분까지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면장 퇴직 이후 위암 판정을 받아 큰 수술을 받았었는데, 딸기농사를 지으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냈거든요."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는 박씨의 농사규모는 시설하우스 9동 6000㎡. 그러나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 "절반은 내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주민들 것"이란 생각으로 편하게 일한다. 인건비와 생산비를 충당하고 이웃끼리 나눠 먹는 것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미'로 농사를 짓는다는 박씨지만 그는 벌써 딸기 주산지인 담양에서 손꼽히는 딸기 농사꾼이란 평을 듣고 있다. 남면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씨는 "노력한 만큼 보답한다는 흙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앞으로 농사를 통해 후배 농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