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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방송, 인터넷, 여론조사, TV토론 등 5개 의제를 중심으로 17대 대선보도를 평가한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27일 오후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과 한국언론학회(회장 권혁남)가 공동주최한 ‘제 17대 대통령선거와 언론 : 종합 평가와 과제’에서 대선기간 신문보도 모니터 내용을 발제한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일부 보수 신문은 후보 검증 보도 과정에서 민주주의 언론이 가장 우선 충성해야 할 진실 추구 노력에 경주하기보다 진실을 외면하거나 회피, 호도, 왜곡하기도 했다”면서 “진실보다 정파에 충성하는 한국 언론의 문제를 재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 교수는 “선거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그래서 내적 편집권의 독립을 구현하는 진정한 언론자유를 실현하지 못했다”면서 “언론은 스스로 정치판의 우군이나 적군이 됨으로써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게 되는 또 하나의 정치권력으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를 극복하고 선진화를 지향한다는 이명박 정부에서의 언론 선진화는 선진국처럼 언론이 진정 정치권력으로 독립해 내실 있는 언론자유를 구현하는 일일 것”이라면서 “민주화 과정에서도, 그리고 2007 대선 과정에서도 스스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언론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권력의 품에서 독립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시 된다”고 밝혔다.

 

대선 방송보도 내용을 발제한 구교태 계명대 미디어영상대학 교수는 “방송사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캠페인·사건 중심적인 보도가 언론인 중심의 기획보도보다 많다”면서 “이번 선거방송보도에서도 여전히 부정적 보도의 비중이 많고 정책이슈에 대한 보도가 빈약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 보도의 공정성을 살펴보면 절대적 보도시간 배분은 선두 주자와 여당 후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BBK 관련 취재원 진술 대상 분석을 통해 각 방송사 선거 보도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보도에서 특정 이슈와 관련한 특정 성향의 취재원을 선택함으로써 뉴스의 불공정성을 초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향후 대선보도에서는 특정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공정한 보도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언론, 기존 언론 보도 방식에 매몰"

 

인터넷언론 보도에 대해 발제를 한 안명규 중앙선관리위원회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 위원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인터넷언론의 양적 증가로 더 많은 정치정보의 채널을 확보했다”면서 “그러나 ‘더 많은 채널이 더 많은 선택 기회의 제공’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언론은 기존 매체와 차별화된 선거보도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언론의 보도방식에 매몰되어 인터넷언론만의 색깔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언론은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보다 다양한 주장을 전달하며 능동적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선거에서 인터넷언론의 선거보도는 앞으로 인터넷언론사들이 새롭게 점검하고 풀어야 할 여러 과제가 있음을 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1부 토론회에서 세 사람의 발제가 끝나고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문 부장, 박광온 MBC논설위원, 이화행 동명대 교수, 이효성 청주대 교수, 박찬수 한겨레 정치담당 에디터 등도 토론자로 관련 의견을 개진했다.

 

이어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제 2세션 'TV토론 평가와 여론조사보도 평가' 토론이 진행됐다.

 

TV토론분야 발제를 한 안차수 경남대 정치언론학부교수는 “결론적으로 02007년 대통령 선거 TV토론은 ‘맥빠진 토론’으로 평가된다”면서 “우선 TV토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보여주는 시청률의 경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월 6일의 1차 토론이 24.0%, 11일의 2차 토론이 21.9%, 그리고 16일의 마지막 토론이 19.2%를 기록했다”면서 “1, 2, 3차토론 시청률을 평균한 21.7%는 1997년의 53.2%, 2002년 34.2%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17대 대선 합동 TV 토론은 토론적 요소가 결핍된 정견발표회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면서 “토론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충돌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최대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 복지를 위한 토론회의 취지와 목적, 그리고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가 경선·대선에 결정적 영향력 행사"

 

여론조사보도 평가를 발제한 양승찬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교수는 “여론조사의 정치성이 부각된 선거를 치렀다”면서 “여론조사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투표의 방식으로 이용되며 후보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책보다는 사건 중심의 질문이 많은 여론조사가 다수 실시되고 이를 통해 사건의 전개와 지지율을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부각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후반부에는 여전히 오차범위 내의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경마식 보도의 양태도 지속됐다”면서 “여론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후보자 기사 배치의 순위가 결정되는 보도 방식도 일부 신문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국의 선거 과정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빠지고 있다는 한 학자의 진단을 반영하는 사례가 현실로 등장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차범위내라는 것을 밝혔다는 것으로 순위를 강조한 보도를 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받는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관행은 문제”라면서 “이러한 관행은 과학적 여론조사를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 바람직하지 않은 경마식 보도를 조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언론사가 실시하고 보도하는 여론조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김정혜 코리아리서치 상무이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경선투표 결과로 반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1차 신문 방송 보도를 인터넷언론 등에서 2차로 인용되면서 해석을 곁들이다보니 왜곡이 되고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정치권이 짧은 기간에 후보자를 결정하다보니 시간과 비용과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있는데, 경선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표로 환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 “많은 당내 경선 후보자가 나올 때는 1차 여론조사로 해 1위와 2위를 뽑고 2차에서는 당원의 직접투표로 결정하거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면 여론조사도 반영하고 정당 역할도 반영하게 되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찬태 KBS 선거방송팀장,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 등도 토론자로 나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언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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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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