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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냉동창고 대형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자말]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사상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사상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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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사상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사상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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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은 잡혔지만 검은 연기는 계속 밤하늘로 퍼지고 있다. 화재현장 수백 미터 밖에서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독한 연기다. 마스크도 무용지물. 총 1300명이 넘게 동원된 소방대원들의 얼굴은 검은 그을음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지하로 들어갔던 소방대원들은 검게 그을린 시신을 들것에 들고 나온다. 시신은 불길에 심하게 훼손돼 신원조차 알 수 없다. 실종자 가족은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오열한다.

200대 넘는 소방차의 비상등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현장 지휘본부 상황판의 내용은 다시 수정된다. '사망 25, 실종 15'에서 '사망 30, 실종 10'으로.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는 줄고 사망자는 늘어난다. 끝내 모든 실종자는 사망자로 바뀌었다.

상황판 앞에 선 실종자 가족들은 다시 허물어진다.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통곡이 터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평생 고생만 하다가 뜨겁게 불에 타 죽다니, 이게 뭐야!"라고 땅을 쳤다. 그럴 만 하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밤 11시 20분께 비극적으로 일단락됐다. 결국 모든 실종자들은 사체로 발견됐다. 이제 사체의 유전자 감식과 정확한 화재 조사만 남았다.

사망 25명... 사망 30명...사망 40명...속절없이 바뀌는 상황판

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은 이날 저녁 8시께야 실종자 수색을 위해 건물 지하로 들어갔다. 화재가 발생한 건 오전 10시 40분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없었다. 심한 유독가스도 문제지만 자칫 건물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 화재 현장의 규모는 무려 6000평에 이른다. 이 곳에 가득 찬 유독가스를 빼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 총 10곳의 대형 구멍을 뚫었다. 많이 옅어졌지만 유독가스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불길은 다 잡혔는데, 내부가 모두 붕괴돼 나머지 실종자들을 찾기가 어렵네요. 천장에서  불에 타다 만 구조물이 떨어지기도 해서 아직 위험하기도 하고요."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와 열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와 열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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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야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야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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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께 실종자 수색을 위해 지하에 들어갔던 김모(40) 소방대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김 대원의 "철제로 된 벽 구조물이 허물어진 곳도 있어 중장비가 들어가야 작업이 가능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진종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저녁 7시 30분께 브리핑을 열고 "건물 붕괴 등 추가 위험이 있지만 오늘 밤 내로 실종자를 모두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의 말대로 119 소방대원들은 목숨을 걸고 실종자를 찾았다. 그러나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현장 대원들이 사체를 확인하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현장 대원들이 사체를 확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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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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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고가 발생하던 순간, 건물 지하에는 총 57명의 작업자들이 있었다. 이중 7명은 무사히 빠져나왔고, 채중한(남. 46), 박종영(남. 38) 등 부상자 10명은 구로성심병원과 강남 베스티안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다수는 안면 등 전신에 화상을 입은 중상자들이다.

이날 사망한 40명의 빈소는 이천시 배사면에 있는 효자원 등에 마련됐다. 사망한 사람은 많지만 신원이 밝혀진 건 76년생 김준수씨가 유일하다. 경찰은 "사체가 많이 훼손돼 육안으로는 성별만 알 수 있을 뿐이고,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서 신원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가 큰 참변을 당했지만, 부부가 함께 변을 당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임춘원(44. 여)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전신 화상을 입고 강남 베스티안병원에 입원해 있다. 임씨의 남편 이승복씨는 40구의 사체 중에 있다.

샌드위치 패널의 건물, 출구는 하나뿐

정확한 화재원인은 현재 노동부·산업안전관리공단·경찰이 합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현재는 생존자 증언을 통해 원인을 유추할 뿐이다.

최진종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창고 단열재인 우레탄폼 발포작업(우레탄과 시너를 혼합해 시공하는 공법)이 9일전에 끝난 것으로 조사됐지만 유증기는 상당부분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이뤄진 냉매(프레온가스) 주입작업과 함께 용접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화재원인과의 연관성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2006년 준공된 '코리아2000'은 지하1층, 지상2층에 연면적 2만9583㎡ 규모로 철골조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졌다. 12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어 최 본부장은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하실 유증기가 폭발하며 연이어 10초 간격으로 3번의 연쇄폭발이 있었다"며 "건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관계로 순식간에 지하 1층 전체로 불길이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는 200ℓ짜리 우레탄폼 연료 15통이 있어서 불길이 더욱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구는 하나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검은 연기로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소방당국은 밝히고 있다. 지하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폭발과정에서 모두 파손돼 화재 진압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와 열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지하에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와 열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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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사고현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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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야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재 당시 일어난 폭발로 건물 구조물이 내려앉아 사상자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야간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화재 당시 일어난 폭발로 건물 구조물이 내려앉아 사상자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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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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