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둑어둑 하지만 창문을 열고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나는 깜짝 놀랐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밤새 눈이 내린 것이다. 오늘은 <오마이뉴스>가 이사를 하고 집들이 하는 날인데 온 세상이 축복을 해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집들이에 가야하는데 눈이 내리면 운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11층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는 밤새 내린 눈을 보며 놀라며 "아이쿠, 조심해야겠네! 이른 새벽에 어딜 가시나?" 하신다. 아, 네. 눈 구경 하러 가는 중이에요, 하고 싶지만 철없는 여인이라 할 것 같아 꾹 참는다.
얼마 전에 첫눈이 왔지만 조금 내려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 제대로 못한지라 눈 위를 걷고 싶어 동이 트기도 전에 나온 것이다. 부지런하신 9층 아주머니께서는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고 있다. "수고 하십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인사를 건넸다. "고생은요? 마땅히 주민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인데요." 눈 구경하러 나온 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미안해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사이에서 아저씨 한분이 도움을 청한다. "차를 밀고 나가야 하는데 눈이 와서 미끄러워 혼자는 밀기가 힘드네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저씨와 같이 차를 밀고난 뒤, 눈 오는 날 눈 위를 기뻐 뛰노는 아이처럼 한참을 걸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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