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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이명박 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와 전재한다.  <편집자주>
 골재를 채취하고 있는 중장비들. 금강운하가 추진되면 이러한 모습은 금강 전체에서 보게 될 것이다.
골재를 채취하고 있는 중장비들. 금강운하가 추진되면 이러한 모습은 금강 전체에서 보게 될 것이다. ⓒ 대전환경연합

 

현재 한반도 대운하 찬성측에서 제시하는 운하는 독일의 MD운하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듯하다. 경부운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고, MD운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운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운하가 그 본래 기능을 상실한 영국과 이탈리아 대신 운하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으리라는 썩은 동아줄을 억지라도 붙잡고 싶어서일까?

 

우리나라와 독일은 지형조건, 강우량의 분포 그리고 홍수 발생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대평원이 발달한 독일에 비해 우리나라는 70%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하천경사가 급하고 강은 꾸불꾸불하게 흐르고 있다. 그만큼 큰 배가 다닐 곧은 물길을 만들기가 어렵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는 독일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강우의 계절적 편차가 커 여름철에 1년 동안 내릴 비의 2/3가 내린다. 그만큼 운하수로에 담길 물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

 

더구나 섬나라 영국과 반도국가 이탈리아에서 운하는 물류기능으로서 그 용도는 이미 폐기되었고, 대평원이 발달한 미국과 섬나라 일본은 충분한 자금이 있고 우수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운하를 만든 지 한 세기가 훨씬 지났다. 

 

20세기 들어 만들어진 대표적 운하인 독일 MD운하는 그 길이가 540km인 경부운하의 1/3 정도(171km)인데도 무려 32년 동안 공사를 하여 1992년 준공하였다. 그러나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철도나 도로에 비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반도 대운하를 가운데 두고 극심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타협의 조짐은 없어 보인다. 찬성측은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 물이 더 깨끗해지고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앞뒤 돌아보지도 않고 밀어붙일 태세다. 한편 반대측은 '실체도 없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하여 논리가 부족하면 말 바꾸기를 수시로 계속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있어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한반도 대운하에 관심이 있다고 하여도 찬반논란을 들어보면 오히려 헷갈리고 있다. 특히 운하의 공학적 논쟁에 대한 진실을 알기가 더욱 더 어렵다. 공학적 논쟁은 정치적 논쟁에 비하여 훨씬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 정치적 논리에 의하여 상당부분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에는 착공한다'는 명확한 시간표가 정치적 판단에 의하여 설정되었기 때문에, 공학적 논쟁이 발붙일 여지가 거의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공학적 논쟁을 다시 수면위에 올림으로써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해결책을 오히려 쉽게 찾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경부운하 사업은 아직 '단순한 스케치' 수준

 

 전국 181개 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운하 TF팀 사무실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운하TF 해체와 국민검증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 181개 단체로 구성된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운하 TF팀 사무실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운하TF 해체와 국민검증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찬성측에서 그동안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하여 수많은 말 바꾸기를 했는데, 여기서 공학 분야에 대해서만 요약하여 살펴본다. 먼저, 골재채취량과 운하용수의 규모 등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운하수심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당초 운하수심을 9m로 설정하였는데, 그에 대한 문제점으로 예를 들면 과도한 준설과 홍수위험 증가 등이 제기되었다. 

 

9m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였는지 2007년말 갑자기 운하수심을 6m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골재채취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운하용수 역시 10억톤이 추가로 확보된다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운하수로에서 골재량과 물의 양이 1/3(9m에서 6m로 수심 감소)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경부운하는 단순한 '스케치 수준'이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둘째, 찬성측은 운하를 건설하게 되면 하천의 물이 더 깨끗해진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수원을 이전하고 취수원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운하를 건설하면 물이 더 깨끗해진다면, 기존 방식대로 더 깨끗해진 물을 먹으면 된다. 이것은 운하가 건설되면 물이 더 더러워지기 때문에 상수원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론이 제기되자, 찬성측은 상수원 이전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는 별도로 진행시킬 사업이라고 화살을 피하고 있다. 그 이유는 홍수시 팔당댐으로 떠내려 온 쓰레기가 심미적으로 나쁘기 때문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먹게 하기 위하여 취수원과 취수방식을 바꾸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수 시 떠내려 온 쓰레기가 아니라 가정오수와 산업폐수 같은 점오염원과 농약과 비료 같은 비점오염원이 하천의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강원도와 같이 원수의 수질이 1급수인 지역도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비율은 수도권과 비슷하다. 더구나 취수방식을 강변여과수와 같은 간접취수방식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강변여과수는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강변여과수를 이용하고 있는 창원의 예를 보면 한공당 하루 2만톤 정도 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 하류부에 230만톤/일 이상의 대규모 강변여과수를 생산할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다행이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그러한 계획은 설득력이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심미적 이유 때문에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돗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80.1%)'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통계결과가 있다(수돗물 관련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 엠브레인, 2004).

 

실체가 없는 경부운하

 

셋째, 경부운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한강과 낙동강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있다.  당초에는 22m×22m 단면을 가진 22km 조령터널을 뚫으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런 대규모 터널을 뚫는 것이 다소 무리라 판단했는지 아니면 선거과정에서 갑자기 나타난 충청운하와의 연결성을 고려해서인지 세칭 '스카이 라인(sky line)'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스카이 라인은 속리산 국립공원 계곡에 물을 채워 약 35km에 이르는 물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도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물길을 터널로 할 것인지 계곡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찬성측은 기존의 경부운하 계획대로 공사를 하면 홍수위험이 오히려 감소한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들어 기존 계획이 오히려 홍수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한 듯하다. 운하로 증가되는 홍수량을 저감하기 위하여 땅을 더 깊게 파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아마도 홍수위험에 직접 노출되는 주운댐 상류부에 하천을 더 깊게 굴착하여 홍수를 예방하는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럴 경우 한강과 낙동강의 하류부를 제외하고 전 구간에 걸쳐 5m 이상 하천바닥을 굴착하는 공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저서생태계의 파괴, 지하수위의 저하, 굴착으로 인한 교량기초의 붕괴, 갈수기와 홍수기에 발생하는 운항차질 등과 같은 악영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한반도 대운하는 제외하고 경부운하마저도 과연 그 실체가 있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부운하의 수심도 9m에서 6m로 변경되었지만 그것도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한강과 낙동강의 연결부도 터널과 계곡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대규모 식수를 개발하여 국민에게 공급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왠지 불안하다. 운하를 건설하면 홍수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그 타당성을 상실했고, 새로운 홍수저감 방안이 몹시 궁금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치권에서는 정치논리에 의하여 4년내 모든 운하공사를 완료하겠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의 예정된 시간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많은 전문기술자들은 기존 계획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할 때마다 대안을 열심히 제시하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일으킨다. 이것이 소위 '풍선효과'이다.

 

예를 들면 주운댐에 홍수기능을 부여하면, 선박운항 일수가 줄어든다. 한반도 대운하 관련 어떠한 자료도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엄금한 상태에서 독점적 정보를 이용하여 밀실에서 작성하여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각종 자료는 더 이상 관련전문가들을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 제시한 시간에 떠밀리고 토론이 생략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운하건설계획서는 부실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들어질 운하는 두고두고 우리 사회를 혼란의 장으로 이끌 것이다. 

 

전문 기술자들의 영혼은 어디 있는가

 

 금강에 찾아온 '황오리떼'. 금강운하가 건설되면 이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금강에 찾아온 '황오리떼'. 금강운하가 건설되면 이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 대전환경연합

 

인간이 하천에 개입하는 것 중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하천복개 다음으로 운하건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계획 단계에서 운하가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을 조목조목 따져 견실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반대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전 국토를 상대로 대형실험을 수행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가슴 뛰는 일이지만, 무모하고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고 있는 정치권을 보면, 아찔하기도 하고 가슴 답답하기도 하다. 정치적 판단에 의하여 결정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하여 정치권에 핍박 받는 전문기술자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한반도 대운하는 공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건설 여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밀어붙이면 공학적 근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묵시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집단 사이에 서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기술자들의 영혼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길들여져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를 공학적 관점에서 주시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그들의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경부운하#이명박운하#박창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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