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시청자들이 무료 다채널방송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압축 기술 발전으로 MMS(멀티모드서비스)서비스를 통해서 지상파방송사가 더 많은 채널을 추가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유료방송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었던 영어전문채널, 문화전문채널 등 다양한 공익적․전문적 프로그램들을 부가적으로 무료 시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결정해 추진해야 할 방송위원회는 MMS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는 방송위원회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들의 무료방송서비스 수혜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MMS 도입과 관련해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상파방송의 광고시장 독과점 심화로 매체간 균형발전이 깨진다거나, 지상파방송 상업주의 심화가 우려된다는 것들이다. 이에 무료 보편 방송 서비스 수용자의 이익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시민사회단체와 지상파 방송현업인들은 MMS로 추가된 채널을 공익적이고 전문적인 방송 채널로 운영할 것을 약속했다. 이처럼 여러 우려가 줄어든 만큼 시청자 무료방송시청권 확대를 위해 MMS 도입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미 EBS나 KBS는 MMS를 당장이라도 실시할 수 있는 여건에 도달해 있다. 예컨대 현재 유료방송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영어교육 전문채널의 경우, EBS MMS를 통해 무료로 방영할 수 있다. EBS 영어교육 전문채널의 경우, 영어 관련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지역 간․소득 계층 간 영어 학습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긴 매체이다.
실제 시청률이나 사이트 이용자 실적이 높으며, EBS 측정 결과, 사교육비 억제효과가 432억 원에 달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학부모, 학생, 교사 등에 대한 수용도 조사도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MS가 도입되면 이 같이 유익한 채널을 시청자들이 무료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BS도 마찬가지다. 재난방송이나 사람 찾기(미아 찾기, 이산가족 찾기 등) 방송 등 공익적 프로그램을 MMS를 통해 방영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졌다고 한다. 재난방송이나 사람 찾기 방송은 공영방송이 해내야 할 사회적 책무 중 하나다. KBS가 그 역할을 MMS를 통해 일상적으로 해준다면 공영방송의 공익적 역할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이렇게 공익적이고 전문적인 채널이 당장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방송위원회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공익적인 무료 보편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상파 MMS의 도입 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은 방송위원회의 존립 기반인 공익성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의 권익보다는 산업논리를 앞세운 유료 방송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에 방송위원회가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EBS 영어교육전문방송이나 KBS 재난방송․사람 찾기 방송 등은 시험 방송의 형태로라도 조속히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나아가 우리는 지상파방송이 공익적인 전문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도록 방송위원회가 MMS 도입정책을 조속히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