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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시켰나요? 지난해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뉴시스> 기자를 사칭해 '백혈병 대책위' 기자회견장을 사찰하던 삼성직원 박아무개(왼쪽 모자 쓴 사람) 씨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붙잡혔다.
▲ 회사에서 시켰나요? 지난해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뉴시스> 기자를 사칭해 '백혈병 대책위' 기자회견장을 사찰하던 삼성직원 박아무개(왼쪽 모자 쓴 사람) 씨가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붙잡혔다.
ⓒ 수원시민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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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집단 백혈병 사망과 관련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장에서 발생했던 삼성반도체 직원의 기자 사칭 사찰사건이 소송으로 비화됐다.

'삼성반도체 노동자 집단 백혈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 9명은 25일 수원지방법원에 삼성반도체 직원의 기자 사칭에 의한 사찰행위로 피해를 입었다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27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 불법 행위로 인격권 침해 등 정신적 피해 입었다“

이들은 소장에서 “피고 회사는 직원 박아무개로 하여금 기자를 사칭해 은밀하게 원고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촬영토록 하는 등 불법행위를 범했다”면서 “이로 인해 원고들은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당하고, 심한 모욕감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고 회사는 그간 회사를 비판하고 반대하거나 노동운동을 하려는 모든 활동들을 상세히 사찰하고 관련자들에게 미행·감시·회유·협박을 하는 행위를 지속해왔다“면서 ”이 사건은 그러한 피고 회사의 불법적인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박아무개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를 하도록 한 데 대한 책임이 있으므로 민법 제756조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1인당 위자료 300만원과 지연이자 등을 합쳐 모두 27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대책위는 지난해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고 황아무개(여) 씨 등 이 회사 전·현직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당시 기자를 사칭해 대책위 관계자들을 사찰하던 박아무개 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바 있다.

대책위와 언론에 따르면 삼성반도체사업부 총무팀 직원인 박씨는 이날 대책위 기자회견장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공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 김갑수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의장 등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 장면을 촬영했다.

지난해 11월 삼성반도체 직원, 기자 사칭 대책위 사찰하다 ‘덜미’

그러나 이를 수상히 여긴 박진 다신인권센터 활동가가 “어느 언론사에서 나왔느냐”고 묻자 박씨는 태연하게 “<뉴시스>에서 나온 객원기자”라고 말한 뒤 계속해서 기자회견 과정을 자세히 촬영했다는 것이다.

당시 박씨는 보통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DSLR)를 휴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는 진짜 <뉴시스> 소속 기자 2명이 기자회견장을 찾으면서 덜미를 잡혔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박진 활동가로부터 박씨의 신원확인 요청을 받은 <뉴시스> 김아무개 기자 등이 박씨의 소속 확인에 나서자 그는 “본사 김 부장이 보내서 온 알바”라고 둘러댔다가 의혹을 품은 대책위 관계자들의 추궁 끝에 삼성 직원임을 실토한 것.

박씨는 기자 사칭 행위가 탄로난 직후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촬영한 사진을 삭제해 보이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지만 일부 기자들이 “지워진 메모리도 100% 복원 가능하다”는 말에 결국 메모리 카드를 대책위에 넘겨주고 말았다.

대책위가 확보한 메모리 카드에는 박씨가 삼성 직원임을 증명해주는 이메일 주소가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박씨는 대책위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삼성전자#기자사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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