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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연합뉴스

[기사대체 : 27일 오전 11시 52분]

26일(현지 시각)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2배의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흑인표의 쏠림 현상은 거꾸로 백인표를 힐러리에게 결집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오바마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인구 3억명 가운데 백인은 81.7%, 흑인은 12.9%, 아시아계 4.2% 등으로 흑인 숫자 자체가 워낙 적다.

개표 결과 오바마는 55%, 힐러리는 27%를 기록해 2배 차이로 여유있게 앞섰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고향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8%에 그쳤다.

이날 오바마 승리의 원동력은 압도적인 흑인표의 결집이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총 인구 430만명 가운데 흑인이 30% 정도다. 또 민주당 유권자의 절반이 흑인이다.

AP통신은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의 절반이 흑인이었으며 5명 가운데 4명 꼴로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답했다"며 "특히 흑인 여성들의 지지가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거 분위기도 후끈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년 전에는 29만명의 유권자들이 등록했으나 이번에는 35만명이 등록한 것으로 예상됐다.

오바마는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승리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뉴햄프셔와 네바다주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패해 인기가 한풀 꺽인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만약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패배했거나 이기더라도 근소한 표차로 이겼다면 비관론이 더욱 퍼졌을 것이다. 이번에 압도적인 승리로 힐러리와 2 대 2 동률을 이뤘고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에서 일전을 벌일 기반을 마련했다.

슈퍼 화요일에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22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며 선출되는 민주당 대의원 수는 16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매사추세츠 4개 주의 대의원만 970명에 달한다.

따라서 '슈퍼 화요일'에서 한 쪽이 큰 승리를 거둘 경우 사실상 민주당 경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오바마 "인종 문제가 아니라 과거 대 미래의 대결"

오바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번 선택은 지역이나 성이냐, 또는 부자 대 빈자, 젊은이 대 늙은이, 흑인 대 백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선거의 선택은 과거 대 미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청중들은 "인종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이 인종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는 것을 반증한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인종 문제가 부각됐고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의 압승은 충분히 예상됐다. 실제 힐러리는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오는 2월5일 슈퍼 화요일의 주 가운데 하나인 테네시주로 떠났다.

힐러리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도 26일 프라이머리 전날 "유권자들은 자신의 인종 또는 성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며 "이게 힐러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흑인표 모으는데 최고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 클린턴의 입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경선 전날 밤 발표된 조그비의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 41% 대 힐러리 26%, 존 에드워즈 19%였다.

이번 사우스캘로라이나 선거 결과가 오바마의 전국적 득표력에는 되레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FP통신은 27일(현지 시각) "첫 흑인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는 오바마의 요구에 대한 흑인들의 높은 지지는 되레 그의 전국적인 득표력에 의문을 불러 일으켜 되레 오바마에게는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힐러리 선거 전략가들은 그 어떤 인종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의도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 결과는 오바마를 흑인 후보로 낙인찍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오바마 쪽 선거 전략가들 일부도 인종 논쟁이 클린턴이나 에드워즈를 띄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권자들 관심 경제 문제로 옮겨가

< MSNBC >와 맥클래인이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유권자들로부터 오바마 38%, 힐러리는 30%, 에드워즈는 19%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인종별로 들어가면 차이가 심하다.

흑인 유권자들의 경우 오바마 59% 대 힐러리 25%였으나 백인 유권자들의 경우 오바마 지지율은 10%에 불과했다. 백인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에드워즈와 힐러리가 40% 씩 동률이었다.

또 조그비 여론조사에서도 흑인들의 65%가 오바마를 지지하는데 비해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는 힐리리와 에드워즈로 양분됐다.

오바마는 민주당이 인종적인 파워 블럭으로 분열되고 있다는 지적은 정면 반박했다. 그는 26일 밤 < MSNBC >에 출연해 "나는 백인이 94%를 차지하는 아이오아에서 이겼다"며 "그리고 사실상 힐러리 후보와 무승부를 기록한 뉴햄프셔도 백인 유권자가 다수인 곳"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기가 휘청거리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경제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AP통신의 출구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절반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를 꼽았다. 25%는 의료보험 문제를 들었고 이라크 전쟁을 든 비율은 20%였다.

이 통신은 "이라크 전쟁 문제는 한 때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였다"며 "그러나 금융 위기로 선거 이슈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실제 처음 민주당 경선이 치러졌던 아이오와 때만해도 출구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이라크 전쟁을 꼽았었다. 이는 백인 인구가 압도적인 아이오와에서 오바마가 승리하는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경제문제로 옮겨가는 것은 '변화'를 내걸고 있는 오바마보다 '경험'을 내걸고 있는 힐러리에게 보다 유리하다.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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